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랑스러운 소설이다.아포칼립스가 사랑스럽다니 이상하지만...(이상한 거 좋아.)중반까지는 ‘소심하다‘는 말의 긍정적 측면만 너무 부각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끝에 가면 영만 아저씨가 속좁은 사람 특유의 행동을 하나 보여 주신다. 약간 귀엽게. 아무튼 큰 것보다 작은 것에 끌리는 사람이라면 재밌어 할 책이다.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에 비해 나는 대범한가, 혹은 내가 더 소심한가 체크해 보는 재미도 있다.
‘페리숑 효과‘라는 용어를 태동시킨 바로 그 작품 <페리숑 씨의 여행>이 전자책으로 나와 있기에 냉큼 구매해 읽어 보았다. 역시 어떤 용어를 탄생시키는 작품은 그 명성에 상응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대체로 ‘재미‘가 있다. 진짜 읽혀야 파급력이 있을 게 아닌가. 이 작품도 그렇다. 세월의 변화를 감안하면 아직도 이렇게 웃긴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지경.
남자들은 누구에게 도움 준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안 느끼지만 도움 받은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낀다네!
여자들은 은혜를 헤아리고, 마음속에 깊이 새길 줄 알지.
페리숑. (책 장수에게) 여기요, 부인과 딸이 읽을 거니까…. 연애나 금융, 정치, 결혼, 사망 같은 사건이 없는 걸로 한 권 주시오.다니엘. (방백으로) ≪로빈슨 크루소≫!
도서관에 3권이나 있는데 늘 대출 중이던 책이다.이 책의 인기에 대해 의문이 많았는데 읽어보고 알았다. 왜 그렇게 인기인지.장르가 불분명한 이 저작물은 스릴러 구조의 스토리텔링과 감성적 에세이, 지적 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논픽션의 장점을 고루 가져와 버무렸다.고백적이며 화려한 비유로 점철된 특유의 문체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실존인물의 실화를 다루며 빠지게 될 함정 위에 합판 다리를 놓은 효과를 낸다. 고발이나 정의 구현, 선악의 선명한 구분 대신 저자가 선택한 것은 자기고백적인 회고이다. 모험서사나 순례자서사와 같은 픽션의 구조를 따라 만들어진 정교한 플롯을 따라가면 저자가 오랜 방황 끝에 획득한 삶의 의미에 도달하게 된다.잘 쓰여진 책이고 공이 많이 들어간 책이다. 무엇보다 범주구분의 해체라는 당대의 이데올로기 현안에 복무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내가 본 중 가장 우아하고 영리하며 부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