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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딸 도담도담 ㅣ 스토리툰 시리즈 3
안수연 지음, 배정식 그림 / 스토리툰 / 2023년 9월
평점 :
살면서 맞닥뜨리는 감정 중에 이별로 인한 상실감은 여타 감정과는 경중이 사뭇 다를 것이다. 그 이유가 죽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언제 아파서 응급실에 갈지 모르니 잘 때마다 머리맡에 깨끗한 옷을 준비해 놓는다는 지인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죽기 전에 이별 준비 기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미안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하고 진심을 다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게 허다해서, 갑자기 죽음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부모의 죽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우리딸 도담도담』에서 죽음으로 이별의 아픔을 겪는 아이를 만날 수 있다.
안수연 작가의 『우리딸 도담도담』은 「꼬마정령 외뿔이」와 「우리딸 도담도담」이 실려 있으며, 두 개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하는 판타지 동화이다. 꼬마 정령 외뿔이는 자신보다 타자의 행복을 더 우선시하며 느끼는 행복을 다루고 있다. “우리 딸 도담도담은 아이가 죽음의 아픔을 극복하고, 주체적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소원을 담”(작가의 말) 고 있다. 서술자는 도담이다. 도담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눈물을 흘리는 승주 언니의 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 우는 언니를 달래줄 수 없었어? 아빠랑 나는 엄마를 직접 봤지만 언니는 그러지 못했잖아. 사진으로만 엄마를 봤잖아. 언니가 엄마를 얼마나 많이 보고 싶어 하는지 말아? 언니는 언제나 나를 안고 자. 내게서 엄마 냄새가 난대. (54쪽)
승주 언니의 일곱 번째 생일날이며 도담이의 다섯 번째 생일이기도 한 그날. 케이크 앞에서 승주 언니가 울었다고 아빠는 야단을 친다. 도담이는 밤에 승주 언니와 엄마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동생 도담이는 엄마를 봤는데 언니 승주는 엄마 얼굴을 왜 모르는지 의구심이 든다. 독자에게 서술자 도담이에 대해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구성은 다 읽었을 때 아! 하는 느낌표를 찍게 한다. 궁금증은 집중해서 읽게 하는 작가의 치밀한 서사 장치로 성공적인 구성이다.
언니는 엄마에게 안겨 유치원 이야기, 친구 이야기, 저녁에 아빠에게 야단맞은 이야기까지 몽땅 일러바쳤어. 엄마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었어. (66쪽)
승주는 무지개를 타고 가서 만난 엄마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다. 엄마의 부재는 이야기를 무한 사랑으로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속상하고 억울한 일을 온전히 들어줄 수 있는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엄마는 승주에게 “우리는 매일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속에서 만난(70쪽)”다며, 헤어지면 어떠냐고 다시 만날 거라고(71쪽), 자꾸 슬퍼하니까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승주는 아빠도 엄마가 그리워 몰래 보러왔다 간다는 걸 알게 된다.
엄마는 이별 전에 승주를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놓는다. 열 개의 이야기지만 아홉 개의 이야기가 있다. 마지막 열 번째 이야기는 숭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승주가 만드는 열 번째 이야기는 엄마가 그리워 눈물 흘리는 내용이 아니라 엄마의 바람대로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임이 틀림없다. 작가는 상상력을 확장하여 죽음이라는 소재를 서사로 잘 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