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폴리스 - 홍준성 장편소설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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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구독이 완료되기 전에 읽어보려고 서재에 넣어뒀다가, 1장도 제대로 못 넘기고 구독이 끝나서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 밀리에서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먼저 공개되고 정식 출간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종이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카르마. 사전에 뜻을 찾아보면 '[명사] 불교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을 의미한다. 요약하자면 흔히들 말하는 '업보'라는 말에서 '업'이라고 할 수 있다. 폴리스는 국가나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 POLIS가 아닌 우리가 흔히 경찰로 알고 있는 POLICE이다. 책을 읽기 전 어렴풋이 본 한글로 적힌 제목과 성이 그려진 표지만으로 '업의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폴리스가 그 폴리스가 아니라서 조금 놀랐다. 직역하면 '카르마의 경찰'이니 나름대로 뜻풀이 해보자면 '업을 지키는 자' 정도의 의미일 것 같다.



이야기 속 주요 등장인물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물론 세 사람 정도 이름이 붙은 인물이 나오긴 하지만 별다르게 부를 수 있는 별명이 없어서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싶다. 대부분은 그들의 신체적, 혹은 성격이나 직업적 특징에서 따온 별명같은 것으로 인물이 구분된다. 특징만으로 사람을 구별하면 혼란스러울 것 같지만 굉장히 뚜렷한 특징으로 인물을 지칭하기 때문에 큰 혼선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인물 간의 대화보다는 인물이 그 순간 느끼는 심정이나 그 주변 환경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중심이 되는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푹 빠져서 읽었다. 흔히 고전이라고 불리는 소설의 문법을 따라가는 듯한 문체와 표현에, 이게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국문으로 번역된 유럽의 고전 소설을 자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푹 빠져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표지에 적혀있던 것처럼 흩어져 있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어딘가에서 꼭 다시 맞물리게 되어서다. 선을 행하는 자도 악을 행하는 자도 자신의 업業에 따른 보報를 경험한다. 어디라고 딱 잡아서 말할 수 없는 시대와 배경을 가진, 기적과 마법이 사라졌지만 마법이 펼쳐지는 무대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겪게 되는 순간순간은 인과응보의 연속이다. 북쪽 외곽으로 몰려난 가난한 자들과 난쟁이들, 부모를 잃고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등등, 그 안에서 무심하게 묘사되는 차별과 혐오는 끔찍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업보의 연속에 마음이 불편해졌던 건, 정말 사소하더라도 악하다 여겨지는 행동들은 모두 죽음이라는 벌로 되갚아졌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두 말이다. 내가 살면서 저지른 사소한 잘못들도 이러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작 중에 나오는 묘사처럼, 약한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는 것을 보면서 조금 두려워졌다.



굉장히 다양한 작품들에서 많은 표현들을 빌려온 만큼 문예적인 면에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 서평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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