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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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어휘, 생생한 묘사, 유쾌한 표현들...

그 어떤 문학 작품에 견주어도 재미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군데군데 보이는 작가의 유머나 통통 튀는 가치관들이 나를 미소짓게 한다.

아는 중국어라고는 '니하오'밖에 없는 언어학자가 중국 상하이에서 1년간 지내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엮은 이 책은 곳곳에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를 보여준다.

외국인이 여행객이 아닌 거주인으로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눈을 바꿔야 한다는 표현은 처음 낯선 나라에 발을 딛은 자의 두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아메리카노'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는 그곳의 스타벅스에서 카페인을 쟁취하기 위해 수십번 동영상을 돌려 보며 연습하고, 입으로 외며 매장까지 이동하는 장면, 끝내 점원과의 소통으로 몸짓을 사용하고, 그 가리키기 신공으로 치즈케이크까지 득템하는 초능력을 선보일때는 물개 박수를 쳐대며 함께 뿌듯해 했다.

오래된 공간에 그 공간과 연관된 중국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하고, 이야기들을 풀어 낼때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언어학자라고 하더니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먹는 일에 최적화된 공룡의 입과 비교해 보잘것 없는 인간의 입은 먹는 일 보다는 말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디자인 되었다며 단박에 나를 설득한다.

'상하이 하다'라는 동사를 몸소 체험하고 그 일화를 바탕으로 나에게 건넨 설명은 완벽하다. 혼자였고, 중국어에 서툰 이방인이란 이유로 사기의 대상이 되었던 저자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그 덕에 나는 '상하이 하다'라는 동사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그것이 '어떤 일을 속여서 ~하게 하다'라는 뜻을 가졌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배웠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정부(당)라는 이름으로 항공편도 취소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인민들은 그 단어 앞에서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나의 중국'이란 미명하에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중국인들이 정부에 보내는 맹목적 지지의 뿌리를 여기서 발견한 느낌이다.

국가가 만든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는 그 거대함에 관람객이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국가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란 사실을 처음 배웠다. 또한 박물관 안에 전시된 유물들을 통해 수많은 개인의 역사와 기억은 소거되고, 빈 자리에 국가의 기억이 이식되며 그렇게 편집된 채로 우리에게 보여진다.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보는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시간과 공간, 신화와 역사를 넘나들며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정말 쉬워서 부담이 없는데 그러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의 글쓰기 능력에 감탄한다. 언어학자라 그런가??? 4·3 사건을 겪은 제주가 키운 소년은 이렇게 유쾌하고 명랑하게, 무엇보다 쉽고 재밌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 되었다. 언어학자이지만 문맹인으로 1년을 버티는 혼자만의 비밀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수하고 돌아온 그를 환영하며, 앞으로 그의 저작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다. 이미 그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언어를 잃어버린 외국인은 제대로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외국인이 된다는 것은 몸을 바꾸는 일, 즉 변신을 하는 일이다. - P17

가리키기가 가능하려면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마음을 읽는 것이란 ‘나와 상대방이 모두 공동으로 한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동시에 ‘다른 이의 관점에서 그 사물을 보는‘과정이다. - P23

가리키기는 인간과 인간 언어의 시원인 셈이다. - P24

사람들은 언어가 촘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언어란 매우 성긴 그물이다. 세계는 아날로그이지만 언어는 디지털인 까닭이다. - P33

어떤 단어든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는 ‘독립된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주제로 묶인다‘는 뜻의 옴니버스적이다. - P39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새로운 디폴트 값을 찾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 P48

인간의 입은 ‘먹는 일‘보다는 ‘말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 P90

내가 어떤 음식을 언제 누구와 먹는가는 그의 정체성과 그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드러낸다. - P94

미로는 ‘헤매기‘위해 만들어지고, 미궁은 ‘빠지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 같아도 미궁은 그 안에 들어온 이들을 결국 목적지로 정확하게 인도한다. - P134

뛰고 난 후의 나는 뛰기 전의 나와 아주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 P164

어떤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억과 생각들을 같이 끌고 온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우주를 끌고 와서 길 위에 그것들을 포개 놓는다. 그렇게 그 길은 각자에게 모두 다른 길이 된다. - P174

거리에 널려 있는 빨래는 일종의 지극히 사적인 일기이고, 거리는 사적 기록이 전시된 도서관이 된다. 사적인 일기들이 서가에 가득 꽂혀 있는 이상한 도서관 - P184

이 나라는 마오의 욕망과 자본주의를 내재화한 인민의 욕망이 끈끈하게 엮여 서로 복화술사처럼 대화하는 곳이다. - P205

국가가 만든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는 관람객들을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박물관의 거대함을 알리는 데에는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거대함은 그 박물관을 지은 상상의 공동체(국가)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보여준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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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이
헬렌 피츠제럴드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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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펼치는 순간 대책없이 빠져들고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다.

사랑이라는 굴레를 씌워 상대를 옭아 매고,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한 채 마지막 순간까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사랑했던 남자 앨리스터, 그 남자의 달콤한 말과 행동을 자신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라 믿고 스스로를 잃어 가는 사실을 모른채 그에게 빠져 들었던 알렉산드라와 조애나, 그리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클로이와 노아...

누가 봐도 잘 생기고, 상냥하고, 다정한, 완벽한 남자 앨리스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진실이 있기는 할까 싶게 거짓말에 능하고, 모든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 그를 보며 정말이지 치가 떨린다.

그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가족들이 모두 그로 인해 불행했다는 사실을 알기나 했을까... 자신의 실수로 노아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었으면서 철저하게 침묵하고 조애나에게 거짓말을 강요하면서 교묘하게 그녀가 스스로를 자책하도록 만든다. 투약 실수로 인해 벌어진 노아의 죽음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하나의 거짓말이 금세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더니 순식간에 200만 7,943개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아들이 죽었는데도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아이를 쓰레기 봉투에 담아 땅 속에 묻고, 태연하게 실종된 아기의 아버지 연기를 하며, 조애나에게도 연극에 동참하도록 강요한다. 그뿐 아니라, 노아의 실종 사건을 빌미로 방송에 출연할 계획을 세우고, 책을 출판하려 애쓰며 너무나도 태연하게 거짓말이라는 갑옷을 두르고 당당하게 군다. 결국 그의 실체를 깨달은 조애나가 모든 것을 멈춰준 것에 대해 앨리스터는 죽어서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 생각했다.

피곤해서 그런거라며 잠자리를 피하는 앨리스터의 말에 자신에게 매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탓하던 알렉산드라, 클로이 출산 전 변호사로 당당하게 살던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사랑하는 딸 클로이와 함께 남편과 조애나의 불륜현장을 목격하던 그날, 간신히 버티고 있던 그녀의 자존감은 무너져 내렸다. 클로이를 지켜내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호주로 떠났다. 그후로 그녀의 머릿속에서 매순간 앨리스터와 싸우며 우울증에 시달리고, 알코올에 찌든채로 4년이 흘렀고, 클로이의 양육권을 놓고 앨리스터와 법정 다툼을 앞두고 있다 그 사건이 일어났다. 앨리스터와 조애나에게 불행이 닥치기를 바라고 바랬었는데 막상 불행이 일어나자 그녀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녀는 조애나가 걱정되고 안쓰럽다. 그리고 이 순간 자신이 앨리스터 곁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조애나에게 미안하다. 알렉산드라는 무의식중에 앨리스터의 거짓과 위선을 간파하고 있었나보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을 잃어 버렸고, 지금은 조애나가 그럴 것이란 걸 안다. 힘든 시간 그녀의 곁에는 항상 기다려 주고, 지켜주는 필이 있었고,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러면 어떠랴... 결국 그녀는 필, 클로이와 함께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

유부남인 사실을 모른채로 사랑에 빠지고, 사실을 알았을 때 무던히도 관계를 끝내려 애썼지만 결국 드라마 삼각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비밀 관계를 이어가다 마침내 그의 딸 클로이와 아내 알렉산드라에게 불륜 현장을 들키는 조애나...

그를 만나기 전 늘 밝고, 행복한 에너지를 발산하던 그녀는 이제

생후 9주된 노아의 육아에 지쳐 피폐해진 불쌍한 초보 엄마였다.

불륜 현장 발각 이후 클로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 버린 알렉산드라의 빈 자리를 차지하고 이제 클로이의 양육권을 되찾으려는 앨리스터와 함께 노아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향한다. 두 번의 비행동안 끈질기게 울어대는 노아, 그로 인해 지칠대로 지쳐 힘든 조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잘하는 앨리스터... 짤막한 상황 정리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장면이다. 같은 부모의 처지에서 볼 때 그 어린 신생아를 데리고 장거리 비행을 계획한 앨리스터를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알렉산드라와 함께였을때 클로이 육아를 이미 경험했던 그가 조애나의 고군분투를 몰랐을까? 무관심 했을까??? 노아를 잃은 후 앨리스터의 일련의 행동들을 보며 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의 실체를 알게 되는 조애나, 그를 만나기 전 행복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드라마 삼각형의 틀 안에서 빠져 나갈 것을 결심한다.

불행이 일어나면서 알렉산드라와 조애나는 서서히 자기 자신을 찾는다.

그리고 앨리스터로부터 상대를 지키려 하며 연대의식을 느낀다.

조애나는 클로이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드라마 삼각형을 깨트리고 스스로에게 벌 주기를 택한다. 클로이에게는 딸을 사랑하는 다정한 아빠의 이미지를 건네고 노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혼자 간직한 채, 남자친구를 살해한 살인범으로 남는다. 릴리필리 나무를 통해 노아를 느끼고, 클로이와 알렉산드라의 행복을 지켜보며 자신의 행복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너의 행복을 세울 수는 없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그녀가 건져올린 금언을 통해 그녀의 불행은 자신의 불륜으로 알렉산드라와 클로이의 행복이 깨짐에서 기인했고, 이제 그녀들이 행복해짐으로써 조애나도 그들의 행복 위에 자신의 행복을 세울 수 있음을 말한다.

조애나와 알렉산드라의 시점, 사고가 일어나던 날과 법정의 시간들을 교차로 편집하면서 그녀들의 심리와 앨리스터의 추악한 모습을 기가 막히게 묘사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는 앨리스터를 제외한 모든 인물이 되었다.

비행기에서 노아를 달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애나의 모습은 출산 초기 육아에 지친 내 모습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했고, 그녀의 고단함이 나의 것인양 느껴졌다. 불륜현장을 목격하는 대목에서 나는 알렉산드라가 됐고, 클로이가 되었으며 앨리스터의 뻔뻔스러움에 분노했다.

노아를 잃은 후에 보인 앨러스터의 간악함에 나는 조애나가 되어 그에게 치를 떨었고 그녀와 함께 드라마 삼각형을 깨뜨리려 애썼다. 알렉산드라는 커스티를 통해서 비로소 필의 사랑을 깨달았지만 나는 일찌감치 그의 넘치는 사랑을 느꼈다. 단언컨데 필은 앨리스터와 알렉산드라가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필은 앨리스터의 본모습을 알고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조애나와 알렉산드라는 앨리스터로 인해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 버리고 불행에 빠졌지만 그 불행으로 인해 그녀들은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행복도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노아에게는 너무너무 안됐지만 고맙기도 하다. 노아는 조애나와 알렉산드라, 클로이의 행복을 세우기 위한 초석 같은 역할이 아니었을까...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으나 안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앨리스터,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조애나와 알렉산드라, 클로이를 포함한 그 어떤 여자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조애나를 대신해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너의 행복을 세울 수는 없다!!!"

자녀들을 데리고 장거리 비행을 했던, 아이들의 약을 기내에 들고 들어가기 위해 빈 약병에 옮겨 담았던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 이야기는 두 여인에 대한 치밀한 심리 묘사로 한시도 눈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결국 천하의 나쁜놈으로 드러난 앨리스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두 여인의 이야기에서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가 난 앨리스터의 시점도 궁금하다. 도대체 그의 머리에는 무슨 생각이 떠다녔고, 그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감정들이 떠올랐다 사라졌을까...

번외편으로라도 꼭 확인하고 싶다. 오후 늦게부터 읽기 시작한 책에 빨려 들어 자칫 밤을 넘길뻔 했다.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도 계속 이야기 생각에 빠졌다. 책을 덮고도 감정에 빠져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이야기의 힘을 느끼며 작가와 번역가에게 존경심을 느낀다.

어쩌면 그는 인간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 P85

우린 아들을 잃었어. 다른 모든 걸 잃을 순 없어. 그건 잘못된 게 아니야. 누굴 해치는 것도 아니잖아. - P187

우린 좋은 이유를 위해 이러기로 결정한 거야. 우린 윯은 일을 하는 거야. 뭔가 말하고 싶으면 나한테 해. 내가 그 앨 어디다 묻었는지는 잊어버려. - P195

그녀는 혀끝을 깨물었고 그녀가 하려던 말은 피가 되었다. - P204

산불로 들이 모두 타버린 이 풍경이 지금 우리의 기분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 P209

제가 어머님 아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 P251

그가 언제나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그녀는 깨달았다. - P265

한순간 그를 밎지 못하다가 바로 다음 순간에는 그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가 곧바로 세상 그 무엇보다 그를 사랑했다. - P268

그 남자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 P280

당신은 자기애에 빠진 사이코패스야. - P283

앨리스터의 약속이라니, 얼마나 가치 없는 것인가. - P297

불륜 때처럼 이번 일도 하나의 거짓말에서 시작되었다. 지금도, 그때도 하나의 거짓말은 두 개가 되었다. - P303

아주 잠깐 가게 안에 들어갔다 나왔을 뿐이다.
거짓말이 세 개가 되었다.
앨리스터는 흔적을 지워야만 했다.
거짓말은 200만 7,943개가 되어버렸다. - P304

아기에게 잘못된 약을 먹였다. 아기는 그 약에 알레르기가 있었다. 그녀가 아기를 죽였다. 노아는 절대 자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클로이에게서 그런 삶을 빼앗아버렸다. - P305

말이란 얼마나 무의미하고 한심한가. - P325

다른 사람의 고통 위에 너의 행복을 세울 수는 없다. - P330

당신 잘못이었잖아. 그런데 지금까지 내내 내 잘못이라고 믿게 했잖아. 내가 내 아들을 죽였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잖아! 내가 그게 사실이라고 믿게 만들었다고. - P371

그녀는 재빨리 몸을 날려 핸들을 잡았다.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삼각형을 이루는 세 개의 선이 낱낱으로 떨어져 나갔다.
아름다워라!
그녀는 미소 지었다. - P373

제가 죽은 거라고 말해주세요. - P374

살인으로 유죄를 선고하세요. 그게 제가 한 짓이니까요. 무기징역을 선고해 주세요. 그래야 마땅합니다. 그건 제 잘못이에요. 오롯이 제 잘못이에요. 노아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 말은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거예요. - P391

그녀의 행동이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그건 그녀가 스스로 책임을 지려고 하는 열망에 구경꾼들이 품고 있던 독을 쏟아낼 곳이 없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 P392

나는 새롭게 느껴지는 이 감정을 거부하고 싶었다. 그건 그녀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다. - P394

도자기 속의 황소, 천 속엔 온통 밤송이죠. 사랑에 관한 시예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시. - P396

알렉산드라하고 필이 한 달 전에 결혼했어요. 클로이가 들러리를 섰죠. 그들의 행복 위에 제 삶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이에요. - P402

두 여인은 모두 앨리스터와 함께 있을 때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앨리스터는 강력한 자기애와 자기중심성으로 두 여인의 자아가 붕괴되도록 만들었다. 그가 사랑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 P407

모성은 선천적인 것도,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모성이라는 것은 아이를 열 달 동안 품고 키워내며 서서히 키워가는 것,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온갖 궂은일을 처리해가며 더욱 두터워지는 것이다. - P407

헬렌 피츠제럴드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아이 둘을 데리고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갔던 일, 아이들 약을 기내에 가지고 들어가기 위해 빈 약병에 나누어 담아야 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 P410

조애나가 마침내 드라마 삼각형에서 자발적으로 나오고자 결정한 순간 자기 자신이 되었다. 진정한 사랑이란 온전한 자기 자신인 채로 누군가와 관계 맺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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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디트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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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파 피어스"는 BBC방송국, 옥스퍼드 대학, 안드레 듀취사 등에서 방송 작가와 편집자로 일하면서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을 많이 쓴 동화 작가다." 그녀의 대표작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가 그래픽 노블로 다시 돌아왔다. 책 읽기 힘들어하는 청소년 아들에겐 만만한 만화책이라고 해야 하나...

책이 도착하자마자 네 책이라 내밀었더니 단숨에 읽어 치우고 들고 나왔다.

느낌이 어땠나 물었더니 역시나 제대로 표현을 못한다. "그냥..." 남자 애들이란...

책을 받아 들고 나도 읽는다. 몇 번을 앞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고 또 읽는다.

여름방학 톰의 동생 피터가 홍역에 걸린다. 톰에게 병이 옮을까 걱정된 부모님은 그를 이모네 집으로 보낸다. 하지만 혹시 홍역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톰은 확인이 될 때까지 2주간 이모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어린 소년이 얼마나 갑갑했을까 싶다. 그러다 그 일이 일어난다. 이건 꿈 이야기 인가? 싶으면 또 아닌것 같다. 괘종시계가 13번 치면 환상의 세계가 열린다.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그런데 또 믿게 된다. 믿고 싶다. 시간을 통과해 과거로 들어간 톰은 그곳의 해티와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엄청난 규모를 뽐내는 정원에서... 그곳에서 톰은 해티와 정원사 아벨 아저씨의 눈에만 보인다. 해티와 톰은 서로 상대방을 유령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톰과 해티, 각자의 세계에서 시간의 흐름은 같지 않다. 해티의 시간은 톰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간다. 톰은 여전히 지금의 톰이지만 해티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결혼할 사람도 만난다. 두 세계 시간의 속도가 다름을 눈치 챈 톰, 그녀에게 간절한 부탁을 한다. 언젠가 그녀가 그 집을 떠나게 되는 날, 그녀가 신던 스케이트를 둘만 아는 비밀 공간에 놓아 둘 것을.. 그리고 톰은 자신의 세계에서 스케이트를 발견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동화인지 과학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평행 우주 이야기 인가 싶기도 하고, 영화 <동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피터의 병이 다 낫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그리고 더이상 그 정원으로 나갈 수 없게 된다. 너무 슬퍼 통곡하는 톰... 그리고 이모네 집의 주인 할머니에게 불려간다. 바살라뮤 부인이라 칭해진 그녀는, 정원에서 톰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해티였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살다 톰의 세계에서 다시 만난 해티와 톰... 그들은 다른 속도의 시간을 살아 왔지만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보냈던 기억은 공유한다. 그리고 서로가 실존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세월이 흐르며 정원의 모습은 변했고 해티와 톰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기억이다. 톰의 세계에서 두 사람이 만났으니 이제 예전의 정원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듯 싶다. 해티에게는 현실이었고, 톰에게는 환상의 세계였던 정원의 문이 닫혀 버린것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그래도 톰이 봤던 그 정원의 모습이 실제 존재 했었다는 사실, 그곳을 실제 경험한 톰이 부럽기만 하다. 이 세계에서 만난 해티와 톰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해티가 너무 늙어버려 아쉽지만 서로의 기억이 거짓이 아니고, 본인과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 톰이 살아갈 미래는 무척이나 풍요롭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앞으로 몇 번을 다시 찾아 읽고 또 읽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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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이
헬렌 피츠제럴드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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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고통 위에 너의 행복을 세울 수는 없다!!’
과연 그들중 누가 누구를 고통에 세웠을까요?
사실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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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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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이지만 데커에게는 천형과 같다. 끔찍한 기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므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살인자들을 잡아 들이는 것으로 채우는 데커에게 의무와도 같은 휴가 명령이 떨어진다. 동료 재미슨의 언니 부부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함께 간 데커.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목격하고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결국 데커와 재미슨은 세 건의 살인 사건 조사에 합류하게 되고 데커의 천형과도 같은 재능과, 풍부한 범죄관련 지식들로 범인들의 중심에 다가가게 된다. 그들의 성과는 범인들을 긴장 시켰고 죽음 직전까지 이르는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결국 모습을 드러내는 범죄자들의 추악한 욕망‥ 퇴락한 도시 배런빌에서 돈을 위해서는 사람 목숨따위는 우습게 버리는 인간의 욕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설과 같은 배런가의 보물 이야기, 한때 번성했던 한도시의 몰락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 마약 이야기를 통해 산업의 흥망성쇄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 약물 과용에 대한 대책, 산업체와 주민들간의 유기적인 관계 확립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데커와 6살 조이를 교감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모습은 앞으로 에이머스 데커가 조금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겨준다.

데커 시리즈를 처음 접한 느낌은 다빈치 코드를 접했을 때와 비슷하다. 이제 난 데커시리즈를 찾아서 읽을 것이고 틈만 나면 작가의 신작 소식을 수소문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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