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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 - 직관과 상식에 맞는 양자이론을 찾아가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세상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회 현상이 넘쳐난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인간이 저지른 일이니까. 나는 인류애를 실컷 잃어가면서도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늘도 착실히 인생을 따른다. 우리는 대체 어떤 존재인가? 인간을 분해하면 그 안엔 얼마나 대단한 사념이 숨겨져 있는가? 이 책은 인간을 그리 대단히 여기지 않는다. 인간도 결국 과학으로 증명 가능한 자연의 일부, 한낱 물질들의 연속이므로. 인간은 그냥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낱 생명체에 불과하다. 자의식이 대단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그런 인간들이 모여 분석하고 조립하고 분해하고 덧붙여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원리를 쫓아 헤매는 것.
양자역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는 어디선가 배웠던 기억도 어렴풋 떠오른다. 그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의 얼굴만 선명하다. 신나 보이던 표정도. 과학자들은 왜 이렇게까지 양자역학에 격렬한 반응을 보일까? 사실 나도 몰랐는데 다음 문장을 보자마자 몸 안에서 어떤 뜨거운 게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중 절반밖에 얻을 수 없다.
대체 왜? (이걸 쉽게 이해했다면 나는 전공을 바꿔야 하겠지만 아직은 어려워서 전과는 보류하기로 한다.)
양자역학에 따라 저 문장을 조금 더 풀어보자면, A 집단의 특성을 파악하게 되면 비가환성의 원리에 따라 B 집단의 특성은 영영 알지 못하게 된단다. 뒤늦게 B를 골라봤자 B 집단은 이미 무작위로 변한 뒤라 우리는 본래의 값을 영원히 알지 못한다고. 하지만 조작을 이용해, 처음의 선택으로 알게 된 A 집단의 특성을 잊을 수만 있다면 B 집단의 원래 값 또한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또 감정적으로 굴 수밖에 없었다. 좋자고 사는 인생인데, 둘 다 좀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생각해 보니 웃겼다. 양자역학이 옆집 거북이 애칭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우리도 이토록 기이한 학문에 갇혀 있는 신세인데. 나는 대체 누굴 향한 원망을 품고 있는가?
책의 내용을 곱씹을수록 무언가 수긍하기가 어렵다는 느낌이 몸집을 불린다. 여기서 저자는 말한다. 양자의 움직임이 기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양자역학에 무언가 중요한 요소가 누락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렇기에 지금의 양자역학은 완벽하지 않다고. 나는 과학적 사실이라 함은 무조건적인 정답이 따르는 거라고 여겼는데, 생각해 보면 지금이야 당연하게 여기는 수많은 과학적 사실도 무가치함이 팽배했던 당대의 주류 가설을 깨부수며 나타났으니. 과학도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진화에 따라 조금씩 증명되고 정립되는구나 싶었다.
세상에 정답이 존재한다면 이토록 어지러운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기가 쉬워질까? 또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서 쉽게 체념하게 된다. 사이에 끼어들진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과학자들의 지식 배틀을 응원하는 쪽을 택하는. 이 책을 정독한 지금도 사실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섯 번쯤 더 읽으면 가능성이 보일까 싶기는 한데. 한 가지 명확한 건 저자는 확신이 있다. 시원하고 긍정적이며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가장 의아한 부분을 골라 무지한 독자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이토록 다정하고 속 시원한 과학서가 또 탄생할 수 있을까?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