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그동안 나는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격차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그런 영역이 얼마나많을까? 어린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여러 소수자들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둔감했는지 깨닫게 된다.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기 때문에 소수자라기보다는 과도기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나 자신을 노인이 될 과도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어린이도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또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는 사이에 늘 새로운 어린이가 온다. 달리 표현하면 세상에는 늘 어린이가 있다. 어린이 문제는 한때 지나가는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거쳐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어린이가 일으키는 말썽, 장난, 사고의 많은 부분은 어린이가 작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어린이가 의자에 앉아 발을 가만두지 못하고 흔들어 대는 것은 발이 땅에 닿지 않기때문이다. 땅에 닿는다면 흔들려야 흔들 수도 없을 것이다.
어린이가 위험을 무릅쓰고 책장을 기어 올라가 높은 데 있는 물건을 꺼내려는 것은 책장이 크고 튼튼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어오르지 않으면 손이 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 번째 계단에서 뛰어내리는 데 성공했으니까 다섯 번째계단에서도 될 것 같아서 시도했다가 다치고 혼난다. 미술관은 어차피 넓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 뛰어다니다가 야단을 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는 어른을 보고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 어린이는 가만히 서서 키만 자라지 않는다. 어린이에게는 성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공공장소에서도 어린이는 마땅히 한 명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어린이라는 이유로 배제할것이 아니라 어린이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쪽으로어른들이 지혜를 모으는 게 옳다. 어린이는 그런 공간에서배우며 자랄 것이다. 안전하게 자랄 공간도 필요하다. 스쿨존‘은 최소한의 공간이다. 어린이가 어른과 다른 시야를 가졌다는 이유로 자동차로부터 위협당하지 않을 공간, 어린이가 어른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딸기 상자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전해 주었던 세준이는지금 나보다 키가 큰 청소년이 되었다. 이제 세준이 눈에는뻔한데 내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있을지 모른다.
세준이는 알고 나는 모르는 것도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 차이가 아주 커졌을 때도 세준이 세대와 나의 세대가 어깨를나란히 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오늘의 어른이 어떤 세상을 가꾸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 P2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