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노화와 질병 사이에서 품격을 지키는 법
헨리 마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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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자주 접하는 직업 중 하나가 의사다. 저자는 신경외과 의사다. 자신이 암에 걸려 환자의 위치에 서면서 죽음에 대한 시각이 일부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노화, 질병, 죽음은 자의적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다.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도 없다. 두렵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자신의 살아 온 삶의 격을 놓치기 쉽다.

인간의 삶에서 노화는 피할 수 없다. 늙고 생기 없는 자신을 바라보며 긍정적인 사고란 쉽지 않다. 질병 역시 부단한 노력과 예방을 통해 막으려 애쓰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노화와 질병 앞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지혜는 무엇인가 생각한다. 의료 체계 안에서 부딪힌 환자에게 지식과 의술로서 마주했던 과거를 반성한다. #헨리마시_는 질병 앞에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환자에게 통계와 확률로 답했던 자신을 떠올린다. 자신이 좀 더 인간적인 의사로서 환자를 마주했어야 된다고 느낀다.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운지 마음을 알아주고 희박한 수치보다 메시지를 건네야 했었다고 고백한다. 사람의 생애가 마지막까지 품격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어야 된다. 죽음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질병은 환자의 삶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죽음에 대한 사고는 삶에 대한 우리의 철학적 태도의 반영이기도 하다. 존경받는 의사에서 사회적 약자인 암 환자로서 서게 된 저자에게서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읽는다.


■ 공감과 연민에서 멀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모든 생명체를 '우리와 그들'로 나누는 것이다. (43쪽)
□ 공급자와 수요자의 체계 속 일원. 의료 체계가 보여주는 건조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


■ "선생님께 수술을 받고 나서 이렇게 마비가 왔어요." 그녀는 한쪽만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수술 후 이렇게 된 저를 보고 정말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는 선생님을 용서했습니다." (72-73쪽)
□ 우수한 의사일수록 어렵고 힘든 수술 앞에 서게 되고, 더 많은 수술 후유증을 마주하게 된다. 나쁜 의사일까? 어쩔 수없는 현실 앞에 고뇌하지 않고 후유증에 대한 극복을 의사와 환자가 같이 하지 않는다면, 그는 나쁘다.


■ 전에는 수집한 목재들을 바라보는 일이 그저 즐거웠는데, 그 기쁨이 점점 사라지고 허무함을 넘어 병든 미래로 인한 불행함까지 느껴진다. 지금 무엇을 만들든지, 그 물건은 나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이므로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물건만 만들어야 한다. (88-89쪽)
□ 첫 수술은 두려웠을테지만, 환자에게는 노련미를 보여야만 하는 그. 환자로서 그가 의료인들을 바라보면서 '괜찮아 질거야'라는 메시지를 찾고 있다. 이미 불행하지만 덜 불행하기 위해.


■ 병원에는 환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라는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여전히 약자로 취급되며 병원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돈 낭비로 여겨진다. 환자들을 정말로 존엄과 존경으로 대했다면 애초에 이런 안내문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108쪽)

■ 미래의 행복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행복을 내가 죽은 후 누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도 안다. (120쪽)

​■ 유전자를 교정하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온갖 종류의 예측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인간 게놈을 변형시키는 것은 정상적인 유전자를 재배열하는 것과 다른 문제다. 인간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간단한 유전자 해킹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존재한다고 해도 온갖 원치 않는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다. (151쪽)
□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결과치만을 바라보는 현실. 그에 따른 수많은 부작용과 희생은 간과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 사망률을 보여주는 논문에 실린 그래프와 표를 연구하며 내 미래를 예측해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별자리로 내 미래를 점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논문에 실린 그래프와 표는 나에게 일어날 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통계와 확률일 뿐이었다. (162쪽)
□ 치료 후 의사의 경과 설명도 수많은 후유증이 모두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공포심 하나 가득한 경고와 후유증 사례는 의료진의 방어 체계 구축을 위한 것이지, 환자을 위한 위로는 아니다. 신약 개발 및 논문의 연구 사례 등도 확률과 통계 수치로 희망적인 의료 발달을 내다보는 것이지 환자에게 반드시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 없는 의료 체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 처음 전립선암을 진단받았을 때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할수록 정말 중요한 질문은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200쪽)
□ 저자 #헨리마시_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주제다. 노화, 질병, 사고, 타의 등 죽음의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수 없지만 질병처럼 예후가 그려지는 과정 속 자신의 모습을 마냥 타인에게 결정권을 내주고 싶지 않다.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환자로서 스스로 의견을 밝힌다. 우리는 과연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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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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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TV프로그램의 인기는 사건 현장을 직접 마주하고 함께 추적해 가는 과정을 엿보는 듯 해서이다. #알래스카샌더스사건 소설은 사건 담당 형사와 추리소설가가 함께 사건을 추적해간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었던 소설가가 이미 종결된 사건의 진실 일부가 드러나자, 과거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되짚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가 설정해 놓은 상황과 증거를 바탕으로 독자가 추리해 가는 재미와 더불어 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가 만들어 내는 반전의 서사는 두 권의 걸친 이야기가 빠르게 읽히도록 만든다. 추리 소설 중에서 반전의 내용이 있다면, 소설을 읽는 내내 등장하는 인물 모두를 의심하면 읽게 된다. 의심을 기반한 추리를 계속 해 나가면서 인물의 설정에 대한 서사가 탄탄하기에 읽어가면서 틈을 파헤치기 쉽지 않다. 첫 장면은 곰에게 시신을 뜯기는 장면이다. 시체로 발견된 여성 주변에 대놓고 의심되는 인물 두 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는 조사 중 죽고, 한 명은 체포되어 수감 중이다. 그런데 사건의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실마리가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증거와 상황을 따른 추적이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듯하고, 과거사를 파헤친 듯 싶은데 현재로 돌아오는 기묘하고 짜임새있는 전개가 흥미를 더한다.



■인물
-피해자 : 알래스카 샌더스 - 미인대회 우승자, 영화배우 지망생, 용의자 1인과 동거 중 이별, 용의자 2와 다툼

-용의자 1: 피해자와 동거 중 이별 통고받음, 과거 연인에게 폭력적 상황을 전개하여 경찰 신고 당함, 자신의 집에 불을 지름.

-용의자 2: 피해자 시신 주변에서 자신의 티셔츠에 피가 뭍은 채 발견, 자신의 프린터에서 출력된 협박 편지


■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이 공식적으로 종결된 걸 축하해."
"어떤 사건이든 종결될 수는 없어요." 페리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저는 그들로부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요. 살아 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 모두로부터." (1권, 265쪽)
□ 증언과 증거 사이의 느낌적 공백, 그 틈이 주는 비논리적 서사를 메우면서 또 다른 사건으로 전개된다.

​■ "살인자의 관점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집중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죠."
" 그 말은 이번에도 유효해. 일단 《세일럼 뉴스》를 찾아가볼 생각이야. 알래스카의 과거를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어. 지난날 세일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1권, 432쪽)
□ 인물의 성격이 단편적이거나 단일한 서사를 넘어서 다각도로 해석되어 살아 있는 한 사람으로 서술되어서 실제 사건을 소설화 한 듯 하다.


■ 수사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때까지 이해되지 않았던 일들에 대한 퍼즐이 맞춰졌다. 페리는 이번 수사로 밝혀낸 사실들이 기폭제가 되어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자신했다. (2권, 265쪽)
□ 탐문 수사로 밝혀진 인물 간의 관계, 그에 맞춰 찾아 낸 증거와 증인 등 잘 짜여진 스토리가 어쩐지 찜찜하다. 사진에 찍힌 날짜와 범행 시각에 대한 작은 틈이 사건의 전환점을 만든다.


■ "신부를 봐!" 페리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신부를 좀 보라고!"
사진을 들여다본 나 역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2권, 410쪽)
□ 사건을 읽는 독자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재미있고 긴박하며 반전 가득한 추리 소설 한 권 추천. 900여쪽에 달하는 내용이 결코 길지 않으리라!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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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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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전은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다소라도 긍정적 방향의 결과를 낳기 위함이다. 미래 과학 소설이 그려내는 미래는 우울하고 디스토피아적 세상이 많다. 과학 발전의 결과물은 자본주의 산물과 마찬가지로 계급에 따른 불평등 소유가 당연시되고 인류가 바라던 인권적 사회의 방향에 반하는 봉건적 질서로 회귀를 그려낸다. #네가있는요일 안에 그려진 세상 역시 유산자 계급은 365일 자신의 신체를 가지고 삶을 향유한다. 그 외 무산자 계급은 신체 하나를 요일별로 공유하며 살게 된다. #박소영 작가의 소설 속 설정만으로도 미래 과학이 그려낼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인류의 인구 증가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때, 과학과 윤리는 상충할 것이고 과연 우리는 어떤 결과에 도달할 것인가. 현재 시점의 문제가 물리적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으나 정서적·윤리적 차원이 쉽사리 온전한 방향으로 풀려나가지 못할 것이다 라고 대부분 상상한다. 그런 디스토피아에서 과연 우리가 풀고자 하는 해결 방향은 어디로 향하는가. 결국 답은 지금이나 미래나 같을 것이다. 문명의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없는 성장은 결국 인간성을 찾는 이들에 의해 재정립될 것이다. 살과 피로 구성된 인간만이 아니라 형체가 없는 인공지능이든, 고철에 불과한 로봇이든지 무관하게 인간의 질서 안에서 다시 해석하고 공동체 라는 틀을 다시 만들어갈 것이다.


설정과 서사를 풀어가는 배경은 다소 무거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일별 신체를 공유하는 수요일 인간 - 현울림, 365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화요일 인간으로 사는 강지나 사이의 관계와 갈등이 주를 이룬다. 독특한 소재와 서사만큼이나 울림을 둘러싼 군상들의 고군분투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영상미를 문장으로 그려놓은 SF소설. 이번에도 #박소영 작가의 상상력은 단연 돋보였다.


■ 거의 모든 사람이 일곱 명씩 보이메이트로 묶여 하나의 신체를 요일별로 공유하는 인간 7부제의 시대였다. (18쪽)

​■ "증거 자체에는 악도 선도 없지." 양 선생이 등 뒤의 불상을 돌아보았다. "인간의 해석과 의도에 악이 있을 뿐." (201쪽)

​■ 울림은 해피의 저 작은 몸속을 순환하는 게 붉은 혈액이든 일 년 전에 충전된 배터리 전력이든 상관없었다. 울림에게도 해피는 그냥 해피였다. (214쪽)

​■ 낙원의 딸아이는 모든 면에서 유이레보다 훌륭했다. 기저귀를 하루 만에 뗐고, 언어 발달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아이는 부부가 원하는 속도대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낙원의 딸아이에게는 실망이라는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293쪽)

​■ "사실, 법의 처벌보다 마음에 들어. 감옥에 가서 누군가가 만든 지옥에 접속하는 것보다 여기서 본인이 만든 지옥에 갇혀 있는 게 더 가혹하잖아." (417쪽)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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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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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공존에 대한 목소리와 공감이 커져갔다. 사회의 구석구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깊이가 달라졌다. 사회의 공적인 영역에서 약자와 소수에게 나눔과 배려를 통해 공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일부는 갈등하고 혐오의 목소리로 낸다. 숨겨진 갈등이 표면화되고 공론화되면서 대립한 듯 보이지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성 소수자가 있었지만 그림자처럼 없는 듯 지냈었고, 동물 학대나 사각지대의 처우 등은 주목받지 못했다. 기성 질서나 권위 속에서 권리 주장이 어려웠던 영역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노인, 아동, 비정규직 노동자, 빈곤계층 등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받아들이고 개선을 위한 방안이 모두의 몫으로 조금씩 인식되고 있다. #공존하는소설 속 이야기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신 이외의 존재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인식의 틀로 작용되길 바란다. 다른 존재에 대한 인식은 자신을 향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연령에 국한하여 이해 여부가 달린 것은 아니기에 기성 세대 역시 인식의 틀을 변화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 너는 그게 선의라고 생각하지? 돌아보고 미적거리고 자꾸 여지를 나기는 거. (29쪽)
■ 선생이길 기대하고 대우해 주면 당연히 선생으로 있어야지. 근데 아니잖아? 서비스를 요구하면 서비스만 해 주면 돼. 하는 만큼 받는 거야. 세상은 공평하거든. (36쪽)
■ 열심히 살수록 불행해지고 남의 호의에 기생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언니가. 희망이 가장 두렵고 끈기가 가장 무서운,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끝끝내 인정하려 들지 않는 선하고 한심한 언니가. (39쪽)
□ 저자 #안보윤_의 #밤은내가가질게 이야기가 주는 충격이 컸다. 정인이가 떠올랐고, 이슈화된 교육현장이 함께 그려졌다. 학부모 앞에서 보육교사는 그저 서비스 종사자일 뿐이었는데 어린 주승이를 만나면서 마음의 틈이 생긴다. 그 틈은 자신의 인생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언니의 인생도 돌아보게 만든다. 약자가 약자를 돌보는 시스템이 그려진다. 인간은 작고 연약한 존재로 태어나 지나한 과정을 거쳐 다시 작고 연약한 존재가 된다. 서로 이해하지 못할 극소수의 유해한 이들을 제외하고 서로를 보듬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외면하지 말고 시선을 두고 회피하지 말고 함께 부딪힐 수 있길 소망해 본다.


■ 그동안 잠도 줄이고 게으름 피우는 시간도 줄이고 말도 줄이고 꿈과 기대와 감정까지 줄이며 살았는데 여전히 뭔가를 더 줄여야만 했다. (57쪽)
□ #서유미_의 #에트르 에서 만난 비정규직 삶은 현실 그대로 반영했다. 사회와 학교가 이끄는대로 과정과 시간을 마치면 주어진 인생을 그런대로 살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도 시장 경제 논리의 잣대만을 내세운다면 그 논리가 틀린 것이다. 법률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면 우리가 합의한 그 법률이 틀린 것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았는가, 세상 속 사람도 생각도 바뀔 때가 된 것이다.


■ 엘리베이터 버튼에 점자가 없어 시정 명령이 내려왔는데 점자 버튼으로 교체하는 대신 그냥 벌금을 물기로, 입주자 투표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결정했다는 보도였다. (91쪽)
□ 고급 고층 아파트 속 사람들의 사고가 합리적이고 경제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윤리적이다는 평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는 의식은 결국 진주 목걸이를 자랑하는 돼지에 지나지 않다. 혹시 그 돼지를 오늘도 부러워하지 않는가.


■ 보통 이야기는 아닌 듯싶었고, 어떤 것이든 진희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참을 망설이다 진희가 입을 열었다. (118쪽)
□ 성 소수자의 고백이 여전히 불편하다. 자신의 정체성과 엇갈려서만은 아니다. 구성원으로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개인의 생활 영역에 대한 접점이 아직 부족하다. 일련의 과정 중이다. 과거 장애에 대한 혐오가 자연스러웠던 고릿적처럼. 한 사람의 인격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떠한 이유를 붙일 수 없이.


■ 잠들었다가는 …… 절로 감기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뜨면서 그는 잠들지 않으려 용을 썼다. 부디 깨나지 않기를 소원하면서 잠든 밤이 숱하면서도, 그는 내일 아침 눈뜨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136쪽)
□ 초고령사회로 치닫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고요한밤거룩한밤 이야기다. 경제적 빈곤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을 사회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어려운 경제는 노인일자리 제공을 순탄치 않게 하고 의료 등 서비스 확대는 세금 징수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자신의 차례에 이르기까지 시한폭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가까이 다가가면 갯내보다 기름 냄새가 더 진하게 코를 찌르는 곳이기도 했다. 언제 어느 쪽에서 바라보아도 희미하기만 한 수평선, 시멘트 부두에 부딪혀 출렁이는 파도는 푸른빛이 아니라 잿빛이었다. (237쪽)
□ 집, 직장, 가족의 틀 속에서 지내는 사람은 그 밖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인간은 부족한 것에서 불편과 필요를 느낀다. 불편과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세상이다. 작은 존재들의 움직임이 더 많아지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 창비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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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끼는 너에게 주고 싶은 말
도연화 지음 / 부크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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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편지글을 쓰면서 예쁘고 고운 마음을 담아주고픈데, 메마른 낙엽 마냥 단어가 말랐다. 힘내라는 마음은 주고 싶으나 힘을 쓰고 싶지 않고, 기운내 라고 말하고 싶으나 그저 따뜻함을 느껴질 수 있기를 바랐다. 인스타 피드를 넘기다가 짧은 문장이 닿았다. 함축적이고 운율의 형식을 갖고 있지 않은데 시처럼 노래처럼 입에 머물렀다. 말로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을 글로 담아 둔 것이다.

​지치고 힘든 날은 세상과 상대도 밉지만 자신이 가장 미워 보인다. 탁한 마음이 들어선 날은 다 마르고 없어진 줄 알았던 눈물샘이 넘쳐난다. 끊임없이 풀리는 실타래 마냥, 놓기만 해도 일이 잘 되어지는 때도 있다. 마음 한가득 자신이 사랑스럽다. 자신에게 가장 너그럽고 고마우며 응원할 수 있는 #가장아끼는넝에게주고싶은말 에세이에는 희망과 온기가 있다. 누군가 지쳐있고 격려가 필요하다면,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한 날에 딱! 한 글귀만을 마시면 피로 회복 완료! 가을로 넘어오는 계절밤에 드문드문 읽어내려가며 나이드는 몸에게 기운을 북돋워주고, 쪼그라드는 마음에게 토닥토닥 보듬아주었다.

​■ 나의 생각은 나의 정답이 되어간다. 생각은 내가 했지만, 생각이 나를 설득하는 순간이 온다. (15쪽)
□ 당신의 말 한마디가 건넬 전우주적 에너지!


■ 수많은 우여곡절을 마주하고 깨달은 게 있다. 모든 건 지나가지만,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태풍은 지나가지만,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무너져 있는 것처럼. (40쪽)
□ 없던 일이 되지 않기에 흉터 조심!


■ 감정의 중심이 상대에게 가 있는 건 롤로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했다. 상대의 행동에 따라 기분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47쪽)
□ 나의 채도가 흐려지지 않도록!


■ 후회와 아쉬움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피하려고 내가 원하는 것을 놓치지는 말자. 틀린 선택은 없다. 내가 원하는 선택을 쌓아 가자. (53쪽)
□ 뒤로 가기 없기!


■ 만약이라는 단어는 형태 없는 이상일 뿐이다. 이상은 언제나 현실을 압도한다. 상상과 현실을 비교하며 나를 갉아먹지 말자. 지금이 나의 최선이다. (73쪽)
□ 오늘을 살고 내일을 쌓다.


■ 과거의 행복을 놓쳤다고 해서 지금의 행복도 놓치라는 법은 없다. 선택권이 없던 때는 지나갔다. (77쪽)
□ 로또보다 확률 높은 행복찾기!


■ 맹목적 간절함은 욕심과 결핍으로 탈바꿈해 나를 갉아먹기도 한다는 걸. 나를 잃으면서까지, 간절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요. (84쪽)
□ 갉아먹힌 자리의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깨달음.


■ 감정에는 무게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것이 누군가를 무너지게 만들 수도 있다. (130쪽)
□ 무너지기도 무너뜨리기도 하면서 깨달은 진실.


■ 우리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단정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평가는 하지 않을수록, 판단을 늦출수록 좋다. (151쪽)
□ 이 세상의 변하지 않는 진리 중 하나,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 생각해 보면 그렇다. 수많은 인과 관계가 겹친 일이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내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듯,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잘못될 수도 없다. (181쪽)
□ 교재 맨 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답지.


■ 늘 완벽할 수 없는 삶에서 현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를 사랑할 시간을 영영 놓쳐 버릴지도 모르니까. (214쪽)
□ 오늘도 수고하고 애쓴 당신은 사랑스럽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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