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의 사람 -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
정혁용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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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질문 먼저, 당신은 일주일에 택배를 얼마나 받으십니까?

코로나를 겪으며 택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었다. 그래서 몇몇 책과 기사문들을 찾아 읽은 적은 있다. 그러나 내 뇌리에 택배 노동자에 대한 각인을 조각도로 석고판을 후비듯이 새긴 책이라면 단연 이 책을 꼽아야 한다.

내 소갈머리의 용량은 정혁용의 <문 밖의 사람>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나눌 수 있다.

그 전에도 택배 노동자에 대한 글을 읽긴 했지만, 지나치게 관념적이거나 일반화된 개념으로 접해서 사람이 아니라 도표가 기억나곤 했다. 혹은 ˝아, 심각하구나.˝ 하고 곧 잊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혁용이라는 하나의 개별 인간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택배를 하고, 잠을 줄여 소설을 썼던 한 사람.
르포 기자들이 한 사람과 밀착 동행해 취재를 해 기사를 쓰는 이유는 ‘생생한 하나의 사람‘을 전달하기 위해서일 텐데, 중간에 기자가 끼지 않고 본인이 직접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언어가 권력이라 했던가.

이 책의 장점은 ‘호소‘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책 안에 삽입된 <에픽>5호에 게재되었던 논픽션조차 ‘호소‘의 논조가 거의 없다. 마치 소설처럼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극 반 희극 반의 블랙 유머 논조가 책 전체에 물결처럼 흐르고 있다.

정혁용 작가의 생애에 휘몰아쳤던 사건들은 흔히들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소설책 10권은 나올 거다.˝고 말하는 경지인데, 역시 그런 분들은 소설을 못 쓰고 정혁용 작가는 에세이를 써도 소설이 된다. 왜냐하면....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책 한 권에 우겨 넣으실 수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장면화하여 영화처럼 눈 앞에 선연히 그려지는 방식으로 전달하신단 말인가?

긴 말 필요없고, 사서 읽으시길 바란다. 호주머니가 비어 계시다면 가까운 도서관에 희망도서라도 신청해서 1빠로 대출하시기 바란다. 그 뒤로는 대출중으로 떠서 빌릴 수도 없을 테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희망사항인데,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

정혁용 작가의 소설 <침입자들>과 <파괴자들>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꼭 읽으셔야 하고,
작가를 몰랐던 분들이라면 에세이부터 보시길. 아마 알게 된 것에 기뻐서 ‘깨춤을 추실‘ 것이고, 소설까지 달려 나가실 것이다.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은 작가의 아포리즘과 사람 됨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내가 재미있게 읽은 대목들의 실오라기쯤 된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스포 될까 숨긴다. (사실 줄 그으면 책 한 권 다 그어야 해서 포기했다.)

읽으신 분들과 독서 클럽이라도 만들고 싶다. ‘통역사‘, ‘남의돈예술‘, ‘휘발유 같은 경유‘, ‘천사‘, ‘놀~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소주를 마시고 싶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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