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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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웃기다. 흥미진진하다. 멋지다. 치밀하다. 감동적이다. 교훈적이다. 유익하다. 현대판 인생소설이다.
이런 소설은 정말 두고두고 읽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리도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스토리들을 쓸 수 있을까? 정말 존경스럽다, 에이모 토울스 그리고 그가 탄생시킨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 특히 대미를 장식하는 소피야와의 재회 장면을 만났을 때는 책을 다 읽어 ‘버렸다’는 아쉬움에 속으로 ‘아 어떡해!!’ 탄식하면서 다리를 동동 굴리기까지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모습이 스스로도 웃기다. 정말 말 그대로 대여섯 번 정도를 동동 굴렸다.) 웰메이드 영화 한 편을 단 한 순간의 지루함이나 헛생각 없이 본 느낌이다. 가히 최고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 안에서 만의 배경으로 이런 소설을 쓰기까지 얼마나 작가가 치밀하게 계획하고 정성을 쏟았는지 읽는 내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찌나 재치 있고 기발한 묘사와 비유를 사용했는지 따로 기록해 놓을 정도였다. 감성의 대표로는 안나 카레니나, 이성의 대표로는 몽테뉴의 수상록. 이 둘을 대비하는 것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거기다 내가 잘 몰랐던 것들 (볼셰비키 혁명, 러시아 대문호들 그 중에서도 특히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삼시대체계법의 기원, 와인과 칵테일에 대한 조예, 클래식 음악들, 각종 시와 소설과 영화들, 유명한 별자리들, 마셜플랜에 대항한 몰로토프 플랜, 푸시킨에 대항한 페트라르카, 커피의 이면성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을 시로 표현했던 나폴레옹의 외교관이자 킹메이커였던 탈레랑,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서 향신료의 여왕이자 여름태양의 진수인 사프란)과 생전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들 (자릿수의 합이 3으로 나뉘면 그 수 자체로 3으로 나뉘므로 1,173은 소수라는 것, 알파와 오메가의 의미 -처음과 끝이자 전 존재이며 창조자이자 완성자, 디드로 효과, 마르세유의 이프 성, 알렉시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필름 누아르라는 용어와 의미, 스탈린의 별칭인 소소, 코바 등), 그리고 수많은 프랑스 기본회화들과 러시아 격동의 시기와 그 때의 사건들을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유익했는지 모른다. 덤으로 나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 양육에 대한 지침 아닌 지침 (부모의 책임이란 매우 단순한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키움으로써 아이가 목적 있는 삶, 만족스러운 삶을 경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경험을 자유롭게 맛볼 수 있게 하는 데 두려워하지 말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담요를 푹 덮어주고 단추를 꼭꼭 채워주는 대신, 그들에게 믿음을 갖고 그들 스스로 덮고 채우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새롭게 발견한 자유 앞에서 실수한다 해도 우리는 느긋하고 관대해야 하며, 신중한 태도를 잃으면 안 된다. 우린 그들이 우리의 감시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인생의 회전문을 통과할 때 뿌듯하게 숨을 내쉬는 것이다. 어린 예술가가 가진 재능을 발휘하도록 돕는 일은 꿈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으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다.) 까지 고전이 아님에도 나의 양서목록에 추가했을 정도로 이 책은 훌륭하다. 옮긴이인 서창렬 씨도 번역해 놓은 말을 빌려서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제목에서 교육이나 양육에 대한 내용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기에 신선하고 참신했으며 기발했다. 말이 나온 김에 옮긴이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번역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에이모의 재치와 백작의 위트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엄청난 센스를 발휘한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단어들을 정리해 보자면 태도와 말투에서 배어나오는 자연스러운 우아함, 올바른 처신, 섬세한 배려와 공경, 인간적이고 일차적인 감정은 느끼지만 바로 연이은 초연한 차분함, 신중함, 요령, 점잖음, 부드러운 지혜, 혼란의 시대라 할지라도 언제나 존재하는 미덕, 민첩한 기지와 예리한 지성, 넘치는 매력, 진지한 태도, 감성과 낭만 (가죽 상자에도 ‘대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너그럽지만 신경질적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불공정함에도 세상을 원망하려 들지 않았던 친구 미시카 -나는 그 덕분에 나에게 최초로 문학작품 리뷰대회 참가를 독려했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로 시작하여 일곱 겹의 선물 상자에 ‘호텔 마스터 키’라는 마법 같은 선물을 담았던 노란색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곧은 금발의 아홉 살배기 시절의 니나, 오래된 괘종시계에 노인네라 명칭하고 한 마리의 비둘기에게 날개 달린 친구라 불러주고 한 마리의 애꾸눈 고양이에게도 쿠투조프 사령관이라느니 드로셀마이어라는 별칭을 지어주고 인사도 건넬 줄 알고 그의 시선을 의식하기까지 하는 뼛속까지 러시아인인 백작, 15년 넘게 그 누구에게도 손도 대지 못하게 하는 자기만의 만능 식칼을 조용히 건네주며 칼 네 개 저글링을 시연하게 하고 감동받은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그렁거렸던 비관주의자이면서 낙관주의자인 에밀, 그런 에밀을 위해 거위 구이 요리를 주문했던 스위스 외교관이 고기의 신선함을 문제 삼은 것을 알고 신선함을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다 자란 거위 세 마리를 풀어놓는 소동을 일으켜놓고서는 짐짓 모르는 체 하며 유쾌한 복수를 해주는 안드레이, ‘아이들은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말하며 ‘은색골무’를 쥐어준 마리나, 백작의 권유로 영화 카사블랑카를 감상하고서 백작과 나눈 대화를 기억하며 아주 사소한 내용이었지만 영화 속에서 술집에서의 소동이 벌어졌을 때 주인공 릭이 손님들을 안심시키며 탁자를 지나가는 그 짧은 행동의 와중에 소동이 벌어졌을 때 쓰러졌던 ‘칵테일 잔 하나를 똑바로 세우는 장면’을 보고 ‘한 사람의 가장 사소한 행동으로도 세상의 질서를 어느 정도는 회복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믿음을 실천해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까지 하는 빅토르, 순간이동 놀이를 하다가 이마가 심하게 찢어져 정신을 잃은 소피야를 들쳐 업고 백작의 젊었던 시절에는 가장 시설이 훌륭했던 병원 가운데 하나였던 성 안셀름 병원이 30년이 지난 후에는 난민들이나 갈법한 병원으로 변해버려 곤경에 처한 순간 모스크바에서 제일가는 외과의를 보내주어 소피야를 치료하게 도와준 오시프 -그 덕분에도 바로 앞서 읽었던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에서도 할리우드에 대해 서구화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는 내용을 읽었는데 오시프도 할리우드는 계급투쟁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세력이라고 말하는 것을 읽고 독서의 필요성을 크게 절감했다.- 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나에게 모두 이 소설에서 각자의 감성을 보여준 충분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주인공들이었다.), 모험심과 지칠 줄 모르는 정신에 대한 동경, 호의적인 관대함, 참여정신 등이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배우고 체득하고 싶은 성격과 특질들이 너무도 많았다. 묵직한 말과 재치있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과장 없이, 혹은 반박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일 없이 동의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사람. 분별력과 우아함을 갖춘 사람. 언제나 마음을 여는 친구가 되고자 노력하는 주위 사람의 존재에 결코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 소유물에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 365개의 눈금은 불굴의 정신의 증거라는 것을 알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 적시에 나타나고 적절한 표현을 하고 필요한 것을 예측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한발 뒤처질 줄 아는 사람. 상대가 너그럽게 행동하지 못해도 그걸 용인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 모두 내가 본받고 싶어 하는 기질들이다.
이러한 정보들과 감성들을 함께 담을 줄 아는 에이모 토울스, 그가 얼마나 치밀한 작가인지를 보여주는 근거는 너무도 많다.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돌고 도는 인생과 같은 호텔 회전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던 니나와 소피야의 연결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고운 손가락의 소유자인 안드레이가 서커스단에서 일하며 익혔다는 저글링을 보여주기 위해 ‘삼인조(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너무나 사랑했고, 커피숍에서 읽다가 옆 사람들 때문에 몰래 엎드려서 눈물이 날 정도로 웃게 했던 조직 - 읽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부야베스의 밤‘에 에밀의 주방과 바깥 세계를 가르는 문을 열고 들어왔던 비숍과 “누구의 요청으로?”에서 “누구의 요청으로!”로 변모해갔던 에밀의 분노와 그것을 너무도 잘 표현했던 허공에서 떨고 있었던 녹색의 조그만 셀러리 잎들. 그냥 영화다, 영화.)’가 결코 잊지 못할 그 전설의 ‘부야베스의 밤’을 준비하다 남았던 ‘탁자 위 오렌지 세 개’의 연결성, 영화 카사블랑카를 같이 봤던 오시프가 책 뒤편의 ‘그 후’ 부분에서 국가 특수보안 기구 특별 분과 행정국장이 되어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한 말의 연결성, “그게 어디 갔어요?” 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백작과 니나와의 우정을 시작하게 해 주었던 1922년 오후의 사건(호텔 이발소에서 건장한 손님에 의해 한쪽 콧수염이 사정없이 잘려 나간)과 백작의 유일한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고 “그게 어디 갔어요?”와 본질적으로는 같은 질문인 ‘콧수염은 왜 잘랐냐’는 소피야의 질문으로 이어지는 연결성부터 가택 연금이 시작된 1922년부터 시간의 빠르기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진행되는 기점인 1938년에는 백작이 아침마다 했던 쪼그려 앉기와 스트레칭과 심호흡을 스무 번의 횟수가 8년 뒤인 1948년에는 열다섯 번으로 줄어들고 연금 생활이 시작된 이래로 장장 32년이나 지난 1954년에는 그 횟수가 다섯 번으로 줄어든다는 것까지 스토리에 담아내는 스타일까지, 그리고 그가 탄생시킨 인물인 백작이 호텔을 탈출하기 위해 세운 계획들이 이틀 전, 그 다음날 밤, 마지막 날 오후까지 단계적으로 완전하게 구성되었던 대목들과 탈출 이후에 이루어질 그의 32년에 걸린 소중한 우정을 나눈 친구들에게 전달될 5통의 작별의 편지들과 그 안에 영원한 우정의 징표로서 담은 ‘동봉한’ 금화들까지 전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한 사건 한 사건마다 나를 사로잡았다.
통독과 정독을 선호하는 나에게 특히나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세심한 독자라면... 기억할 것이다.’였다. 바로 스탈린 사망 시 존재했던 저명인사 8명이 스위트룸 417호에서 1954년 최고 간부회 및 각료 이사회의 공동 만찬을 위한 행사장에서 탁자 상석의 좌석이 6명에게 돌아갔다는 내용에 대한 보충을 따로 담은 페이지에서 만난 글이었다. 그 외에도 에이모는 작가와의 거리를 좁히는 대목을 심어 놓았는데 처음은 미세한 온도의 변화가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다며 백작의 철학적 성향이 근본적으로 기상학적이라고 밝히면서 그 예시를 들어주기 위해 아름다운 노보바츠키 공녀의 스물한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초대받아 참석했던 어느 늦가을의 파티를 생각해 보라고 하는 부분과 사프란을 제공해 준 주인공인 늘씬한 몸매의 인물이 백작과 오후의 밀회를 가지게 되는 대목에서 ‘우리가 1923년에 이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목격했을 때... 백작을 내보내지 않았던가?’ 라며 두 번째로 거리가 좁아졌고 마지막은 스위트룸 417호에서 1954년 최고 간부회 및 각료 이사회의 공동 만찬을 위한 행사장에서 백작이 최고의 하인들처럼 유능한 웨이터의 기본 업무로서 탁자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이야기들과 비밀스러운 논평, 신랄한 여담, 낮은 소리로 내뱉는 오만한 발언들을 모두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엿들었던 대목에서 ‘이 부분을 읽은 여러분은 혹시... 잘못되었다.’라며 재치를 발휘한 부분들이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을 수 있게 이벤트를 소개해 준 알라딘에 감사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현대문학 출판사에도 너무 고마웠던 것은 책 표지에 금박으로 이미지들을 그려 넣어 그 이미지들을 소설의 내용들과 마치 퍼즐 조각들을 맞춰 볼 수 있게 하여 나름의 쏠쏠한 재미를 갖게 해 줬다는 점이다. 물론 이 재미는 모든 사람들이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기에 정말 나만의 재미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 아니겠는가.
책 제목인 모스크바의 신사 아래를 장식한 1922년 6월 이후로는 깔끔하게 없어져 버린 백작의 젊은 시절의 콧수염과 그 위로는 크렘린 궁전과 애꾸눈 고양이, 아래로는 백작 아버지의 하루에 두 번만 울리는 오래된 괘종시계, 대지, 흑갈색, 우울함을 대변하는 검은 호밀빵에 대비를 극대화 시키는 햇빛, 황금색, 즐거움을 대변하는 벌꿀과 벌, 백작에게 천체와 별자리를 그려보고 볼 수 있게 해 준 산전수전 다 겪은 진정한 여배우 안나와 그녀의 보르조이 두 마리,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새겨듣고 결국 환경을 지배하여 웨이터 주임이 된 백작의 실루엣, 그와 대칭을 이루는 곳에 위치한 호텔 마스터 키, 그 위에는 아마 그의 고향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눈처럼 떨어지는 사과꽃 혹은 알렉산드롭스키 정원의 라일락 혹은 사도보예 환상도로의 벚꽃,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중반부까지 미스터리였던 (기차는 도대체 언제 나올지 너무 궁금하게 했던) 기차! 기차까지 만나고 나자 모든 퍼즐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어서 성취감과 쾌감까지 느꼈더랬다. 그 기차는 니나가 콤소몰 무리들과 함께 호텔로 들어왔다가 백작을 우연히 만난 후 호텔 회전문을 통해 테아트랄나야 광장을 가로질러 나가서 타고 갔을 법한 이바노보를 향해 동쪽으로 달리는 기차 혹은 호텔 로비에서 엄마를 떠나보내며 강인한 엄마에게 걸맞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검은 머리에 상아색 피부의 다섯 살이었던 소피야가 씩씩하게 예의바르게 기다리면 엄마와 함께 아빠한테 타고 갈 수 있는 기다란 기차 혹은 미시카를 반성의 영역인 시베리아로 보내 버렸던 기차일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쥬느세콰 (Je ne sais quai)!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책의 머리말과 같은 곳에 1905년 봉기와 그에 따른 탄압이 있던 때에 위험한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갈증이 담겼던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는 시를 썼던 사람은 실제로 백작의 친구 미시카였으나 비밀경찰의 탄압을 벗어나기 위해 경마 클럽 회원이자 차르의 자문역이었던 분의 대자인 백작의 이름으로 출판하기로 하여 평생 메트로폴 호텔을 떠날 수 없다는 연금형 선고가 주어졌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행운이 되어 러시아 최고의 행운아가 될 수 있도록 했던 점. 그것도 백작이 훌륭하고 격조 있는 신사라서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좋은 사람이니까.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나는 니나의 행방과 이후의 스토리도 궁금하다. 그리고 독자로서의 자그마한 욕심으로는 로스토프 각하와 소피야, 그들의 이후의 삶도 궁금하다. 아마 나처럼 그들도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겠지. 니나는 호텔 마스터 키와 맞바꾼 선물이었던, 그녀와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로스토프 백작 부인의 육각형 오페라 글래스를 죽는 날까지 소중히 간직하며 ‘실제’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 그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도록 마르코 폴로처럼 콜럼버스처럼 그리고 표트르 대제처럼 그녀만의 여행을 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그녀 특유의 특성인 열정과 확신,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갖고서.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결코 우리에게서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 로스토프 백작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다.”
- 몽테뉴
이 소설이 그의 겨우 두 번째 소설이라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는 ‘우아한 연인’도 꼭 읽어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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