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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처음 이 책의 '2장', 대략 50페이지 가량까지 읽었을 땐 이게 무슨 소설인가 싶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해진이라는 이름의 스무 살 여자로, 영화음악을 꿈꾸며 학교는 다니지 않는데 대신 '불면증'이라는 이름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곳엔 실제로 불면증을 앓는 사장이 있고 어딘가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손님들이 해진의 앞에 등장했다가 간다. 마치 연극 무대에 올라와 잠시 시선을 끌었다가 자연스레 내려가는 단역의 배우들처럼.
그런 손님들을 일적으로 대하고 익숙한 듯 마주하면서도 그들이 자리를 뜨고 나면 해진은 그들에 대한 생각과 의문을 한 번씩 떠올리곤 한다. 어떻게 저렇게 하고 살까, 혹은 언제쯤 저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와 같은, 해진이 지금껏 지켜봐 온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삶에 대해서. 정작 자신은 계단 가장자리만을 밟고 다니거나 맨홀 뚜껑은 피해다니는 식의,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강박과 습관, 규칙 같은 것을 여럿 갖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런 해진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물 둘이 나타나는데.
아르바이트를 타고 돌아가던 중 마주친 웬 동갑의 여자, 승리가 첫만남에 집에 며칠 간 재워달라고 하는 것이다. 사정을 들은 해진은 첫만남에 그를 집에 들여 며칠 간 머무르도록 한다. 거기다 알 수 없는 환청 같은 소리로 말을 걸며 다가오는 누군가. 별안간 모습을 보이면 그 형체, 실루엣 안은 짙은 검은색으로 온통 이루어져 있어 마치 그림자 같기도 한데, 이름이 없다며 지어달라고 부탁하는 알 수 없는 존재와 홀린 듯 대화하는 해진. 그가 사라지고 곧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해진은 이상한 듯 이상하지 않은, 기기묘묘한 감각에 빠진다. 그러다 문득 그의 이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이상한 등장인물들로 가득한, 이상한 듯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처음 마주친 이 소설의 인상은 어딘가 이상하고 난해하게, 또 의문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비슷하게도 저마다의 이상함을 가지고 등장하는 이 수많은 인물들은 대체 뭘까. 배우의 꿈을 가진 승리가 여전히 전전하고 있는 단역, 엑스트라. 단지 그뿐일까.
그런데 자리를 뜬 것도 잠시, 그들 한 명 한 명이 다시 등장했다가 가고, 또 다시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그 의문은 해진의 의문과 비슷한 것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아주 조금 더 그들의 삶을 엿보고 나니 보이고 그래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들이 있었나 보다. 온통 이상하다고 느꼈던 처음과 다르게 그들은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도 않았다.
이 짧은 소설에 왜 이렇게나 많은 낯설고 이상한 타인들이 등장하는 걸까 싶었는데, 책이 끝나갈 때쯤엔 그들 모두의 삶을 애틋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저 나와 다른 안타까운 시선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한 애틋함으로. 심지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실루엣 인간에게까지 말이다.
외면할 수 없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황망한 죽음의 그림자를 곁에 딱 붙여 놓은 삶을 비추어내는 이 소설은, 한편으론 아직 채 '모양'조차 갖추지 못한 채 불안하게 흔들거리는 여느 청춘들의 하루하루가 그 안에서 동시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인가. 소설을 다 읽고 책을 덮은 뒤 다시 마주하게 되는 제목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얼마나 이상하든'. 울컥하기도 뭉클해지기도 하는 제목은 소설 속 그 많은 존재들을 아울렀듯, 소설 너머의 다른 모든 존재들까지 마찬가지로 아우르고 있는 것만 같다. 이름도 없던 실루엣 인간은 스스로를 아직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결국 우리 모두는 다 그런 존재이기도 한 것이니. 영원한 것은 죽음뿐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죽음의 직전까지도 우리는 여전히, 영원히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뿐인 것이라고. 그렇기에 얼마나 이상하든 한 번 더 지켜보는 시선과 머무름이 삶에 온기와 살아갈 이유를 더해나가는 것이라는, 그 애틋한 마음과 시선의 빛이 이 소설과 작가의 말에 깃들어 있어 책을 덮고도 한동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보통이라는 건
남들 시선에 달린 문제일뿐 그의 문제는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이상한 것이 그러하듯
이상하고 이상하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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