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지를 잔뜩 붙였는데 도서관 책이라 페이지를 사진 찍어둘까 하다가 전자책 검색을 했다. 다행히 출간이 되어 있다. 다음달 1~3일에 캐시를 충전하고 전자책을 사야겠다.

주머니 사정이 가난해진 이후로는 도서관 이용을 더 활발히 하고 있는데, 아무리 소비 욕구를 억눌러도 책은 어쩔 수 없이 사게 된다. (요즘 내가 얼마나 가난해졌는지, 등급이 골드로 내려가서 깜짝 놀랐다. 플래티넘 아닌 등급도 있었다는 걸 자각했다. 이게 얼마만에 내려간 등급인지...)

대개는 쓸모나 유용함 때문에 소장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해서 책을 사게 되지만, 소장하고 싶다는, 소장해야만 한다는 끌림 때문에 다 읽은 책을 또 사게 될 때도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이다.

홍은전은 대단한 사람이다. 인터뷰이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문제들, 내면의 것들을 들여다본다. 그만큼 예민하고 기민하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이 단지 정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출판사에 근무할 때, 인물 성공담 자기계발서를 발간할 때, 대필작가가 시간이 없어 바쁘다면서 이메일 인터뷰로 대체하겠다고 한 적 있었다. 그게 가능한가? 나는 좀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해당 인물이 글과는 관련없는 직종인데다가 글솜씨도 없었기 때문이었다.(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직접 썼겠지. 왜 대필작가를 고용했겠나?)

결국 그 작가는 일을 마무리 하지 않고 중간에 그만둬 버렸다. 그 작가는 신춘문예인지 다른 신인문학상인지로 데뷔한 작가였는데, 자기 소설을 열심히 써야겠다며 도망가 버렸다. 일이 결국 그렇게 되었을 때 나는 ‘이메일로 인터뷰하겠다고 했을 때 알아봤다‘고 생각했다. 마무리는 다른 작가를 섭외해서 해결했다. 마무리 작가로 섭외된 사람은 편집자로 오래 일한 뒤 프리랜서로 독립한 사람이었고, 책은 무사히 출간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예술가 같은 예민한 감각과 숙련된 직업인다운 끈기가 동시에 있어야 하는 일이다.

홍은전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책을 만들어냈다. 웃다가 울다가... 얼마나 들썩였는지 모르겠다. 띠지의 흔적은 모두 그런 흔적이다. 아포리즘따위에 붙인 게 아니다. 내가 울었던 흔적, 웃었던 흔적, 울면서 웃었던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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