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돋는 시간
민경혜 지음, 이은미 그림 / 한림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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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회색빛의 갑갑한 방_

상처, 좌절, 분노, 외로움으로 가득 찬 어두운 방_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면,

서두르지 말고 가만가만 마음에게 말을 걸어 보기로 해요.

 

 

'이젠 괜찮아.' '점점 좋아질 거야.' '다시 시작하면 돼.' '별것 아닌 일인걸.' '나는 할 수 있어.'

그러면 그 마음이 희망, 용기, 배려, 사랑의 힘을 받아 방 안에 가득 찬 회색빛을 조금씩 거두어 낼 거예요. _ 작가의 말 중에서.

 

 

 

 


주인공 윤지는 갑자기 떠난 엄마의 빈자리로 인해 좁고, 답답한 회색빛 방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입니다. 그런 윤지에게 오통 핑크빛 방안에 있는 채린이가 다가와요. 윤지의 엄마는 식물 키우기를 좋아했는데, 엄마가 떠나시고 키우던 꽃들이 모두 다 시들어 죽어버린 것처럼 윤지도 그렇게 자신이 조금씩 시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탓인지 늘 어두웠던 윤지. 채린이는 좋아하는 준혁이가 전학온 수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수진이를 따돌릴 목적으로  윤지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알 것 같으면서도 늘 혼자였던 윤지에게 다가온 채린이를, 수진이를 괴롭히는행동을 모른척 합니다. 윤지는 과연 자신안에 키우고 있던 회색빛의 방에서 조그마한 그 식물을 지킬 수 있을까요?

 

 


수진이가 전학오던 날.

 

 

 


수진이는 예쁩니다. 그런 친구가 전학 왔다는 사실은 윤지에겐 큰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채린이는 달랐습니다. 모두에게 인기있던 준혁이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 채린이가 아니라 수진이라는 사실에 채린이는 핑크빛 방의 빛이 조금씩 어두워집니다. 조금만 달리 생각했더라면 채린이의 핑크빛 방이 계속 빛날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좁고 답답한 회색빛 방, 바다처럼 깊고 넓은 푸른 방, 호기심 가득한 알록달록 무지개 방, 밤하늘의 별들을 다 담은 듯 반짝이는 방, 예쁘게 꾸며진 핑크빛 방. 우리는 이 여러개의 방 중에서 어느 방에서 지낼 수 있을까요? 아니 어느 방에서 살고 싶을까요? 누구나 다 각색의 방을 선택하더라도 회색빛 방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잔뜩 움츠린 채로 음침한 방에서 산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을 테니까요. 그러나 한 번 그 방에 빠지면 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힘이 되고, 그냥 그 존재만으로도 마음의 빛과도 같은 엄마를 잃은 윤지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회색빛 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채린이의 초대로 채린이의 집에가 만나게 된 채린이 엄마는 채린이가 살고 있는 그 핑크빛 방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채린이한테 부러운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채린이는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아직 모르는 것처럼 핑크빛 방에서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채린이, 수진이, 그리고 윤지_ 우리의 인형극

 

 

 


채린이의 행동은 갈수록 윤지를 힘들게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수진이를 괴롭히진 않았지만 방관하는 것이 쌓이다보니 마음의 커다란 무언가가 윤지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화가 나고, 무섭고,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아무도 윤지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또다시 놀림감이 되고,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가 될거라는 생각은 윤지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큼 힘들어할 수진이를 생각하면 멈춰야 했습니다. 팔다리에 묶여 있는 이 줄을 끊고 이 무대에서 퇴장해야만 합니다. 이 모든 게 윤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인형극은 끝이 났습니다.

 

 

윤지는 용기를 내려 합니다. 시들어 가던 잘린 잎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려 합니다. 여전히 회색빛이지만 윤지의 발 밑에서 회색이 걷힌 자리에 초록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키우던 초록이들처럼 다시 밝게 빛날 초록빛 방으로 윤지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갑니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이 겪을법한 마음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책인듯 합니다. 따돌림을 주도하진 않지만 방관하는 친구의 마음의 갈등을, 또한 그 갈등을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로인해 고통받을 친구를 생각하는 윤지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괜찮다고, 점점 좋아질 거라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별것 아닌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다시 혼자가 된다해도 지금 겪는 회색빛 방 보다 초록빛의 방이 더 나을 거라고 꼭 얘기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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