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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전체 내용이 궁금하다.
가제본서평단으로 일부만으로 서평함.
지켜야 할 세계 - 문경민 소설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어느 겨울 방학날 집에서 나오던 중 눈길에서 넘어져 발견이 늦어졌고 골든타임을 놓쳐서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죽지 않아서 깨어날 거란 희망을 가지고 살았을 가족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먹먹하다. 엄마가 아들에게 이제 엄마를 마음에서 놓아 주고 보내주는 연습을 할 시간을 준 것이었을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기기도 하고 아픔이나 상처를 겪으면서 단단해 지기도 한다.
열심히 착하게 사는 것과 불운한 사고는 개연성이 없다. 누구나 우연히 맞을 수 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고 말하지만 그 암담함을 오롯이 견디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 고통의 시간을 겪지 않은 사람은 아마 모를거다. 어떤 슬픔을 떠올리며 힘들거라는 예상 정도를 하는 거겠지. 동생과 수림 엄마를 잃은 윤옥과 엄마가, 윤옥을 잃은 아들 상현이 남은 자리에서 견디는 세계이다. 이런 과정들이 지켜야 할 세계일까. 남은 사람은 존재와 추억을 지켜 주며 먼저 간 이들은 남은 사람의 생을 지켜주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관리자들이나 학부모들은 정윤옥선생님의 수업법을 입시제도에 맞지 않다며 탄원서를 내면서 불만이 많다. 게다가 동료들의 평가도 엇갈렸는데 이런 걸 보면 남의 얘기로 섣불리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든다.
남들은 담임맡으면 할 일 많고 피곤하다고 기피한다던데, 능력이 되서 하겠다는데도 누군가를 위한 압박일 것이다. 그 힘들다는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겠다고 하는데 나이가 엇비슷한 교감은 작정하고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회유를 하다가 안먹히자 은근한 협박까지 한다. 그래도 윤옥은 강인한 의지로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 반에는 뇌병변장애를 앓는 시영이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동생 지호를 생각나게 했다. 아빠없이 엄마가 혼자서 자기랑 장애를 가진 동생 지호를 키우느라 힘들어 하던 중, 지호를 교회 목사에게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는 엄마의 말에 착잡하기도 했지만 이젠 학교에 다니면서 동생을 돌보는 지긋지긋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순간 안도를 했을까. 결국 그렇게 동생을 보낸 후 한번도 찾지 않은체 대학생이 된 윤옥은 동생을 찾아 갔지만 너무 늦었던 걸까. 지호도, 입양하여 데려간 목사도 이미 그곳에 없었다. 알고보니 목사는 사기꾼이었다. 데려갈 때 느낌이 쌔하더라니.. 역시 뭔가 예감이 안좋았었다. 이 모든 일을 엄마는 알았을까 그것을 확인하기가 무섭고 두려웠다. 바라보는 나는 윤옥엄마의 심정도 이해가 되면서 누나 윤옥의 마음도 얼추 알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
동생을 보낸 그날이 생각나고 그렇게 보낸 것에 후회가 밀려왔고 죄책감이 커져서였을까. 윤옥은 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소설 속 인물들속에서 다들 기피한다는 학교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한다. 아마도 동생을 내려 놓았던 그 마음이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이 되어 장애를 겪는 학생이나 배움의 위치에 있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생각하면서 깨어있고 살게 하고픈 마음이 들었던 거라고 여겨진다. 그럴 수도 있겠다.
과목을 국어로 선택한 것을 보면 모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깨쳐야 애국심과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국어나 역사과목은 특히 자긍심과 민족애가 더 커지는 공부이므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본다.
어떤 세계를 지키고 싶어서 윤옥선생님은 노조에 가입을 하고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처럼 그렇게 혼을 담은 수업을 했던 걸까. 학생들은 정말 재미있다며 빠져 들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사회가, 시대가 조금씩 달라져도 입시의 공부는 한계에 부딪혀서 시험용 수업만을 원하는 자리가 늘 안타깝다. 생각해 보니 우리도 시험기간엔 문제 찍어주고 풀고 외우고 했던 기억이 나지만 울림이 있던 수업은 선생님께서 한번씩 시나 소설의 한 부분을 발췌하여 생각해 보게 해주고 글쓰기를 하면서 확장된 수업을 할 때 뭔가를 배웠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진정한 어른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던 국어 선생님은 고등학교때 어떤 일로 한 친구가 삐져서는 대학시절지나고 결혼해서 까지도 오래도록 괴롭히면서 유치하고 간악한 행동을 했다고 말하면서 용서 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오늘의 이야기를 잊지 말고 그런 어른은 절대 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부탁했었던 기억이 절절하다. 그 당시 오해를 했던걸 알고서 바로 진심으로 사과를 했는데도 내내 친구라며 붙어서는 괴롭혔던 거라고 한다. 그 얘길 들으면서 절대 나도 복수심같은 그런 앙갚음을 하지 않고 살기로 다짐을 했던걸까 그래도 여기 목사는 너무 화가 난다. 동생의 흔적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허무해서 분노가 일었다. 이런 어둠의 세계로부터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게 누구나에게나 인생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