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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디트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9년 7월
평점 :
"필리파 피어스"는 BBC방송국, 옥스퍼드 대학, 안드레 듀취사 등에서 방송 작가와 편집자로 일하면서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을 많이 쓴 동화 작가다." 그녀의 대표작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가 그래픽 노블로 다시 돌아왔다. 책 읽기 힘들어하는 청소년 아들에겐 만만한 만화책이라고 해야 하나...
책이 도착하자마자 네 책이라 내밀었더니 단숨에 읽어 치우고 들고 나왔다.
느낌이 어땠나 물었더니 역시나 제대로 표현을 못한다. "그냥..." 남자 애들이란...
책을 받아 들고 나도 읽는다. 몇 번을 앞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고 또 읽는다.
여름방학 톰의 동생 피터가 홍역에 걸린다. 톰에게 병이 옮을까 걱정된 부모님은 그를 이모네 집으로 보낸다. 하지만 혹시 홍역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톰은 확인이 될 때까지 2주간 이모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어린 소년이 얼마나 갑갑했을까 싶다. 그러다 그 일이 일어난다. 이건 꿈 이야기 인가? 싶으면 또 아닌것 같다. 괘종시계가 13번 치면 환상의 세계가 열린다.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그런데 또 믿게 된다. 믿고 싶다. 시간을 통과해 과거로 들어간 톰은 그곳의 해티와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엄청난 규모를 뽐내는 정원에서... 그곳에서 톰은 해티와 정원사 아벨 아저씨의 눈에만 보인다. 해티와 톰은 서로 상대방을 유령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톰과 해티, 각자의 세계에서 시간의 흐름은 같지 않다. 해티의 시간은 톰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간다. 톰은 여전히 지금의 톰이지만 해티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결혼할 사람도 만난다. 두 세계 시간의 속도가 다름을 눈치 챈 톰, 그녀에게 간절한 부탁을 한다. 언젠가 그녀가 그 집을 떠나게 되는 날, 그녀가 신던 스케이트를 둘만 아는 비밀 공간에 놓아 둘 것을.. 그리고 톰은 자신의 세계에서 스케이트를 발견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동화인지 과학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평행 우주 이야기 인가 싶기도 하고, 영화 <동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피터의 병이 다 낫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그리고 더이상 그 정원으로 나갈 수 없게 된다. 너무 슬퍼 통곡하는 톰... 그리고 이모네 집의 주인 할머니에게 불려간다. 바살라뮤 부인이라 칭해진 그녀는, 정원에서 톰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해티였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살다 톰의 세계에서 다시 만난 해티와 톰... 그들은 다른 속도의 시간을 살아 왔지만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보냈던 기억은 공유한다. 그리고 서로가 실존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세월이 흐르며 정원의 모습은 변했고 해티와 톰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기억이다. 톰의 세계에서 두 사람이 만났으니 이제 예전의 정원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듯 싶다. 해티에게는 현실이었고, 톰에게는 환상의 세계였던 정원의 문이 닫혀 버린것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그래도 톰이 봤던 그 정원의 모습이 실제 존재 했었다는 사실, 그곳을 실제 경험한 톰이 부럽기만 하다. 이 세계에서 만난 해티와 톰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해티가 너무 늙어버려 아쉽지만 서로의 기억이 거짓이 아니고, 본인과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 톰이 살아갈 미래는 무척이나 풍요롭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앞으로 몇 번을 다시 찾아 읽고 또 읽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