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페냐 가족의 첫째 딸이자 가족과 함께 지구를 떠나도록 선택받은 아이, 페트라 페냐의 이야기다. 줄곧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할머니처럼 되고 싶었던 페냐. 그것들을 소중히 간직한 채 이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야 하는 기로에서 페트라는 더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제 수백 년의 미래와 미지의 우주를 뛰어넘는 여정의 장 앞에 페트라와 가족들이 서 있었다.
"···이건 새롭게 시작할 기회야. 일치."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어" - p.72
기억과 이야기, 그리고 가족. 페트라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그 모든 소중한 것들은 우주선에 탑승한 바로 그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평화와 평등, 일치'를 주장하는 '콜렉티브'에 의해서였다. 파괴될 예정의 지구를 뒤로하고 아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콜렉티브'가 이끄는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 그들이 마주하게 될 현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수백 년의 무의식 혹은 잠깐의 낮잠 뒤에 과연 그들이 꿈꾸던 새로운 삶과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
여느 SF문학에서 볼 수 있듯,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는 어느 주인공의 여정을 그린 이 이야기는 그러나 페트라의 여정이 되면서 '이야기(쿠엔토)'라는 끈으로 또 다른 형태로 엮여 나간다. 덕분에 이 이야기엔 모험과 용기, 싸움과 평화가 더욱 생생하게 빛을 내며 눈꺼풀 대신 마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어차피 지워지고 허황된 것이라며, 누군가는 보잘 것 없이 여길 무언가를 어떤 이는 당당하게 딛고 선 채 차오르며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제타4가 아닌 페트라의 이야기다.
페트라처럼 기억과 이야기, 가족 같은 것을 좋든 싫든 끌어안고 살아온 또 다른 사람으로서 나는 당연하게도 그와 동시에 웃고 글썽이고 분노하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나 또한 쿠엔토 앞에서 그저 눈을 반짝이고 있기도 했다. 다음 문장과 장면을 재촉하면서. 그건 블랑카플로르, 이즈타와 포포카, 노부부의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만 페트라의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그 순간의 기억은 벌써 흐릿해졌지만, 어쨌든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런 반짝임들로 이 책을 기억할 것 같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