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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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 또한 나이를 먹어 생물학적 나이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어른이 되고 나니, 그렇지 못한 어른들이 조금씩 이해도 되기 시작했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스무 살의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점점 쉬워지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먹고살기 바빠질수록, 뭐든 쉬워진다. 합리화도,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안주하는 것도, 크고 작은 불의를 모른 척하는 것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쉽게 대하는 것도 점점 쉬워져서, 조금만 경계를 게을리하면 금방 그렇게 되고 만다. 나는 절대 어른은 되지 않을 거야. 했던 어름의 모습으로"(P.12)

어른. 신입사원 시절 어른답지 못한 사람을 두고 무척 무시했던 경험. 어른이면 완벽할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던 것. 내가 지금 그 나이가 되었는데 나 스스로를 완벽한 어른으로 봐야할까. 어른은 완벽한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어른도 평생 배우고, 또 배우고 있다는 것.




"내가 찾는 옷은 새 옷이 아니라 '그 옷' 이었으니까. 똑같은 디자인의 새 야상이 아니라 몇 해를 입어 비로소 내게 적당해진 바로 '그 야상'이었으니까. 세월이 만들어 준 그 적당함은, 그 어떤 새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다. (중략) 사람이 가장 그리워지는 순간 또한 언제나 그떄. 이제 다시는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없으리라는 걸 알게 되는 바로 그 순간, 그때였으니까. (P.28~29)

작가는 일상을 구체적으로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그 옷. 그  사람. 그 음식. 그 어떤 '그'에게는 의미가 있다. 추억이 있고, 향기가 있다.




"어쩌면 세상엔 100% 나쁜 것, 100% 싫은 것, 100% 좋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그를 단단히 찍어 놓고 한쪽 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보지 않을 거야. 너의 장점 따윈 찾고 싶지 않다! 어쩌면 나는 내내 그렇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봤자 내 마음만 미워질 뿐인데."(P.53)

편견이다. 나도 어릴땐 절대, 절대, 100% 라는 말을 써왔던 적이 있다. 선배들은 절대는 없다고 했다. 경험이 쌓이고 세월이 흘러가며 100% 절대라는 것은 또 절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100%




"선배 나이가 돼도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단 말이에요!? (중략) 현실과는 무척 다른 꿈. 그래서 선배 또한 여전히 불안하고 힘들다고 했다. 그 꿈을 이뤄 나갈 의지와 열정이 늘 모자란 것 같아 자책하고, 현실과 꿈속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느라 괴롭고"(P.56)

고민은 평생이다. 학생때는 공부고민, 대학고민, 취업고민, 결혼고민, 아이고민, 관계고민, 노후고민 누구나 고민은 안고산다. 나는 그래서 현재에 충실하려 한다. 그래서 더! 더! 더!




"뭘 가장 좋아하세요? 가장 좋아하는 책,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가장 좋아하는 음식,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가장 힘들었던 추억은"(P.89)

가장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나는 지금이 가장 의미있다. 가장이 아니라 그냥 지금 기억나는 그 무언가다.




"난생처음으로 올해에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생겼다. 당신이 누구이든, 무엇이든, 나는 당신에게 반하고 싶다."(p.111)

미투




"그 시절엔 행복했나? 하지만 역시 기억은 조작되고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그 시절이라고 힘든 일이 없었고 고민거리가 없었을 리 없다. 다만 그것은 이미 지나쳐 왔을 뿐(중략) 현재의 내 삶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부여하지 않기를. 그렇게 현재의 내 기쁨마저 내 스스로 망쳐 놓지 않기를"(p.162)

기억은 조작되고 과거는 미화된다.는 말에 매우 공감 공감




이야기하듯 말하기 좋아하는 콩지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고, 공감되는 문구를 나누는 시간이 매우 행복했던 책.

읽는 내내 "맞아 맞아"하며 눈맞추고 손벽쳤던 문구

술술술 글을 잘 풀어냈던 작가

그 작가의 다른 책도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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