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galapagos55 > 청량한 그러나 약간 비릿한 소설
월리스의 인어
이와이 슌지 지음, 남상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와의 슈운지"의 소설이라는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의 나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유일하게 몇 년 전에 본 그의 영화 "러브레터"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영화였지만 그 아름다움을 관찰하는 감독의 시선은 작위적인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것 같았기에.(카메라를 의식하며 연기하는 미모의 여배우의 행동과 예쁘게만 찍어진 홋카이도의 설경들이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그래서, 그 감독의 소설이라니 아름다운 척만 하고 내용은 하나도 없는게 아닐까 하는 의혹먼저 들었다.그렇지만 이러한 나의 섣부른 판단보다는 훨씬 잘 쓰여진 소설이었다.

각 챕터마다 조금씩 화자와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시원한 바다의 심상을 주 도구로 쓰고 있다. 군더더기없는 간결한 문체에서 곧바로 연상되는 바다의 이미지는 청량하기 짝이없다. 특히 영화감독이 쓴 소설이라 그런지 그런 이미지를 독자에게 심어주는 재주가 아주 뛰어나다. 더구나 100년의 역사를 왔다갔다하며 인어의 정체를 밝혀가는 챕터에서의 추리소설적인 재미, 생물학적 상상력, 그리고 작은 반전이 주는 놀라움과 감동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그렇게 해서 밝혀진 인어의 정체가 매우 충격적인 것이며 더이상 앞부분의 인어를 찾을 때의 새파랗고 청량한 이미지가 아니라 도를 지나친 비릿한 이미지로 다가왔다는 점은 큰 감점요소이지만.-_-(그 구체적인 묘사가..아주 비릿하다. 이 표현밖에 쓸 수 없다. 인어의 생태에 대한 이러한 설정은 여태까지 들은 인어이야기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이며 기발한 것인데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소설의 주제와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개인적으로는 인어의 설정의 기괴함과 이야기 전개상의 군더더기, 그리고 다소 김빠지는 결말이 몰입을 방해했지만...끊임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탁월한 페이지 터너이며 뛰어난 아름다운 심상을 제공하는 기분좋은 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 소설이 영상화되었다면 그 기괴함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을텐데, 훨씬 더 아름다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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