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이끌었듯, 거위는 당신을 낯선 세계로 데려갈 것이다. 그곳에서는 나무에 팬티가 걸리고('팬티') 아파트 창밖으로 물고기가 다니며('우리 집에 놀러 와') 모두들 누군가를 납치하여 어디론가 가고 있다('귀경'). 어디 그뿐인가. 외로운 소년은 고래가 되고('숨통'), 퇴직 압박을 버티고 있는 회사원은 그림이 된다('같이 점심 먹을래요?'). 어떤 남자는 친구의 승진과 집 장만 소식에 속이 썩다 못해 좀비가 되었는데, 이참에 좀비 유튜버로 전향할까 고민 중이다('좋아질 거예요'). 이런 세계라면 정체 모를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하나둘 거위로 변한다 한들 못 믿을 이유가 없지 않겠나. - 이상한 나라의 '웃픔' 이지은 문학평론가#어느날거위가 세상은 괴상한 정체성 존재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곳에서 별다른 존재에 대한 의식을 #전예진 작가만의 시선으로 담았다. #이지은 문학평론가의 평론처럼 웃프다는 표현이 매우 적절한 상황이 가득하다. 거위가 된 사람을 포함해 읽는 이에 의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읽혀지는 의도나 상징을 알기 어렵다. 다만 설정에 따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결말과 해결책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시즌 2를 예상되는 결말이 펼쳐져서 당황스럽지만 그 자체가 매력으로 다가오는 글이다. ■ 백발의 단발머리에 레드 립, 노란색 민소매 니트와 살짝 보이는 청바지가 마음에 들었다. 웃어서 도드라진 입가 주름과 핏줄이 불거진 팔이 신경쓰였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학생에게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려주고 태그를 부탁했다. - 본문 10쪽, 팬티 중에서교양과 세련미로 점철된 할머니.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그들을 공감하는 남다름을 소유했다. 하지만 자신의 순수한 생각과 가치관에 입각한 행동의 표출인지 사회적 시선만을 고려한 것인지 자신도 헷갈리다. 현대인이라면 세대와 성별을 떠나 속마음과 달리 겉으로 표현해야 할 기준 같은 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선악이나 도덕적 가치관이라면 더 쉬웠을텐데 구시대적 가치관으로 치부 받는 생각이 곧 외모의 추레함과 직결되는 듯 보이는 것이다. 위선이라고 하기에는 사회생활의 일부 같은 느낌. 그 애매함을 웃픈 팬티 전시 설정으로 콕 집어서 이야기한다■ "이상하잖아. 거위가 닭을 먹는다는 게." - 본문 53쪽, 어느 날 거위가 중에서거위는 치킨 두 마리를 먹어 치운다. 감염병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고 변종을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황당한 설정에 대한 숨은 의도나 결말이 무지 궁금했지만 미궁 자체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누가 너보고 하라니? 그렇게 답답하면 혼자 가. 남색 패딩을 걸치고 음식 쓰레기를 버리던 권숙자는 그렇게 말했다.- 본문 79쪽 귀경 중에서누가 누구를 어떤 목적으로 납치하는데 경찰은 이런 사람을 오늘만 몇 명 보냈다고 이야기하는가. 읽는 이에 따라서 상황을 그리며 생각할 것이다. 제목이 귀경인걸 보아 명절일 수 있을 것이고 오고 가는 대사로 미뤄 의례에 관한 것일 수 있으나 어떤 설명이 없다. 납치라는 단어에 불친절한 전개와 섬뜩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지만 분위기가 살짝 웃음을 비틀 듯 내비친다.■ "산소가 뭔데?"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그가 뒷머리에 난 콧구멍으로 숨을 내쉬었다. 얼굴에 따뜻한 김이 닿았다. "가고 싶은 대로 갈 거라고. 질릴 때까지."- 본문 109쪽 숨통 중에서지구에 거주하는 존재 중 상위지배자인 인간이 사는게 답답해서 다른 존재로의 변신을 꿈꾼다. 고래가 된 소년. 고래로 사는 삶도 쉽지 않겠지만 인간 아닌 다른 존재를 그리는 상상으로 돌로 태어나거나 한무더기 들꽃이고 싶어하지 않는가. ■ 유 차장이 태연하게 베이지색 카디건과 파란 스카프에 붙은 물감을 털어냈다. 옷보다 조금 밝거나 조금 짙은 색의 물감 덩어리들이 흐늘거리며 떨어졌다.- 본문 163쪽 점심 같이 먹을래요? 중에서그림이 된 인간. 회사에서 쫓아내려는 의도가 다분한 인사 조치. 버티려는 상대. 그는 그림이 되었다. 흔히 보이지 않는 존재 취급을 한다는 생각에 역발상 같은 맥락 같다. 누구나 시선을 못박아두지만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실용성을 위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웃픈 존재이지만 슬픔에 더 가까운 존재이다. ■ "너 칡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 호진이 물었다. "넌 알아?" "군대에서 지겹게 뽑았지." - 본문 233쪽 좋아질 거예요 중에서친구의 승진 축하와 새집 장만에 대한 집들이에 좀비가 되었다. 좀비가 된 그와 배우자는 이 기묘한 상황에 대한 대처와 해법을 찾아 논의하는데 일탈 같기도 하고 일상적인 듯한 대화를 이어간다. 가볍기도 하고 무지한 듯 엿보인다. 수학공식 같은 답이 있는 인생이 아니더라. 사람의 인생마다 굴곡과 희비는 모두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본인만 특별히 힘든 세상을 살지 않을 것이다. ■ "니들 일은 니들이 알아서 해라." 할머니가 말했다."그 정도는 다 겪고 산다."본문 120쪽 파도를 보는 일 중에서그 정도 일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이 오늘도 그럭저럭 살아가길......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