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한다. 오늘을 살아가기위해 모두들 힘겹게 노력한다. 청년 실업, 청소년들의 학업, 중/장년들의 퇴직 및 퇴직 후의 삶 등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주기와 시기에 따라 열심히 노력한다. 삶과 죽음은 뗄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렇게 치열하게 삶에 대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까? 만약을 대비해 여러가지 보험에 가입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혹은 우리가 얼마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죽음, 그 중에서도 도시화 되어가는 오늘날의 죽음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저자는 '지금 내가 죽음을 준비한다면?' 하고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책,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그리고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는 김형숙. 경남 거창의 산골에서 태어났다. 학비가 낮고 취업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떨결에 서울대학교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취직하여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했다. 연명치료나 장기이식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경험했고, 답을 찾아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 진학했다. '의료상황에서 가족중심 의사결정의 문제점 고찰' 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 지금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간호사로 병원에서의 오랜 경험과 고민이 이 책으로 나타난 듯 하다.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고민들이기에 읽기에 더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다. 편안하고 읽기 쉽게 표현된 책이다. 읽다보니 책에 빠져들어 단숨에 책을 다 읽어 버렸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도 그렇게 무덤에 묻히고 말았다. 피해갈 수 없는 죽음. 그렇다면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더 문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막연히 아프면 병원가고 병원가서 치료받는다고만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그 병원비를 걱정하지 정작 우리의 죽음은,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1장은 저자의 어릴적 경험부터 쓰여졌다. 2장부터 후반부까지는 병원에서 여러 환자들을 보며 느낀 경험담을 풀어놨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바는 환자의 소외, 고립. 그리고 가족 입장에서의 판단이다. 환자는 환자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른채 치료나 수술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물론 중환자실이기 때문에 환자가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들도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문제들도 기술해 놓았다. 가족들의 감정을 위해 환자가 더 힘들어지는 경우들도 발생했다. 하지만 환자의 감정과 의견이 아닌 가족과 의사들의 의견이 더 힘을 가지게 되는 상황들이 일반적이다. 현대적 의료화 시스템의 영향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도시'는 의료화 시스템의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을 상징하는 것으로 난 해석했다. 요즘엔 아프면 병원가고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책을 읽고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론은 간단했다. 힘들게 병원에서 이런 저런 치료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더 중요한건 이런 나의 의사를 내가 건강할 때 가족들과 함께 상의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원치 않는 치료도 가족들이 원해서 (가족들에겐 치료하지 않았음에 대한 죄책감이 남을수도 있다.) 서로가 고통스러운 치료를 계속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주변에 아픈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지만 그 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가족들이 지치지 않기를. 그래서 몸도 마음도 맑고 밝고 건강하게 환자 주변에 있기를. 그래서 가족도 환자도 모두 잘 치유 되기를. 가족 중,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아프면 본인도 가족도 힘들고 지치게 된다. 힘든 치료의 연속이기 보다는 그 시간을 가족들과 혹은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남편의 친구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혈액암임을 알고 골수 이식도 했지만 암은 빠르게 전이 되었고 몇 가지 암을 더 겪으며 병원에서 그렇게 떠나갔다. 치료하는 과정 중 면역력이 떨어져 병원에서도 독립된 공간에서 치료를 받던 그 친구. 그 친구는 그렇게 투병의 시간동안 외롭게 고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왜 이 책을 더 빨리 읽지 못했던것일까. 안타까울 뿐이다. 건강할 때, 우리의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가족과 함께,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존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