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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ㅣ 쓸모 많은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평점 :

한국어로 언어의 뇌과학이라고 번역된 이 책의 원래 제목은 El cerebro bilingue (The Biligual Brain), 즉 이중언어자의 뇌이다. 모국어만을 구사하는 단일언어 사용자가 아닌, 모국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중언어자들의 뇌를 살피는 실험을 통해 언어를 익히는 동안 우리의 뇌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이중 혹은 삼중이나 그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게 되면 어디가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요약해놓은 책이다.
나는 내 사고의 기반이 되는 모국어로써 한국어를 구사하고 일본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그외에 약간의 불어와 중국어 등을 하는 multilingual(다중언어자)이다. 책의 저자나 그의 아들*처럼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일본어가 유창한 외할아버지의 영향과 나 스스로의 관심, 그리고 15살부터 20살까지 5년 정도 필리핀에 머무르면서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가장 잘 하는 외국어들을 어떻게 배웠느냐 묻는다면, 일본어는 내가 좋아해서 열심히 했고 영어는 살아남기 위해서 했다고 답하곤 한다. 이외의 불어나 중국어는 학교필수과목과 직장필수언어(?)로 만나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재밌기는 하지만 이 둘도 어떻게 보면 살아남기 위해(to survive) 배웠다고 할 수 있다.
* 저자도 그의 아들도 집안 환경의 영향으로 카탈루냐어와 스페인어, 영어를 구사한다.
이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 의해 다중언어의 환경에 있었던 이중언어자들의 경우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특히 4세 미만의 아기들을 중심으로 진행한 실험의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작은 존재들은 그들의 무기이자 도구인(?) 오감을 이용해 굉장히 많은 판단과 생각을 머리 속에서 활성화시키고 있었다. 유아시절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실험의 결과들을 통해 그 사실을 더 확실하게 증명받았다. 이중언어자들의 뇌를 다루는 책이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인긴이라는 존재의 신비를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처럼 후천적으로 언어를 습득해서 유창해진 사람들은 자신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자세하고 확실한 실마리는 이 책에서 찾아낼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언어자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서는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양한 언어를 하면 할 수록 뇌가 더 활성화된다는 것과 인지능력이 개선되어 알츠하이머가 찾아오는 시기가 늦추어진다는 사실은 유의미했다(참고로, 이중언어자라고 해서 알츠하이머가 오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다 보면 대체 이 작은 머리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특히, 일본어로 말하다가 누군가 영어로 말을 걸면 바로 영어로 답하고 어떤 말을 할때는 이 언어가 편하게 느껴지는 등의 상황을 겪으면서 무엇이 내가 이렇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지 가장 궁금했다. 다행히,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한편, 나 자신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평이벤트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