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의 산문집을 읽는다. 쓸모 없음을 찬양하는 글은 많지만 이처럼 자신의 경험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는 글이 있었던가.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만히 귀기울이면 편해지는 성질의 것이다.

이따금 외삼촌은 전화를 걸어 과제를 내주곤 했는데 어떤 옛날 기록(『조선왕조실록』 혹은 개인 문집)에 이런저런 내용이 있는지 조사를 해달라, 어떤 자료를 구해 오라는 부탁이 대부분이었다. 그 역시오늘날에는 별다른 쓸모가 없어 보였다. 이러한 과제의 가장 큰 쓸모는 내가 외삼촌을 위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내가 외삼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우면서 때로는 외삼촌이 그런 느낌을 내게 주기 위해 과제를 내느라 고심을 하시는 게 아닌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둘 다 고마운 일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