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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 뻔한 일상에 던지는 크리에이티브한 공상
박지우 지음, 정혜미 그림 / 알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툭’이라는 단어는 참 다양한 어감으로 쓰이는 듯싶다. 툭, 까놓고 말해서, 툭, 튀어나와, 툭툭 쳐보기도 하고 등 이런 말의 뉘앙스는 대부분 기존의 질서를 바꾸는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책 툭 또한 지루한 일상과 관념적인 생각들에게 한번 새로움 툭던지는 그러한 책이 아닐까 싶다.
특정한 주제와 설정 없이 일상에서 경험했거나 느껴지는 상황과 생각에 대한 성찰을 일으키게 하는 툭은 무엇보다도 책장 넘기기 쉬운 것이 마음에 든다.
“엄지손톱 옆의 뜯어진 살, 오돌토돌 돋아난 혓바늘, 눈꺼풀 경계의 다래끼, 사소한 것들이 제일 아프다.” 끄덕여 지는 문구가 아닌가 싶다.
2016년 여름을 요약한 두 줄은 올해도 예상되는 말이 아닐지 두렵다
“도시 전체에 거대한 실외기를 틀어놓은 것 같다. 더위에 괴로워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애도를.”
책에는 글씨와 공간만큼이나 많은 것이 사진 또는 그림이다. 글과 매칭이 되는지 안되는지 모호함의 중간에 서 있는 그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이 아닐까 툭 던져본다.
책에는 가족과 어머니에 대한 일화가 간혹 있다.
“몰래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길, 밤인데 왜 선크림을 바르니? 달빛에 탈까 봐, 그렇구나, 내가 기지를 발휘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아량을 발휘한 거였어”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러했던 것 중에는 수학책의 버릇없음을 훈계하는 내용이 있다.
초등하교에선 ‘구해보세요’, 중학교는 ‘구하여라’, 고등학교는 ‘구해라’ 정말 이렇다면 인권위에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위트도 있다. “‘양심’- 제가 그랬어요, ‘앙심’- 쟤가 그랬어요.”
말장난 같지만 듣고 나면 기발하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책에는 기존의 상식을 깨고 다양한 그림과 글의 나열을 바꿔가며 새로운 기발함을 연출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과 고뇌가 느껴지는 글들이 상당히 많다.
하자만 거의 마지막 “‘틀에서 벗어나라’라는 말 자체가 날 가둔 틀이었다. 그 말은 틀렸다.”라는 말이 어쩌면 자조적이면서 우리의 생각의 자유로움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느껴지는 글이다.
하루가 건조해질 때, 나의 일상이 권태로울 때 한 번쯤 읽어보면 웃음을 지울 수 있는 말랑말랑한 책이 아닐까 싶어 권해지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