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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벌타령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
김기정 지음, 이형진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월
평점 :
그림책을 읽다보면 글맛이 참 잘진 것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든 경우, 글맛이 좋으면 기분이 참 좋다.
우리말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만, 우리말을 맛갈나게 활용할 줄 알아야 남의 언어 역시 잘 구사할 줄 아는데 그런 노력이 없는 현실에서 우리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은 지나친 일이 아닐게다. 그런데 <장승 벌타령>을 읽으면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곡선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는 맛도 좋았지만, 그림과 어울려 한 판 놀이를 벌이는 듯한 팔도 사투리 맛이 어찌나 신명나던지. 많은 우리문화 그림책이 그림이나 글의 서사가 부족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살려가면서 장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에 대해 조목조목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따라 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하고 있다. 그 팔도 장승들이 사투리를 스는 대목을 읽을 땐 그야말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몇 번씩 되풀이해서 읽게 된다.
우리 말 맛을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때 어떤 표정일까? 궁금해진다. 나 혼자 책을 읽고 재미있어 하기에는 아깝다. 얼른 개학이 되길 기다리게 된다. 긴장의 근을 놓쳐 게을러지기 쉬운 이월에 우리 아이들과 한바탕 우리 말 맛의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