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드라마가 지겨워진 적은 없다. 물론 눈이 감길 정도로 피곤한 날에는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봐야 하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꾸준히 하려면 재미만큼 짙은 의미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면 2014년 『밀회』로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한 후 어느 인터뷰에서 안판석 피디가 한 말을 생각한다. 그는 인생을 시지프스 신화에 비유했다. 시지프스가 바윗덩이를 산 정상으로 굴려 올리면 떨어지고, 또 굴려 올리면 또 떨어지는데, 안 되는 줄 알지만 끝까지 해 보겠다고 하는 데 진정한 인간성이 있다고.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는 기사로, 누군가는 밀가루 반죽으로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끝까지 하는 게 인간성이고, 자신은 드라마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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