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9년이다. 가까운 지인의 아버님이 루게릭 병으로 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사랑내곁에 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김명민과 하지원이 주연이다. 김명민은 루게릭 환자로 하지원은 그의 아내라 연기를 하였다. 그 분은 이 영화를 보자고 하셨고 함께가서 영화를 보며 둘다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보고 처음엔 읽을지 말지 망설였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내가 담담하게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현재 루게릭병을 앓고 계시면서 안구마우스로 이 책을 쓰신 작가분의 삶이, 생각이, 세상을 보는 그 시선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작가의 삶을, 2011년 루게릭 증상이 처음 나타난 그때부터 투병중인 현재까지의 기록이다. 2부와 3부는 그의 단편집과 에세이들이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카페 구석에 앉아서 시시걸렁한 잡담을 나누는 것,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공을 주워 다시 던져주는 것, 

거실 천장의 전구를 가는 것,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는 것....


그토록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평범한 일상. 누구나 겪는 그러한 일상 속 어느날 아침, 출근준비를 하다 셔츠 단추를 못 잠궈 아내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사소한 일상들의 이야기들이라 그 사소한 흔적이 루게릭 증상의 시작이라는 것이 그저 놀랍고 또 놀라울 뿐이다.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루게릭병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병세를 늦추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이 책을 읽으며 모든 것은 다 그대로인데 근육세포만 사라져 움직일 수 없는, 그래서 육체의 감옥에 갇힌 채 나를 나로부터 철처히 타자화 할 수밖에 없는 병이라는 표현을 읽으며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얼마나 힘들지, 온전히 공감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상상해 보며 공감하려 했다. 


나의 20대와 30대 초반은 너무 치열하고 바빴다. 잦은 해외출장으로 가족과 친구들의 모임에 함께할때보단 그러지 못할때가 더 많았다. 그렇게 살면서 언젠가는 여유로와지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지나칠법한, 그렇게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감정과 의식의 흐름도 너무나 생생하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의 생각들이 어쩌면 옳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당연할거라 생각했던 삶속의 모든 것들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언제나 거기 있어줄 것만 같았던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어쩌면 거기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승승장구하며 잘 살아가는 나의 삶이 언제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쓰는 작가가 너무나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삶을,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이들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의미들도.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을테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