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와 아키라』에서 저자 이케이도 준은 야마자키 아키라와 가이도 아키라, 두 아키라의 운명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두 사람은 정반대의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같은 은행에 입사하면서 얽히고 설킨다. 저자는 두 상황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이들의 운명이 맞물리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긴장감 넘치는 영상물을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주 배경이 은행이다보니 관련 용어들이 쏟아진다. 저자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대신, 사건의 전개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한다. 빠른 속도로 한 장씩 넘기면서 서사에 푹 빠지다 보면 두 아키라들을 비롯한 인물들이 언급하는 용어들에 절로 익숙해진다. 독자는 그 흐름을 타고 사업 운영의 어려움과 고뇌, 그리고 해결책을 마주한다. 두 아키라가 누구보다 현명한 방법을 제시할 것을 알면서도 절로 긴장하게 되는 것은 저자가 상황을 주조하는 능력 덕분이다. 이케이도가 인물들의 심리를 세세하게 설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도록 설계했기에 독자는 ‘이 인물이라면 저런 식으로 어리석게 행동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인식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랄지, 기묘한 조합에도 이질성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600쪽에 가까운 분량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한 장 한 장은 빠르게 넘어가고 몰입감은 그에 못지 않게 배가되니 말이다.여러 인물과 그들의 어려움을 통해 결론적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야마자키 아키라를 통해 몇 번이고 언급되는 것, 즉 어떤 직업이든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와 실적만을 바라보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돈의 뒤에 있는 사람을, 중대한 결정에 따르는 사람의 운명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이 방대한 분량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지점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