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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박주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도움이 간절할 때 내 손을 잡아채는 누군가의 온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사실 나는 세상을 덤벙거리며 살아가는 편이라 지금껏 쉽게 넘어지고 쉽게 부딪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어딘가에 간절히 의지하여 무릎을 털 일이 많았고, 우울함에 허우적거리며 발버둥 칠 일이 많았다. 하지만 벗어날 순 있더라. 당장 그뿐일지언정. 깊은 수렁에 빠져 그곳을 벗어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오늘이 지나면 내일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 단정 짓곤 할 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나의 감정을 가장 버리고 싶을 때. 떠올리기도 싫은 시간을 가장 가까이서 감싸준 건 언제나 주변인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도 나를 구하더라고. 사실 놀랐다.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나 초능력자가 아니어서 그랬다. 내게 관심도 없어 보이던 사람이 문에 부딪히기 직전의 나를 붙잡아준다. 그러고는 '조심하세요.' 한 마디하고 핸드폰을 보며 자리를 뜬다. 그 사람에게는 별일 아니고, 내게는 몇 년을 살아갈 힘이 되는 구원.
그렇다면 구원이라는 건 참으로 간단하고 보편적인 것인가. 사실 구원은 쉽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기억하지는 못하는 이치. 내게는 평생 들어서지 않을 것만 같던 고난도 당장 내일 아침의 해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고, 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슬픔도 지는 달과 함께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구원은 나의 근처를 머물며 끼어들 틈을 찾는다. 누군가의 손을 빌려서, 구원은 나를 스치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구원자가 되기를 거부한 사람은 잘못된 가치관을 가졌는가? 세상은 이분법적으로 살아가기에 너무도 복잡한 옵션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시비에는 한 발 물러서 은은한 웃음을 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전은 몇 번을 되새겨도 모자란 개념이지만 우리가 위험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리는 상황은 세상 모든 경우의 수에 존재한다. 그게 어떤 의미의 위험이든. 그럴 때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당사자와 구원자가 어떤 인간이든 간에, 우리 일단은 살아서 이야기를 더 나누어 보자고. 어떤 상황이든 이 선택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로. 대담과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행동이지만 의인들은 늘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한 일을 했단다. 세상에 당연한 게 어딨지, 그들의 용기는 세상이 굴러가는 방향을 잡는 키가 된다.
우리는 대체 언제 서로의 구원이 되는가. 절체절명의 재난 속에 빠진 누군가에게 구원이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고, 단순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누군가에게도 가벼운 구원은 감사를 부른다. 가치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그럴 자격도 없지만) 우리에게 늘상 필요는 하다는 것. 언제 어디서나 구원을 찾고, 언제 어디서나 구원자를 찾는 우리. 우리가 서로의 구원이었을 때? 오늘이랑 내일. 어제도 그랬고. 이 책이 펼쳐진 틈을 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말한다. 나의 구원은 너고, 너의 구원이 나이길 바라며 잠에 들겠다고.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