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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펄프픽션
이강훈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이걸 어찌 해석해야 하는지. 작가의 회고담이라고 여겨야 하나, 아님 정말 제목 그대로 픽션이라고 여겨야하나. 여행에세이? 여행에세이라 하기엔 또 무언가가 걸린단 말이지. 하긴, 소설보다 더한 곳이 현실이고, 드라마 보다 더한 기막힌 일이 일어나는 곳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니. 모르겠다. 그냥 작가의 넘치는 끼의 표현이라고 생각해두자. 작가 자신조차도 이 책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지 못하는데 내가 어찌 판단할 수 있으리오. 소설이든, 여행에세이든 그래도 나름대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만났으니 그걸로 된거지.
브라질 커피를 예찬하는 말을 하는 고양이의 등장. 작가는 그렇게 책의 서두를 열고 있다. 얼핏 보면 전혀 신빙성이 없고 웃긴 이야기지만 정말 그 카페 그 자리에 가면 말하는 고양이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이라 하기에도 뭐하고 여행기라 지칭하기에도 애메한 이 이야기들은 크게 몇가지의 큰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엉뚱하면서도 충분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이야기는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절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시간을 빌려 드립니다의 쳅터에서는 예전에 읽었던 시간을 파는 남자라는 책을 다시금 생각나게도 만들었고, 정말로 그와 같은 시간을 빌려 주는 곳이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도 했다. 물론 그 시간은 어차피 나의 시간이었겠지만 말이다. 또 상상도둑의 쳅터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놀라기도 했다. 505호의 작가와 506호의 작가. 후훗. 그렇고 그렇게 된 건가.
일본이란 나라는 언제나 나에겐 가깝고도 먼나라였다. 어찌보면 가장 많이 닮았으면서도 어느면에서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는 두 나라가 아닐까 한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책 속에서 일본의 지명들과 간간히 소개되어지는 명소들은 일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예쁜 삽화들, 일러스트들은 책의 느낌들을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짦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글귀들을 읽으면서는 잠시 휴식처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작가와 함께 둘러본 일본과 그의 공상들 덕분에 한층 기분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