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돌봐줘
J.M. 에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개를 돌봐줘. 으잉? 제목을 보고 책을 딱 집어들면서 한편의 재미있는 코미디 소설 쯤이나 될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든게 사실이었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귀여운 강아지와 뭔가 폭소를 자아낼 것 같아 보이는 뒤의 일러스트는 읽기도 전에 책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어 주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어 나갈 수록 어? 이게 아닌데. 하는 감탄사가 계속 나오고 후반부에 가서는 정말 작가에게 한번 호되게 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금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책의 구성. 여러명의 주인공들이 나와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한다. 아니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는게 맞겠군. 서로 자신들이 감시 당하고 있다고 믿는 막스 코른느루와 으젠 플뤼슈. 그들은 이사 온 첫날부터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면서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막상 아무것도 없다. 한번 든 의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게 마련이다. 이미 내 마음이 그렇게 결론을 내어버린 이상 다른 사고는 들어오지 않는것이 우리의 머리인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사고하고 싶은대로 생각해 버리는게 우리인 것이다.


작가에게 나는 계속해서 이리저리 방황하며 다녔다. 코른누르의 일기를 읽다보면 그의 말이 맞는것도 같고, 또 플뤼슈의 일기를 읽다보면 그의 말이 맞는 것도 같고.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는건가. 그렇게 그들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가고. 하지만 뛰는 이 위에 나는 이가 있다고 했으니. 처음에 가벼이 책을 읽어 나가고자 했던 나에게 점점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는 가히 놀랄만 했다.


작품속의 말에서처럼 소설의 진정한 서스펜스는 '살인범은 누구인가?' 가 아니라 '저자는 과연 제대로 인가?' 가 중요한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당했듯이 책을 읽고 있던 나도 당연스레 그들을 의심했고 뜻밖의 결말에 혼을 빼앗겼으니. 역시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이구나. 책을 읽은 후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제대로라고. 사람들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작가야 말로 위대한 작가가 아닐까. 내가 그의 손안에서 방황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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