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흡입력있는 책은 오랫만에 읽은 것 같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벌써부터 나는 감탄하고 말았다. 마치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장거리달리기를 하는 듯한 호흡으로 천천히 그러나 지치지 않고 독자를 쫓아오게 만든다. 달리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두권의 책을 써낸 작가의 저력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는 중에는 운동치인 나조차도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만들어버린다.
늘 신경이 쓰이는 번역도 매끄러웠다. 한국어 밖에 못하는 나로서는 번역가의 도움을 받아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어떤 책은 이게 정녕 작가의 글인지 번역가에 의한 또 한권의 새로운 소설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지금이야 번역가의 층이 조금쯤 넓어졌다지만 몇년 전만 하더라도, 특히나 일본소설일 경우 어느 부부가 독식하는 바람에 (지금도 유명한 일본소설가의 경우 여전히 그 부부들이 번역하지만. 어찌되었든 그 바람에) 싫어도 그 작가의 글을 읽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없이 읽어야만 했던 기억.
이런저런 부분에서 모두 만족할만한 책이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한순간 그들과 함께 달렸던 즐거움, 함께 바람을 맞았던 즐거움은 책은 덮는 순간 이미 내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순간은 이미 지나갔고 책꽂이에 가만 놓여있는 이 책을 몇번이고 다시 읽고 싶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