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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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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파랑 #나인 소설 안에서는 상상 속 이야기, 현실적이지 않은 미래 어느 시점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이번 #노랜드 소설집에서도 비슷한 색깔을 보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느낌이 어둡습니다. 미래 어느 시점이 대부분 지구 아닌 다른 곳을 향하여 나아갈 수밖에 없는 소설 속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어두움과 절망, 무기력 등이 뭍어납니다. #흰밤과푸른달 시작 편에서 늑대의 유전자를 인간에 주입하여 개조를 한 인간, 새로운 인류를 보게 됩니다. 위기 속 탈출을 위하여 영웅적 존재로 만들었지만 늑대의 본성 등이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는 모습을 그립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미래의 방향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과학 역시 그 방향과 목적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번 소설집 전체가 고민하고 의문점을 던져주는 듯 합니다.
* 진화는 침략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희생이었지만 인류는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본문 23쪽 중에서 <흰 밤과 푸른 달> 중
우리가 진화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볼 수 있습니다. 눈부신 발전이라고 말하는 결과물이 과연 진정한 인간의 이로움인가 의문점을 갖지요.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수 많은 등장은 백신 개발로 맞서는 인간의 대응을 볼 수 있지만 인간의 몸에 주입된 바이러스, 백신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바이러스 없는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도착한 미래는 통로 같았다. 머물지 못하고 지나가야만 하는 단계, 목적지가 있는 길 위, 통과하지 못하면 괴멸해버리고 마는 공간. 통로는 불안정했고 어둠이 사라진 세계에는 불안을 감출 그림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본문 23쪽 중에서 <흰 밤과 푸른 달> 중
절망을 읊는 작가님의 문장에서 절망이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글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미래였을 지금의 현실이 어쩌면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는 통로, 터널과 같은 현재 진행형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늑대의 유전자를 주입하지도 않았고, 크람푸스와 같이 알 수 없는 존재의 침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공격에 능한 인간, 알 수 없는 존재와의 끊임없는 전쟁 등이 어쩌면 지금 현실일지 모르며 이 통로를 통과하지 못한 인류에게 과연 미래는 있을까 하는 불안이 그려집니다.
*사랑해 마지 않던 사람들을 연이어 떠나보내게 되면 마음은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해두는 것, 기댄다는 건 그것이 사라졌을 때 넘어진다는 것, 함께한다는 건 섞일 수 없는 물체가 잠시 머물다 갈 뿐이라는 것. 본문 53쪽 중에서 <흰 밤과 푸른 달> 중
*슬퍼하고 억울해할 것도 없었다. 공룡이 사라졌듯 인간도 사라져야 할 때가 다가왔을 뿐이므로. 본문 90쪽 중에서 <푸른 점> 중
#푸른점 지구를 가리킵니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 바키타를 처음에 경계했지만 인공화합물을 먹어치우는 모습 속에서 인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합니다. 지구 환경의 오염으로 인해 쌓여가는 쓰레기를 해결하지 못해 플라스틱과 같은 것을 젲한다가 바키타가 주식으로 이것을 먹어치우니 다시금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인간의 이기심 그 자체를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내일은 없는 인간, 미래 따위는 개나 줘버린 세대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손가락질 하는 미래 세대를 대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들은 지구를 떠나야 하는 끝을 보고야 맙니다. 어리석은 듯 하지만 멀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인 듯 합니다.
*함장님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진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때때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앗아갑니다. 본문 105쪽 중에서 <푸른 점> 중
지구의 멸망과 함께 우주로 개척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것이 모두에게 희망과 정답일 수 없습니다. 그 순간에도 빈부의 격차, 선택받은 자와 남겨진 자 등 극간이 있을테니까요. 작가님은 소설집에서 계속 간극을 이야기합니다. 남겨진 자를 데릴러 오겠다는 약속은 사실 부질없이 고통을 마주하는 진실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미 화산재로 뒤덮여 다 타버리고 없어진 공간을 홀로그램과 같은 것을 눈속임하는 모습은 죽어없어진 이들을 기억할 때, 행복했던 순간보다 죽음을 맞이한 잔인한 순간으로 채워질 수 있으니까요.
* 누군가의 한없는 다정함과 친절함은 가라앉은 슬픔 위에 떠 있는 돛배와 같아서 그 안에 타 있는 이가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침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주려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묵직한 슬픔은 파도를 만들지 못하는 잔잔하고 깊은 저수지 같았다. 본문 284쪽 중에서 <우주를 날아가는 새> 중
가라앉은 슬픔 위에 당신은 다정함과 친절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마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배려 받았음을 담아두지 않는다면 당신은 가라앉게 됩니다. #우주를날아가는새 에서 사랑을 읽었습니다. 이 편에서도 지구는 결국 살만한 곳은 아니었고 남겨진 이는 떠나는 이를 위해 웃으며 보내야 했습니다.
소설집의 마지막 편을 읽으면서 무겁고 지치는 삶이 그려지면서 읽고 있는 이에게 당신의 삶은 어떠냐고 묻는 듯 했습니다. 한 편씩 읽어 가는 동안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생각 어느 편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