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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ㅣ 창비청소년문학 120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기록적인 폭우로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무고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시기에 『노 휴먼스 랜드』를 읽고 있자니 멀지 않은 미래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이 땅 위에 발을 딛고 살고 있지만, 언젠가 소설에서처럼 탐사단이 아니라면 방문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두 차례의 기후재난을 겪은 이후 인류는 협약을 만든다. 식량 자급률이 높은 국가로 사람들을 모아 난민들을 수용해 식량을 나누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로. 식량 자급률이 낮았던 한국은 당연히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되고, 사람들은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 세계를 떠돌게 된다. 새로운 세계에서는 누구든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고, 전기와 가스 등의 에너지 사용량이 개인별, 기업별로 할당되었고 염색약, 담배, 커피, 장난감 등의 생산이 금지(34쪽)된다.
이런 세계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한국으로 향하는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에 참여하게 되고 할머니의 고향인 한국으로 파견을 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 노 휴먼스 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인류를 모두 망쳐버릴 지도 모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팀을 만나게 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며 인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대본집을 연상케 하는 형태의 책자로 읽어서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이야기 속 미래의 세계가 너무도 그럴 듯해서 정말 미래를 보는 것 같이 정교하게 구축된 데다가 인물들도 입체적이라 그런지 정말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플론’이라는 식물이 등장했을 때는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다. 소마라는 알약을 먹고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게 했던 이야기 속 세계처럼, 『노 휴먼스 랜드』에서 앤 소장은 파란 막대 사탕을 닮은 플론을 통해 사람들이 고통과 슬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자아를 없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려는 앤 소장이 있다. 플론에 중독되어 자아를 잃고 누군가의 행동을 따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된 장면에서는 기괴함과 공포를 느꼈다. 영화화된다면 정말 명장면이 아닐까?
주된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점은 2050년 이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고려했을 때 내가 살아있을 확률이 높은 시기이다. 부디,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곳이 ‘노 휴먼스 랜드’가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