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장식깃
김도경 지음, 김진희 그림 / 한그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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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작가의 마음의 장식깃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 달려라 소영이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사는 소영이가 등장한다. 소영이의 장래 꿈은 육상 국가대표선수이다. 하지만 키가 작아서 빨리 달리지 못할 거라는 놀림을 받는다. 소영이는 육상선수였던 엄마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꿈을 접게 된 것을 알기에 엄마의 꿈을 이어서 이루고 싶다. 엄마는 다리를 절어도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옥탑방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아빠와 살던 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학교 벽에는 옥탑방에서 볼 수 있는 달려라 하니의 하니가 그려져 있다.

 

... 두리번거리다가 자연스럽게 하니를 봤습니다. 가슴에 쓰인 달려라 하니명찰이 꿈틀댔습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습니다. 명찰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림에 써놓은 글씨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내가 우스웠습니다.(12)

육상선수가 되고 싶은 소영이의 절실한 소망이 하니를 만나는 환상이 펼쳐진다.

 

나를 어떻게 알았냐고?”

네가 매일 와서 내게 기대고 혼잣말을 했잖아.” (14)

아빠가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 소영이와 하니는 운동장을 나란히 달린다. 이 세상 끝까지 달릴 거라는 하니의 주제곡을 부르며 힘을 낸다. 그렇지만 소영이는 엄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눈물이 흐르는데, 비가 한두 방울씩 내린다. 하니는 땅에 우산을 그린다. 우산 그림은 진짜 우산이 된다.

 

이곳은 마음 따라 날씨가 변하지. 비가 그쳐서 좋다.”

“... 생각을 그리는 건 쉬운데, 마음을 표현하는 건 어려운 것 같아.” (17)

 

소영이는 밝게 웃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찡그릴 때가 많다. 즐겁게 지내려고 해도 슬픈 생각이 날 때가 많다.

 

소영이랑 친해지고 싶은데, 자꾸 놀리게 된다는 도선이의 혼잣말을 소영이는 듣게 된다. 마음을 표현하는 게 자신만 힘든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소영이는 하니와 달리기 연습을 하고 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판타지 체험도 한다.

 

이제 울지 않을 거야. 도선이가 놀려도 당당하게 연습할 거야.” (22)

소영이는 하니를 만나 소통하면서 힘들었던 마음이 성장한다. 아빠의 부재는 남겨진 가족들에게 그리움을 안기고 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한다. 교통사고로 꿈을 포기한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육상선수가 되고자 하는 소영이의 바람이 학교 담장의 벽화 속 하니를 불러낸다. 아빠가 그리워서 옥탑방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열망은 소영이를 달리게 한다. 동병상련의 하니를 불러내어 환상성을 펼친 면이 눈길이 간다. 아빠의 죽음을 서사에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소영이의 마음 성장에는 아빠의 부재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음의 장식깃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의연히 꿈을 이루어 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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