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평범한 가족
마티아스 에드바르드손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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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평범한 가족은 스웨덴 작가 마티아스 에드바르드손Mattias Edvardsson의 소설이다. 우리에게 북유럽 문학은 비교적 낯설고 한편으로는 신비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북유럽이라는 이미지가 가져다주는 여유로움 안에 숨겨진 출처 모를 서늘함도 느껴진다. 이 소설 역시 생소한 이름과 지명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 낯설음이 독서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그건 아마도 소설 안에 자리하는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부모와 딸로 구성된 한 가족, 그리고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문화 차이를 넘어서는 공감과 이해를 불러온다.

아담과 울리카에게는 막 열여덟 살이 된 딸, 스텔라가 있다. 아담은 여러 사람에게 존중받는 목사이고 울리카는 성공한 법조인이며, 스텔라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즐기는 데 몰두해 있다. 스텔라가 사춘기를 겪으며 크고 작은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부부는 딸을 사랑으로 돌본다. 이처럼 한 가족으로서의 세 사람은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스텔라가 살인 혐의를 받는 데서 시작된다. 스텔라를 구하기 위해 아담과 울리카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과연 스텔라는 정말 크리스토퍼 올센을 살해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아담과 울리카는 어떻게 자신들의 딸을 구해낼 것인가?

저자는 아담, 스텔라 그리고 울리카로 각 챕터를 나누어 스텔라가 벌인 사건에 대한 세 관점을 보여준다. 아담은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을 지녔다. 다정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지만 스텔라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한다. 스텔라는 그런 아담(과 울리카)의 욕심을 충족시키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 넌더리를 낸다. 아담이 원하는 바와 정반대로 행동하며 누구에게도 제한되지 않는 자기 자신의 삶을 찾으려 한다. 스텔라와 마음이 통하는 단 한 사람은 부모가 아닌 친구 아미나다. 자유분방한 스텔라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미나 뿐이다. 아미나는 스텔라가 누구와도 닮지 않았으며 그저 스텔라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편, 울리카는 스텔라의 양육이 아닌 자신의 커리어를 선택함으로써 스텔라로부터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딸이라는 전통적인 관계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은 그녀를 짓누른다. 그렇기에 스텔라가 벌인 일에 누구보다도 죄책감을 지닌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아담의 시점이다. 아담의 말만 듣고 본다면 스텔라는 천방지축 그 자체다. 그녀는 부모의 말은 단 한 마디도 듣지 않고 그저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10대로 묘사된다. 그러나 스텔라의 챕터에서 나타나는 것은 그녀가 행한 나름의 노력이다. 충동조절 장애를 겪으며 여러 사고를 치긴 했으나 그녀는 부모가 시킨 벌을 묵묵히 수행하고 아담과 울리카에 대한 사랑도 여전히 갖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관계가 엇나가는 것은 아담과 울리카가 스텔라를 덜 돌보아서도 아니고, 스텔라가 무조건 반항해서도 아니다. 각자가 다른 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가 자식을 속속들이 알 수 없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가족을 서사의 중심에 놓을 때 수반되는 속성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전개방식의 영향이 크다. 각 챕터 안에서도 저자는 두 시점, 그러니까 스텔라가 구치소에 갇혀 있거나 재판을 받는 시점과 살인이 있던 날 전후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준다. 스텔라의 행적이 어떠했는지, 그에 아담과 울리카가 어떤 심정으로 어떻게 대처했는지가 팽팽한 긴장 가운데 빠르게 펼쳐진다. 스텔라가 살해했다고 하는 크리스토퍼는 어떤 사람인지, 그를 둘러싼 또 다른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지. 스텔라네 뿐만이 아닌 그 주변을 맴도는 인물들 역시 결말에 이르러서야 정체를 드러낸다. 마지막 장에 다다르기까지 저자는 팽팽함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에드바르드손이 스텔라의 사건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에 가족만이 아니라 여성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여성이 겪는 여러 문제가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저자는 직·간접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울리카, 스텔라 그리고 아미나는 전통적으로 부여되어온 여성성을 수행하는 일과 편견을 넘어서 오롯한 자신이 되는 일 가운데서 부침을 겪는다. 저자는 이를 어떤 문학적 수사 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여러 문학작품을 인용하며 은밀하게 비추기도 한다. 에필로그까지 읽은 후가 되면 그가 어떤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냈는지가 아주 뚜렷이 보인다.

550쪽이라는 부피감으로 인해 이 책이 위압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루함은 거의 평범한 가족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이 추리소설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며, 나아가 전개방식과 문체가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일상의 따분함에 몸서리치고 있다면 이 가족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기를. 이 책은 잠시간의 해방감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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