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의 힘 - 복잡한 세상을 푸는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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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2년 전,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큰형부가 연습장 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미적분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다. 형부는 한 덩어리를 그리고서는 그 덩어리를 쪼개는 게 미분, 다시 합치는 게 적분이라고 가르쳐줬다. 지금은 모든 한자어를 한자의 의미에서 파악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한자어를 신경 쓰던게 아니다보니 형부가 그려준 그림을 곧 미적분으로 받아들였다. 이게 미적분과 나의 첫만남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날 형부가 연습장 위에 그린 그림과 설명이 계속 맴돌았다. 수학을 잘 하진 못하지만 많이 좋아하던 나는 이 매우 생소하고 신비로운 개념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미적분을 제대로 배운 건 20살이 넘어서의 일로, 뒤늦게 한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수학 과외를 받으면서다. 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니지 않았고 학교를 졸업한지 3년이나 지난 후라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런 어려움과는 별개로 미적분은 여전히 흥미롭고 재밌는 개념이었다.


미적분의 힘의 원제는 infinite power, 즉 무한의 힘이라는 의미로 책의 중심 주제이다. '무한'이라는 키워드는 책 전반에 걸쳐서 꾸준히 등장하며 무한을 기반으로 미적분의 가장 기초부터 심화, 역사 그리고 활용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아르키메데스의 원과 포물선에 대한 호기심은 '무한 infinite'을 인간이 인지하는 세계로 끌어왔다면서 '무한'만큼 단순한 세계가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무한이 단순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적지 않은 위화감을 느꼈다. 아르키메데스가 원주율을 구해낸 방식은 이전에도 들은 적 있는 내용이지만 무한이나 미적분과 연관시켜서 배운 개념이 아니다보니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게 있어 미분과 적분은 쪼개거나 합치는 개념이다보니 '끊임 없이 이어지는 무한한 어떤 것'이 쪼개지고 합쳐진다는 게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원과 구의 성질을 생각해보고 머리 속으로 무수히 많은 조각을 만들어보면서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역사적인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유명한 수학자들의 삶과 수학에 대한 헌신을 접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학만큼 상상력이 극한으로 발휘되는 영역이 또 있을까, 하는. 보통 수학은 논리와 합리, 이성 등 무언가 구체적인 인상을 주다보니 '상상'같은 추상적인 개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말처럼 자연 속에서 수학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감성과 상상을 총동원해야 하는 것 같다. 상상력 없이는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수학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용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다. 이론적인 부분을 좀 더 익히고 난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 서평 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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