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개인의 삶을 따라가면서도, 그 배경에 깔린 거대한 역사의 무게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미진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삶은 늘 ‘조선인’이라는 이름의 경계 위에서 흔들리고, 차별과 편견의 파도 속에서 부서지고 다시 일어난다.

『파친코』는 역사가 한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빚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인물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선택이라 믿었던 길들이 사실은 역사의 지형에 의해 이미 좁아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고, 작은 희망을 붙드는 모습은 지독히도 인간적이다.

읽고 나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그리고 그럼에도 존재를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깊이 느끼게 된다. 선자와 그녀의 가족들은 부서지고 찢기면서도, 마치 바닷가의 자갈처럼 부단히 닳으며 제 모양을 지켜간다.

『파친코』는 우리에게 말한다. 역사는 거대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야말로 역사를 숨 쉬게 하는 힘이라고.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기억해야 할 얼굴들의 초상화다. 책을 덮고 나면, 그 얼굴들이 오래 마음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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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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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읽어야 하느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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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단순한 의사 전달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세계관, 기억, 감정의 결을 품은 채 흘러나오는 정신의 숨결이다. 『언어의 온도』는 바로 그 숨결을 더듬어 읽는 책이었다. 저자는 언어를 온도의 비유로 풀어내며, 말이란 결코 무중력의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데우거나 식히는 실질적인 힘을 지닌다고 말한다.

읽는 내내, 나는 ‘말’이라는 것이 시간을 건너 어떻게 사람의 심연에 남는지를 곱씹게 되었다. 한마디의 말이 타인의 기억 속에서 수십 년을 숙성하며 빛나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무심히 던진 말 한 줄이 가시처럼 남아 평생을 찌르기도 한다. 결국 언어의 온도란 화자의 온도와 다르지 않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 기온에서 흘러나오며, 그 기온은 삶의 태도와 깊이 맞닿아 있다.

책 속의 문장들은 독자를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거울처럼 조용히 비춘다. “당신은 어떤 온도의 언어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의 말들은 과연 듣는 이를 덥히고 있었을까, 아니면 무심히 식히고 있었을까.

『언어의 온도』는 결국 언어를 매만진다는 것이 곧 나 자신을 매만지는 일임을 알려준다. 말의 온도를 조율하는 일은, 곧 마음의 온도를 가꾸는 일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문득 다짐했다. 앞으로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불씨가 되기를, 한겨울 길모퉁이에 놓인 작은 등불처럼 서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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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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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애란작가의 소설이 더 울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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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전히 빛난다 - 무력한 일상에서 찬란함을 발견하는 철학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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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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