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가 어느덧 맷집을 키운 것일까. 만일 표절에 관용스러웠다는 이제까지의 법원 판단에 기대어 이번 사태를 그냥 뭉개고 지나가려 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본다. 법적으로는 설사 무혐의 처분을 받을지 몰라도 양심의 법정에서 그녀가 벗어날 길은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이 사태에 대한 검찰의 개입을 반대하는 내 입장에서는 검찰의 칼춤이 시작되기 전에 그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솔한 자세로 나서 자초지종을 밝히는 '고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것이 그래도 문학의 길을 걸어왔던 작가다운 자세다.

물론 나는 이제껏 그녀의 작품을 단 한 편도 읽지 않았으니 그녀의 문학에 대해선 언급할 처지가 못되지만, 알려진대로 그녀가 이제껏 작품으로 대중의 마음을 크게 흔들만큼 능력(?) 있는 작가였다면 더욱 그런 과정을 통해 독자였던 대중에 대한 작가로서의 책임과 예를 다해야 한다고 본다.

한 인간이 평생을 쌓아온 명예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특히 이런 치명적인 문제로 내려놓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죽음일 수도 있기에 쉽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정치적 해결의 길을 모색하려는 유혹에 빠져들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문학사에 영원히 남게 되는데 그런 정치적인 흔적지우기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어리석음의 늪에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더 깊이 빠져들지 않으려면 이 선에서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문득 생각이 든 것은 그녀가 이런 표절 문제를 오히려 주제로 삼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녀의 문학적 영혼이 안타까워서이다.

물론 나는 검찰의 개입을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다. 빅브라더가 횡행하는 박근혜 정권 하의 사회에서는 선의로 펼치는 정의로운 일 앞에도 이런 곤란지경이 늘 펼쳐질 수 있다. 죽 쒀 개 준다고..그렇찮아도 세월호 때 진보적 문인들의 활동이 탐탁찮은 박근혜 정권 그 검찰에 먹잇감을 던져준 꼴이 되는 까닭이다.

고발자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이라는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 그가 고발한 진의는 모르지만, 문학이 검찰의 손에서 난도질 당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문학계가 진정으로 지성의 텃밭이라면 표절 의혹 역시 자정노력으로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 그 속에서 신경숙이 비판받고 단죄받는 것은 괜찮다고 보지만, 이런 식으로 검찰의 칼을 끌어들이는 것은 자멸의 길이 될 것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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