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정신과 전문의의 딱딱한 글일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주 핵 직구! 돌 직구 다!

상처 받은 사람들의 감정을 들여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뭐.. 그런 일로..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상대방의 감정을 폄하 시킴으로 내 감정을 지키는 일.
위안 삼는 일.

사실 나도 너무 잘하고 있었던 거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사실 나를 위해,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해 한 말이 맞았다.

우리는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
부부,자식,친구,직장,이웃 등..
숱한 관계 속에서 핑퐁처럼 주고 받는 말들을 통해
상처 받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상처를 준 가해자는 정신과에 오지 않는데
가해자만 온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도 내 감정을 지키지 못해
스스로 멘탈이 약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되며
나의 약함을 탓하곤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가 지켜야 하는 법이고
상대의 감정 또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나치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보통의 심리학 책들처럼 지루하거나
어려운 의학단어를 들어 설명하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에게 온 환자들의 일상과
그들의 심리를 다루며 이야기를 풀어 낸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와 같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의 우리내 이야기다.

병원의 간 그들과 나의 차이는 내 감정을 회피하거나 도피 혹은 그 반대로 가해자가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름의 불안 증세로 고통 받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벽을 쌓기 시작한다.
어른들 말씀처럼 학창시절의 관계는 거기서 끝나고
어른이 되면 진실된 관계를 맺기 힘들다는 핑계를 갖다 붙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꼰대라는 표현을 하며 욕하며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했지만 그 꼰대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며 어른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저자의 말처럼...

아.. 정말 심리학 책이 이렇게 재미 있을 수가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 든 책이다.

직장 생활 10년..
가정주부 7년차..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

내 삶을 되돌아 보며 위로 받았고 반성했다.

누군가 책이 나에게로 온다는 표현을 했는데
이 심리학(?) 책이 나에게 걸어 온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정신과 상담은 정말 이상 증세가 있는 사람이 가는 줄 알았는데 감기 걸리면 쉽게 병원에 가듯..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간다는 것도 좋았다.

요즘 엄마들이 아이 정신 상담을 위해 간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나도 내 아이도 언제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면
그 감정이 치유되지 못한 채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맡겨 치유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도 생겼다.

치유되지 못한 감정으로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이일 뿐이다.

나 스스로도 어른인 척 성인이 되었으니
내 감정 정도는 내가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가 맞지 않는 어른 옷을 입고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보여 씁쓸하고 가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내 마음에 더 솔직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 할 때 그 사람의 인생을 대하는
마음으로 대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가족에게도 가장 작은 나의 아이에게도
그 살아온 인생 만큼
존중하며 보이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님을
인정하며 나아가겠다.

진심으로 위로와 힘을 얻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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