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마음이 시끄러운 날, 부러 서점에 들러서 책을 사들고 왔다. 부제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이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몇 날 이어지니, 끌렸던 탓이다. 세상 일을 무심히 보려 해도 마음이 섞여 어지러운 날, #환상서점_같은 가상의 공간에 들어서면 풀리지 않는 문제도 답을 찾을 수 있을 듯 싶었다. 산 길을 헤매다 벼랑 끝에 서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환상서점



고풍스러운 내부 분위기와 더불어 주인장도 옛사람인 듯 보인다.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 퇴직까지 했지만 출판사의 퇴짜가 이어져 낙심하던 때였다. 따뜻한 차를 건네는 목소리와 그의 얼굴에 기시감이 서린다. 서점 주인 옆에 작은 소녀에게 책을 읽어 주는데 함께 듣게 되면서 뜻모를 위로를 받게 된다. 그리고 서점을 나서는 순간, 다시 찾아오라고 기다린다는 주인장 음성이 낯설지 않다. 일상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덜 불행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하지 않나 싶다. 서점에서 함께 읽는 이야기에서 과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야기는 전생과 이생을 오고가며 영원불멸의 존재가 등장하여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언급된 소재라 다소 식상할 수 있으나, 몰입하기 좋고 말랑말랑하고 애틋한 느낌이 가득해서 휴일을 맞이한 자신에게 선물같은 시간이 될 수 있다.



■ 말이란 건 흩어지긴 마련이나, 글은 영원하다. 어디선가 들었습니다만, (33쪽)



■종이 한 장의 무게가 버겁고 프레임은 과하게 눈부셨다. (76쪽)



■ 신은 인간에게 깊이 마음을 주어선 안 돼. 네가 가진 힘은 그들을 불행하게 할 거야. 태양이 곡식을 사랑한다고 하여 가까이 가진 않는 법이다. (80쪽)



■ 그럼 부디, 잠 못 이루는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109쪽)



■ 그의 옛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연서는 정신이 곤두섰다. 가슴 아픈 동시에 질투심이 피어올랐다. 그 마음이 가감없이 그녀의 표정에 드러났다. 서점주인은 그녀를 보며 웃더니 손가락으로 접힌 미간을 펴주며 말했다. (159쪽)



■ 그는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스스로 감당 못 할 일을 벌인 인간의 말로,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지 못하고 규율을 깨트린 죄. 여기 있는 저승차사는 이 위태로운 도전의 끝을 잘 알았다. 지난날 신비한 사슴의 뿔을 자른 죄로 벌을 받은 인간이 바로 그였으니까. (190쪽)



■ 아무런 시도도 해보지 않는 게 두려웠던 거죠? 행복해도 되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증명할 수 있는 게 무엇도 없으니까. (205쪽)



■ 그녀의 계절이, 초록 강산이, 살구꽃이 피는 정원이 타들어갔다. 오랜 세월 쌓아둔 마음들이 모두 재가 되었다. 여인은 울지도 않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초라한 비석처럼 앉아 제 마음이 잿더미가 되는 걸 보기만 했다. (247쪽)



□ 심장이 간질거리는 이야기를 잘 읽지 않아서 그런지, 간혹 슬픈 인연의 이야기에 대한 애틋함도 건조하게 읽힌다. 사연도 등장인물도 담백해서 영상으로 느낄만한 피로감 없이 달달하게 잘 읽히는 소설 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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