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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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유독 더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이 ‘뇌과학’이다. 인간의 몸 속에서 가장 미지의 영역이며 아직도 밝혀내야하는 게 많은 장기라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책도 그런 이유에서 읽기 시작했고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기존의 비문학 서적에 빠지지 않는 서문이나 머리말 하나 없이 시작하는 본 책은 총 10장 중 9장에 걸쳐 인지조절과 작업 수행(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장에서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서 이야기할 ‘인지’란 무엇이며 또 그것을 조절함으로 인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인지조절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 설명한다. 인지조절에 장애가 온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고 조절하기 어려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해야 하는 행동을 모르는 건 아니기에, 해야할 일을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2장에서는 인류의 인지조절이라는 능력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에 대해 학자들이 발견해낸 자료를 기반으로 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장류나 원숭이, 혹은 동물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운전 중 문자 메세지가 오거나 SNS 알림이 오면 그걸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한 작업을 진행 중일 때 다른 작업이 방해를 할 경우,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서 업데이트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4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태스크(작업)를 수행할 때 뇌에서 어떻게 위계 질서를 정리하고 수행해나가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의 뇌는 어떤 작업을 수행할 때 우선 전체 목표를 설정한 다음 그 목표의 하위에 속하는 자잘한 목표들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에 위계적 규칙을 세우며 그것을 적용해나간다고 말한다.


5장에서는 인간이 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종종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특정 분야에서만 슈퍼태스커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 외의 분야에서는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지만 작가 유진 오닐이 했던 것처럼, 특정 태스크를 할때는 분위기나 환경을 바꾸어 간다면 충분히 한 번에 두가지 이상의 일을 수행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6장에서는 인간이 정지와 억제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정지도 억제의 한 요소일 수 있지만 모든 정지는 억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우리가 억제하려고 하는 모든 행동이 실제로 억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7장에서는 인지조절이 단순히 행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 뇌가 우리에게 더 이득이 생기는(비용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조절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8장에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기억하고 그것을 출력해내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효과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가 ‘중요’할 필요가 있으며 그 기억을 유지하고 인출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9장에서는 인지조절이 어떻게 발달하며 또 쇠퇴하는지를 생애주기를 기반으로 설명한다.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인지조절은 꾸준히 변화를 겪으며 노년기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수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인지조절에 변화가 생긴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우리가 왜 인지조절에 대해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책에서 다룬 개인의 인지조절과 관련된 키워드들(안정성, 유연성, 억제, 조절 등등) 이 단순히 개인의 단위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단위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껏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에 특별한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첫장부터 새로운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만 같았다. 무슨 행동이든 깊게 생각할 것 없이 반사적으로 당연하게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일련의 수행 과정에 대해서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렇게 세세하게 살펴보고 나니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공지능의 성능이 날로 좋아져가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힘이 실린다. 인간이 무조건 최고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분명 특별한 생물이라는 점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다.


책에 소개된 용어들이나 표현들이 과학 분야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흥미로운 주제였기 때문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말한 것처럼, 인지조절의 메커니즘처럼 개인의 단위에서 시작해 사회적 단위에서 함께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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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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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저서는 가장 유명한 데미안밖에 읽어보지 않았다. 데미안마저도 읽은지 꽤 된지라 문체나 문학적으로 인상깊었던 문장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 그러다보니 저자에 대한 관심보다는, 문학가가 본인이  체험한 음악이란 세계를 어떻게 표현해내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중략)

누군가 나나 그럭저럭 음악적이라 할 사람에게서 바흐의 성가곡을, 

<마술피리>나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들을 빼앗고 금지하고 기억으로부터 떼어놓는다면, 

우리 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몸의 장기 하나를 잃는 것과도 같을 것이며 

감각 하나를 반쯤 또는 전부 상실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p.35

pp. 34-35


음악에 대한 헤세의 애착은 첫번째 산문만 읽어도 단번에 알 수 있을만큼 강렬하다. 저자 스스로도 음악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음악을 체험하고 있었다. 공연을 자주 보는 나로써는 헤세가 콘서트홀에서 느낀 음악에 대한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감정들이 내가 훌륭한 공연을 봤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유사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위대한 문학가도 그냥 사람이구나 싶어져서 헤세라는 작가가 가까운 이웃처럼 다가왔다.

산문도 산문이지만 중간중간에 고전음악 애호가로써 헤세가 적어내린 운문들이나 짧은 단편들도 참 인상적이었다. 데미안을 읽었을 때는 그저 그런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좀 더 괜찮은 번역으로 그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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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리다 - 예술에 담긴 죽음의 여러 모습, 모순들
이연식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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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이 그려낸 죽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예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미술사와 예술사를 배우는 예술철학도로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을 다 방면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작품과 연결지어 다루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저자 자신이 죽음의 무게를 가까이서 느낀 탓인지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다룬 점도 좋았다. 종교나 몇가지 주제에 대해서 굉장히 시니컬한 태도를 취하는데 그게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묘하게 재밌었다.

인상 깊었던 작품은 페르디낭 호들러가 죽어가는 아내를 그린 연작이었다. 나도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일까, 연작 중 소개 된 죽은 발랑틴의 모습에서 호들러가 느꼈을 허망함과 슬픔이 전해졌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기대했던 것만큼 예술의 이론적인 부분은 많이 다뤄지지 않은 점이다. 작가 개인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가진 인상, 사색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전문적인 예술서적이기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같다.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지만 생각해 볼 거리를 많이 던져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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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힘 - 복잡한 세상을 푸는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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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2년 전,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큰형부가 연습장 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미적분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다. 형부는 한 덩어리를 그리고서는 그 덩어리를 쪼개는 게 미분, 다시 합치는 게 적분이라고 가르쳐줬다. 지금은 모든 한자어를 한자의 의미에서 파악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한자어를 신경 쓰던게 아니다보니 형부가 그려준 그림을 곧 미적분으로 받아들였다. 이게 미적분과 나의 첫만남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날 형부가 연습장 위에 그린 그림과 설명이 계속 맴돌았다. 수학을 잘 하진 못하지만 많이 좋아하던 나는 이 매우 생소하고 신비로운 개념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미적분을 제대로 배운 건 20살이 넘어서의 일로, 뒤늦게 한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수학 과외를 받으면서다. 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니지 않았고 학교를 졸업한지 3년이나 지난 후라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런 어려움과는 별개로 미적분은 여전히 흥미롭고 재밌는 개념이었다.


미적분의 힘의 원제는 infinite power, 즉 무한의 힘이라는 의미로 책의 중심 주제이다. '무한'이라는 키워드는 책 전반에 걸쳐서 꾸준히 등장하며 무한을 기반으로 미적분의 가장 기초부터 심화, 역사 그리고 활용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아르키메데스의 원과 포물선에 대한 호기심은 '무한 infinite'을 인간이 인지하는 세계로 끌어왔다면서 '무한'만큼 단순한 세계가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무한이 단순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적지 않은 위화감을 느꼈다. 아르키메데스가 원주율을 구해낸 방식은 이전에도 들은 적 있는 내용이지만 무한이나 미적분과 연관시켜서 배운 개념이 아니다보니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게 있어 미분과 적분은 쪼개거나 합치는 개념이다보니 '끊임 없이 이어지는 무한한 어떤 것'이 쪼개지고 합쳐진다는 게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원과 구의 성질을 생각해보고 머리 속으로 무수히 많은 조각을 만들어보면서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역사적인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유명한 수학자들의 삶과 수학에 대한 헌신을 접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학만큼 상상력이 극한으로 발휘되는 영역이 또 있을까, 하는. 보통 수학은 논리와 합리, 이성 등 무언가 구체적인 인상을 주다보니 '상상'같은 추상적인 개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말처럼 자연 속에서 수학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감성과 상상을 총동원해야 하는 것 같다. 상상력 없이는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수학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용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다. 이론적인 부분을 좀 더 익히고 난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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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사회 -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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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서평을 하기 위해 읽은 책 중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가장 조심스럽다. 내용은 충분히 많은 생각이 들게 했지만 각 장마다 정치적인 사건을 연관지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많이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장바구니에서 삭제하기를 추천한다.

읽으면서 앞선 질문의 끝 문단이 다음 질문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구조라서 흥미로웠다. 그 이야기를 내가 책읽는 동안 옆에 있던 짝꿍에게 하니 '철학서가 다 그렇지 뭐 ㅎㅎ'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긴, 솔직히 말해서 저자가 한권의 책으로 압축시키기 위해 9가지로 질문을 압축했을 뿐이지 이것들을 시발점으로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은 무수히 많다. 철학은 역시 정답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사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9가지 질문을 따라가면서 공감을 하는 한편으로는 불편했다. 특히, 두번째와 세번째 질문에서 다뤄지는 엘리트주의가 유독 불편했다. 저자도 결국 연세대 출신에 독일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돌아와 포스텍이나 TV에서 강연하는 사람이 아닌가.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는 엘리트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싶었다. 그 두 챕터에서는 그런 아이러니에 반발감과 불편함을 느꼈다. 

우스운 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도 그 엘리트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란 점이지만.

엘리트주의 때문에 책 읽다가 상념에 잠긴 내가 '결국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는 엘리트지 않은가'라는 말을 던지니 짝꿍이 '근데 만약 흔히 말하는 지잡대 교수가 이런 얘길 했다면? 사람들이 들었을까?'라고 말했다. 정말, 불공정한 사회다. 씁쓸했다. 

저자가 책 속에서 다루는 사건들을 잘 모르는 게 책을 읽는데 가장 큰 장벽이었다. 조국 사건이야 워낙 논란과 이슈를 불러와서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지만 추미애 윤석열 사건이라던가 인국공 사건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 이슈를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팔로업하지 않았다보니 검색을 하면서 접하는 의견이나 책에서 다뤄진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나 싶었다. 결국, 사건에는 관심을 갖기를 포기하고 의견과 이론에만 귀를 귀울이기로 했다.

철학서의 핵심은 이걸 내가 얼만큼 받아들이느냐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과 그가 내린 답, 그리고 해법(?)이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게 나쁘지 않을지도. 다만, 앞서 한번 언급한 것 처럼 정치적인 부분에 민감한 사람은 권하지 않는다.

추신. 처음에는 책 표지 디자인이 가짜뉴스나 신비주의를 다루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 읽어보기 조금 망설여졌다. 표지에 저자의 얼굴을 박아놓으니 참 펼쳐보기 어려웠다. 물론,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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