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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평점 :
나의 독서 과정 : 간절하고 간결한 문장들을 발견하고 책을 구매한다. 읽는다. 역자 후기에서 그가 1980년, 마지막 메모의 1년 후에 죽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나 역시 엄마를 생각한다.
『애도 일기』의 독서 자체가 조그만 사건이 될 것 같아 적는다. 글을 쓰다보면 하나의 절정으로서 문장이 맺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정확히는 그 맺힌 문장을 따라 적는 것이 나의 가장 온전한 글쓰기 방법이다.
『애도 일기』를 처음 폈을 때, 그 간절하고 간소한 말들을 봤고, 책을 샀다. 이미 많은 책들을 쌓아놓고 읽지 않은 상태였기에 안 사고 지나갔을 법도 한데, 그냥 샀다.
1977년 10월 26일에 시작해 1979년 9월 15일의 메모로 끝난다. 그의 애도기간은 약 2년. 그의 편지들은 그가 말했던 것처럼 '똑같은 박자로 중단 없이 지속되는 아주 특이한' 형태로, 안정적으로 우울하게 흘러간다. 그의 단어들은 대체로 투명해서, 삶에 대한 의지가 깊어 보이지 않는다.
역자 후기에 나온 바에 따르면 결국 롤랑바르트는 1년 후인 1980년에 교통 사고로 죽었다. 많은 사람들은 롤랑 바르트가 살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즉, 치료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삶의 의지를 끊었다는 이야기다. 왜?
롤랑 바르트는 시간이 갈수록 어머니를 기억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이 지나며 그는 죽은 어머니와 '대화할 수 없'고, 꿈에서 나오는 어머니조차도 '그 자신이 아는 그 어머니와는 다른' 어머니라고 말한다. 애도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진을 쳐다볼 수 없었던 것이 아마 그의 마음 상태를 나타낼 것이다.
1977년 하루에 3~4개의 매모(이 책은 그의 메모로 이뤄졌다)를 남기던 그는 이제 일주일에 1개를 남기기도 한다. 그는 어머니를 잊어가는 자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거나, 혹은 어떤 의미에서든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삶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나의 롤랑, 나의 롤랑'이라고 걱정하며 말하는 롤랑 바르트의 어머니가 있다. 그는 '기념비'에 대해 말한다. 기념비는 잘 기억하기 위한 게 아니라 망각의 고통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어머니를 잊어가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롤랑 바르트는 메모들을 썼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니 당장 내 옆을 보게 된다. 내게도 오지 않은 엄마의 죽음이 그도록 중요할 것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 삶에 있어서도 가장 큰 존재라면 단연 나의 엄마다. 어쩐지 엄마의 얼굴을 잘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어떤 걸 기억할 수 있을까 걱정하게 된다.
나는 안다. 어떤 의미에서든 저 사람처럼 엄마의 상실로 목숨을 끊지는 않을 것을 알고, 그래도 나를 걱정해주던 사람이 사라지면 삶의 큰 부분이 공허해질 것 또한 안다. 이젠 그 온전한 사랑의 모습을 모든 세계를 찾아봐도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다.
롤랑 바르트가 기질적으로 비슷한 사람이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지나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