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 한 신학자의 인문 고전 읽기 한 신학자의 고전 읽기 1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신학자의 인문고전 읽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250쪽이 채 되지 않은 책임에도 15권의 책을 장별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인문 고전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고전이 저자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이야기한다. 그래서 쉽게 읽어지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장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해당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인문고전을 중심에 둔 책이지만, 실용서의 옷을 입고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듯한 책이다. 읽는 이의 손을 잡고 함께 도서관을 걸으며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 다정하게 알려주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는 읽음을 통한 실천을 강조한다.읽기의 최종 목적지는 실천이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에게 읽기란 정보 습득(information)으로 지성이 확장되고, 세계관이 갱신(reformation)되며, 종내는 삶과 세계의 변화(transformation)를 가져오는 것이다. 무릇 읽기에서 저 셋은 항상 같이 있을진 대 그중에 제일은 변화다.’(p23, 서문)라는 저자의 글 속에서 오랜 기간 깊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아울러 인문학에 대해 교회가 가지고 있는 오해를 다루며 오히려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성경을 읽고 배우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인문학적이라 말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위기 가운데 있지만, 여전히 교회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교회라는 공동체적 배경 안에서 성경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방식의 성경 공부를 진행한다면,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인문학적 정신과 방법이 일치한다. 일반 고전만이 아니라 기독교 고전과 영성 고전을 읽게 하고, 모든 책의 기준이 되는 경전, 곧 성경을 읽게 하는 것, 성경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을 습득하게 하는 것, 그 일을 교회가 할 때, 교회는 희망이다.’(p62~63, 3장 인문학을 한다는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에 관해 생각했다. 사실, 생각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인생을 살아갈수록 생각하는 것이 때로 고통일 때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읽고 영상을 본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곤고할수록 우리는 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생각이 충분히 쌓였을 때 우리는 말할 수 있고 삶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생각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책인 동시에 우리가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의 길을 잡아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