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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뜨거움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그녀의 논문 사건은 누군가의 악의적 고의에 의한 사회적 폭력이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미디어는 그녀를 완전히 주저앉혔고, 마치 원하는 것처럼 보였던 대로
그들은 그녀에게서 직업과 명예를 빼앗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칼날은 왜 더 강하고 부패한 국회의원들을 주저앉히는 데는 쓰이지 않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김미경이 갖는 파워는 그 소박한 배경이다.
요즘은 여자 인생도 양극화다.
돈 많고 있는 집에 태어나면 유학 가고 해외에서 취업하고 잘 산다.
돈 없는 집에 태어나면 마음까지 가난해져 그 사람들 부러워만 하다 간다.
김미경이 힘을 주는 사람들은 빽 없고 현실에서 버둥거리는 대중과 서민, 그 중에서도 희망을 잃은 여성들이다.
논문 사건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술로 보낼 법한 슬럼프였겠지만
그녀는 그 시간마저도 공부할 기회로 삼았다.
한탄하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게 아니라
오십 넘어 뉴욕에서 어학 연수라니 얼마나 발전적인가!
꼭 써먹을 데가 없어 보여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꾸준히 시작해보라는 말,
고미숙 선생과의 대화를 통해 끈기만 있다면 어려워서 못할 공부가 없다는 부분,
원치 않게 둘째 아이를 갖게 되어 직장 복귀가 좌절되어 우울증을 얻은 전업주부에게
공부하기 제일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 전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니가 가라 한의대' 라는 제목의 글에서
십 수 년에 걸쳐 애를 쥐 잡듯 족쳐서 명문대 가게 하려고 하지 말고
엄마들 니가 공부해서 거기 들어가라는 말, 그게 햇수로 더 빠르다는 말, 미친 교육열이 실은 정작 자기가 하라면 힘들어서 못할 짓을 아이에게 시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자기 꿈의 잔인한 대체 실현이라는 요지의 글은 두고 두고 회자 돼도 좋을 정도로 명쾌한 글이었다.
우리나라에 김미경 같은 여성 롤모델과 멘토가 얼마나 있나.
우리나라는 김미경을 잃을 여유가 없다.
대체품이 없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으로 흠집 내고 생채기 내서 주저앉히려고 하지 말고
그녀가 자기계발의 대가로 거듭나도록 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