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도둑 ㅣ 햇살고운책
박정미 지음, 한혜정 그림 / 도담소리 / 2018년 12월
평점 :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진실
『꽃 도둑』
독자는 이야기 속에 내포하는 진실을 발견하면 마음이 움직인다. 이야기의 힘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이야기는 보이지 않지만 생각을 통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며 역사를 만들어 간다. 서사를 품고 전개되는 동화에서 이야기의 힘을 느낀다면 독서의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진아네 베란다 창문으로 꽃향기를 실은 봄바람이 스민다. 봄바람은 베란다 화분의 꽃향기도 실어 거실 한 쪽에서 잠자고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 야코의 코를 간질인다. 야코는 봄 향기에 취해 하품을 하거나 몸을 쭉 늘려 행복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란, 어떤 사건에 의해 삶의 균형이 무너진 주인공이 그 균형을 회복하고자 여러 적대적인 것들과 맞서면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로버트 맥기)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할머니의 밥 달라는 소리에 야코의 평화가 깨진다. 할머니는 금방 먹었는데도 잊어버리고, 심지어 음식을 숨기기도 한다. 시골에 살다가 올라와 같이 사는 할머니 때문에 진아네 풍경이 바뀐 것이다. 진아 엄마는 다섯 살처럼 행동하는 할머니 수발로 바쁘고, 진아도 야코에 대해 관심을 쏟지 않는다.
게다가 할머니의 행동은 이해불가이다. 베란다에서 몰래 꽃잎을 따먹다가 화분을 넘어뜨리기도 한다. 그 일로 야코는 꽃 도둑으로 몰린다. 꽃 도둑의 오명을 벗지 못하면 진아네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다. 야코는 균형이 깨진 생활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먼저 할머니가 한 일이라고 알리는 것이다.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오해를 풀 수 있는 가정 쉬운 방법이니까. 야코는 할머니 스웨터 주머니에 삐져나온 샛노란 꽃잎을 보게 해서 할머니가 범인이라는 걸 밝히려고 한다. 그러는 중에 야코는 할머니가 품고 있는 마음병의 진실을 알게 된다. 먹을 게 늘 모자랐던 어린 시절, 막내 경미가 일곱 해를 넘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것이다.
“경미가 떠났던 그 해, 뒷산에 말이다. 연분홍 진달래며 샛노란 생강꽃이 유난히도 많이 폈었어. 사는 게 뭔지, 동생이 그렇게 떠났는데도 배가 고프더란 말이야. 그래서 남몰래 뒷산으로 가 진달래를 입에 넣었지. 아무리 먹고 또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어.”(18쪽)
야코는 자신보다 할머니에게 더 마음을 쏟는 진아의 진실도 알게 된다.
“엄마가 직장을 다녀서 제가 다섯 살 때까지 할머니 집에서 살았는데, 기억나죠? 할머니 그건 잊으 면 안 돼요. 네?”(23쪽)
진아는 할머니에게 남다른 정이 있는 것이다. 이제 할머니와 진아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야코는 행동에 변화가 온다. 꽃 도둑이 향기 나게 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할머니, 제가 오랫동안 비밀을 지킬 테니 어서 여섯 살이 되고 일곱 살이 되고 나이가 많아지세요. 진아가 걱정하잖아요. 냐오옹.”(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