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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수텟몬.야마기시 아끼꼬 등 지음 / 포포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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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더는 올해의 책을 마주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한 권 더 만났다.

letters to library

표지부터 훔쳐서 주머니에 넣고 싶더니 내용도 첫인사부터 끝인사까지 단 한 개의 단어도 놓치지 않고 주머니에 주워 담고 싶었다.

필리핀에서 태어나고 자란 엘사 에스피노실라,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야마기시 아끼고와 사토 치카코.

미얀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수텟몬,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안효주와 김동희와 정유미,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배춘화,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비가일,

태어나 자란 곳은 다르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8명의 여성이 '그림과 치유'라는 모임을 계기로 서로 연대하여 지금의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엘사의 바나나 나무 이야기,

수텟몬의 타나카,

안효주의 밥 한 공기와 책거리,

아비가일의 꽁꽁 얼었지만 따뜻한은 특히 더 이 책을 읽을 고향 사람들에게 울림이 클 것 같은 조각이다.

필리핀의 바나나 나무는 어느 한구석 유용하지 않은 곳이 없다. 줄기로 식탁보를 만들기도 하고, 비가 올 땐 바나나 잎으로 비를 피한다. 더울 땐 부채질을 하고, 바나나 열매는 어린 엘사에게 배를 채울 간식이 돼준다.

수텟몬의 미얀마에서는 타나카를 자외선 차단제처럼 쓴다. 안효주님이 담아주신 밥 한 공기 이야기는 나 역시 초등학교 내내 보던 장면이라 와닿는 농도가 짙었다. 책거리 역시 어릴 때는 익숙하게 듣던 용어이건만 요즘 세상의 패러다임에서는 잊힌 단어라 반가움이 배가 됐다. 사회복지 시험 끝나고 나면 완독한 문제집을 가지고 셀프 책거리 행사를 해봐야겠다.

아비가일의 꽁꽁 얼었지만 따뜻한은 러시아의 극강의 추위에서 감기에 걸린 손녀를 위해 정성으로 간호한 할머니 이야기가 담겨있다.

서두에 적었듯 모든 이야기가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공감의 밀도 차이가 있다.

너희 나라가 잘났네. 우리나라가 잘났네. 아웅다웅하지만 자신이 태어난 나라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나라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내가 만약 지금 다른 나라에 살고 있고 고향의 도서관에 편지를 보낸다면 내 기억 속 수많은 조각 중에 강아지풀, 카스타드, 장독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다들 이렇게 고민고민하며 나누고 싶은 것들을 담은 것이구나 생각하니 더 따스하고 뭉클한 letters to library. 꼭 시리즈로 꾸준히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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