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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평점 :
조기 출산의 위험 때문에 집콕을 해야 하는 단조롭고 의욕 없이 무채색 같던 나의 생활에 다채로움을 선물해준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벌거벗은 세계사>.
나는 출산 전에도, 산후조리원에서도 여가시간을 보낼 때<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봤다. tv 편성표를 찾아보고 방송시간 알람까지 걸어뒀던 방송이다. 성인이 된 이후로 세계사를 진지하게 공부하며 지식을 습득한 적이 없어, 세계사에 대한 조예는 없지만 <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은 유익하면서도 역사의 다양한 이면을 보여주어 나 같은 세계사 초보자가 접해도 흥미롭고 재미까지 있었다. 주제 선정도 탁월했고, 주제에 맞는 역사 전문가가 나와서 설명해 주는 것도 귀에 쏙쏙 들어왔었다.
그렇게 재미있게 보던 프로그램이 책으로 나왔다니! 그것도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이 만들었다니! 나는 기대감에 책이 오기까지 설레었다.
책이 도착했을 때, 오랜만에 만나는 두꺼운 두께에 화들짝 놀랐다.
아무리 책이 재미있기로니 400페이지의 긴호흡 책이 어쩐지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해 보니, 내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보니 긴 호흡으로 읽지 못하고 끊어서 읽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가 떨어지지 않고 흥미진진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요 근래 들어 책을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읽은 적이 없었기에 신기한 기분까지 들었다.
사실 역사라고 하면, 우리나라 역사든 세계사든 크게 흥미가 없었다. 오히려 일률적인 사실나열에 흥미가 쉽게 생기지 않았다. 편집의 힘인지,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면의 해석을 알려줘서인지 책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이스탄불에서 직접 보았던 성 소피아 성당에 대한 이야기도, 내가 좋아하는 피렌체의 역사와 르네상스에 대한 숨은 이야기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장소를 알고 있으니 이야기는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읽기 힘든 챕터도 있었다. 설탕의 달콤함 속에 숨어있던 영국의 잔혹한 노예무역의 역사는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
벌거벗은 세계사 책시리즈 중 경제 편이기 때문에 역사뿐 아니라, 달러화폐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폐가 되었는지와 같은 경제관련 주제가 선정되어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총 10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무엇 하나 흥미롭지 않은 주제가 없었다. 학창시절에 이 책을 접했다면 세계사로 전공을 정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다양하고 심도 있는 관점에서 본 세계사의 이면을 담아 너무나도 재미있는 <벌거벗은 세계사>, 다른 시리즈도 챙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