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함께 걷는 교육
교육의봄 외 17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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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의존성(經路依存性, path dependence):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위키백과)


억울하면 출세해라!’ 어린 시절 어른들 사이에서 항상 듣는 말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그것은 불합리한 사회에서 억울함을 상쇄하는 길은 권력을 잡는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이야기지만, 저희 부모님은 자식들 교육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 그리 잘 살지 못했던 가정 형편이었지만, 운 좋게 지방국립대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어려운 형편에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한 자식을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같은 직장에서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아 15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으로서는 그나마 지방에서 좋은 대학 나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시켰으니 역시 공부시키길 잘했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저희 부모님은 손녀 둘을 향해 공부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을 바꾸는 길이라 말씀하십니다.


안정적인 정규직, 저희 부모님 때에는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IMF와 함께 대학 생활을 시작한 우리 세대에게는 점점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 우리의 자녀 세대에서의 정규직은 딴 세상 이야기로 보입니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선망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저 또한 대기업 공채만이 답이라 생각해왔습니다. 제가 자라고 취업하는 과정에서 본 유일한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숙 국숭세단을 되뇌며,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가려 하는 이유도, 각종 스펙을 채우는 이유도 그 끝에는 대기업 공채가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부모가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과 선행학습에 매달리는 이유도 바로 대기업 공채를 통과하기 위해서입니다.


뉴스에서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블라인드 채용이 증가한다는 뉴스를 보아도 잘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피부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부모인 제가 경험해 본적인 없는 채용이었기에 더더욱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저의 부모님 세대 그리고 제 세대까지 증명되고 이어져 온 그동안의 경험들이 경로의존성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러던 중 오늘 교육의봄에서 저의 눈을 이끄는 책이 나왔습니다.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책을 보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받은 뒤 표지 아래에 적인 ‘SKY캐슬은 무너지고 있다라는 말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채용이 바뀐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채용에서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전면적으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채용에서 출신학교 스펙이 당락 결정에 필수인 시대는 지났음을 확인했습니다. 채용 현실을 알고 이를 바꾸는 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이미 변화가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알리기로 했습니다. p10

 

새로운 룰은 이미 시작되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왜 채용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바로 IT기업, 외국계 기업,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의 채용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5개 기업군에 대한 내용이 각각의 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실제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순서에 따라 읽지 않고 관심 가는 기업군부터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학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제 기업의 담당자가 나와서 자신들의 기업에서 하는 채용방식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정관념 하나가 깨졌고, 오해 하나가 풀렸습니다. 깨진 고정관념 하나는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공채가 사실은 굉장히 특별하고 예외적인 채용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필요한 인원을 부서별로 원하는 사람들을 결원이 생길 때마다 뽑는 것이 자연스럽고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풀린 오해 하나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학벌을 타파해야 한다는 정부나 사회 여론을 의식해서 당위적 차원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근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 그 의문이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로를 설정할 때

그렇게 자신을 부정하며 오직 부모님의 기준에 맞추어 출신학교 스펙과 성적관리를 해 왔는데, 이제는 기업에서 네가 누구인지 보여달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억울합니다. 아이들의 잘못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에 순종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직업 세계로 진출하려 하니 내 존재가 부정당합니다. p371~372


도착지가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도착지에 도달하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비행기를 조종해서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아이들은 기찻길을 만들고 그 위에 기차를 운전해서 바다로 가고 있는 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는 것이 옳은가 의문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길 다른 대안을 보지도 못하였고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뉴스에서 채용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피상적이었기에 제 마음속에서는 바뀌어 봤다 얼마나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채용이 달라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것도 실제 담당자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도착하는 방법이 달라졌으니 우리 자녀들을 어떤 방향으로 도와주어야 할지 좀 더 명확해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절 학부모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지 도울 수 있는 좋은 렌즈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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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한 구절 - 말씀이 삶이 되다
김기현 외 지음 / 잉클링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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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삶에 접속하다


오해

  저는 소위 말하는 모태신앙입니다. 언제부터 교회에 갔는지 기억나지 않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만나는 전도사님이나 목사님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집에 심방을 오시면 저희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축복해 주실 때면 대단한 능력자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시절 교회에서 만난 사역자분들은 지금으로 치면 멘토분들과 같았습니다. 주일학교에서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때로는 혼나기도 했지만, 그분들의 가르침을 통해 저는 삶에 대한 태도를 배웠고 성경에 대한 지식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 교사가 된 것도 사람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학생 시절부터였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저는 학교, 교회, 집밖에 몰랐던 저에게 캠퍼스 선교단체라는 새로운 공동체가 생겼습니다. 학교라는 일상에 더 닿아 있는 공동체였기에 3학년이 되면서부터 제 삶의 중심은 학교에 있는 캠퍼스 선교단체로 옮겨졌습니다. 물론, 교회 대학부 공동체에서 리더로 섬기는 일은 계속했지만, 그 외의 교회 봉사는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교회 사역자분들과의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졸업 이후 직장인이 되어서는 자연스럽게 교회 사역자님들과의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제 안에는 하나의 오해가 생겼습니다. 목회자분들(솔직히, 어떤 명칭이 정확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은 일상의 삶에서 한 발 떨어진 진공의 공간에서 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주일에 설교를 듣다 보면, 목사님들이 만나는 분들이 어떤 분들일까? 상상하게 됩니다. 과연 일상의 어려움을 얼마만큼 알고 계실지 제 안에 불신과 오해가 생겼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교회 사역을 하시는 분들을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 말씀드릴 이 책을 만났습니다. 열일곱 분의 목사님이 함께 쓰긴 책 《내 인생의 한 구절: 말씀이 삶이 되다》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펼쳤을 때만 해도 세상에서 한 발 떨어진 목사님들의 고담준론 부류의 이야기일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고 김기석 목사님의 서문을 읽으면서 ‘아! 내가 큰 오해를 했구나!’ 한방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 하나하나에서 피 맛이 느껴진다. 맹자는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신체를 고단하게 하며 배를 굶주리게 하고 생활을 곤궁에 빠뜨려 행하는 일마다 힘들고 어지럽게 한다,”고 했다.' 《내 인생의 한 구절》 9쪽


말씀이 삶이 되다

  이 책은 1부 말씀이 육신이 되어, 2부 우리 가운데 거하시니, 3부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각 부의 제목이 저에게는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1부 말씀이 육신이 되어는 우리가 기대하는 육신의 성공이 아닌 개인과 가족 가운에 일어난 육체적 고통 가운데 말씀을 만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2부 우리 가운데 거하시니 또한,저의 기대와 달리 내 삶 가운데 주님이 계시지 않는 삶을 거쳐 말씀을 만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3부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의 내용도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광의 길이 아닌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으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마음대로 신앙을 규정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은 주류의 삶이 아닙니다. 아니, 모든 사람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삶입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성공과 밝은 면을 보며 내 삶과 비교하는 제 모습을 봅니다. 특히, 함께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성공과 주목은 저를 나락에 빠뜨리게 할 때가 많습니다.


내 인생의 한구절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요한복음 21:18

  대학을 졸업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께서 제게 생각나게 하신 말씀입니다. 늘 이 말씀을 기억하지만, 저는 늘 언제나 제가 원하는 곳으로 제가 원하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번번히 저의 시도는 실패합니다. 돌아보면 제 삶 가운데 주님께서 저를 인도하시고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세월이 쌓이고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삶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우직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어느때보다 함께 상대적 박탈감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말씀이 찐 삶이되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 실린 글 하나하나에서 피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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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 한 신학자의 인문 고전 읽기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1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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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학자의 인문고전 읽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250쪽이 채 되지 않은 책임에도 15권의 책을 장별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인문 고전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고전이 저자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이야기한다. 그래서 쉽게 읽어지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장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해당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인문고전을 중심에 둔 책이지만, 실용서의 옷을 입고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듯한 책이다. 읽는 이의 손을 잡고 함께 도서관을 걸으며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 다정하게 알려주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는 읽음을 통한 실천을 강조한다.읽기의 최종 목적지는 실천이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에게 읽기란 정보 습득(information)으로 지성이 확장되고, 세계관이 갱신(reformation)되며, 종내는 삶과 세계의 변화(transformation)를 가져오는 것이다. 무릇 읽기에서 저 셋은 항상 같이 있을진 대 그중에 제일은 변화다.’(p23, 서문)라는 저자의 글 속에서 오랜 기간 깊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아울러 인문학에 대해 교회가 가지고 있는 오해를 다루며 오히려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성경을 읽고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인문학적이라 말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위기 가운데 있지만, 여전히 교회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교회라는 공동체적 배경 안에서 성경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방식의 성경 공부를 진행한다면,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인문학적 정신과 방법이 일치한다. 일반 고전만이 아니라 기독교 고전과 영성 고전을 읽게 하고, 모든 책의 기준이 되는 경전, 곧 성경을 읽게 하는 것, 성경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을 습득하게 하는 것, 그 일을 교회가 할 때, 교회는 희망이다.’(p62~63, 3장 인문학을 한다는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에 관해 생각했다. 사실, 생각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인생을 살아갈수록 생각하는 것이 때로 고통일 때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읽고 영상을 본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곤고할수록 우리는 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생각이 충분히 쌓였을 때 우리는 말할 수 있고 삶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생각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책인 동시에 우리가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의 길을 잡아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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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바꾸다
김현섭 지음 / 한국협동학습센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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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참 좋은 책이다. 오랜기간 협동학습연구회의 대표로 또 교실에서 가르치는 교사로 경험한 수업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업혁신, 코칭, 성찰에 관심이 있는 교사라면 필독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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