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것은 아닌데, 부동산 문제가 담겨 있는 세 권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모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조장훈의 책만 특별히 대출 신청을 하여 수령한 것이고 나머지는 도서관의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어 읽었다.


조장훈과 김수현의 책은 둘 다 대치동 학원 원장 이력을 가지고 입시컨설턴트 경력을 가진 저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책의 결이 많이 다르다. 하나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 첨예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하나는 약간의 문제의식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둥글둥글 살자는 주의이다. 집필 의도를 가지고 장기간 집필에 들어간 책과 브런치 출판프로젝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책의 질적인 면에서도 차이를 만드는 것 같이 느껴졌다.


조장훈의 글은 띠지를 너무 많이 붙여서 밑줄 긋기로 모두 옮기지도 못하겠다. 그런 반면 정성민의 책에는 띠지가 하나도 없다. 조장훈의 책은 도서관의 소장도서가 그것뿐이라 큰글자도서를 빌려서 유독 무겁고 컸는데, 마치 내용도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정성민의 글은 가볍고 접근하기 쉬우며 현상에 대해 묵직한 고민보다는 적당한 타협과 위안을 준다. 저자가 개인적으로 도운 입시 사례들은 훈훈한 미담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입장은 우리나라의 대치동 현상이 그런 어조로 다룰 사안인가 하는 면에서 회의적이다.)


조장훈 책의 서두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위트는 SF문학이 주로 사용하는 노붐(인지적 소외)의 훌륭한 사례라고 느꼈다. 고유명사를 라틴어 표기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대학입시 풍경을 낯설게 보게 만들었다.  


특히 p.99의 내용은 근래에 만난 주변의 입시생들이 왜 그렇게 하나같이 비대하고 비현실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유를 알게 해주었다. 그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입시 제도와 교육 현장 자체가 비틀려 있었던 것이었다. 


p.202부터 이어지는 대치동 엄마들의 이야기를 읽고는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는 강한 가부장제 전통을 주춧돌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이 남에게 무시 당할까 두려워 떨고 그래서 남 위에 서기 위해 뼈와 살과 인생의 낙을 다 갈아넣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놈의 대한민국이란 땅이 씁쓸했다. 


김수현의 글은 아직 읽고 있는 중인데,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 두 번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들어낸 분이 쓴 자기 변명서 같은 책이다. 해명서라고 하고 싶지만, 차마 그 말이 안 나온다. 이 책을 왜 빌렸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안 올 때 읽고 있다. 아마 끝까지 읽지 못하고 반납하거나 대충 속독으로 읽은 뒤에 반납할 것 같다.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은 간혹 일반인들은 '몰라서' 아무 말이나 떠들며 책임론을 외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럴 수도 있지만 대개는 아니다. 대개는 '몰라서'가 아니고 '그 따위는 모르고 싶다.'에 가깝다고 본다. 구성원의 욕망과 상충되는 현상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결국 책임과 비난은 정치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같은 편에게 들려주는 하소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아마 그런 용도로 소비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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