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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해부학 수업 - 머리털부터 발가락뼈까지 남김없이 정리하는 인체의 모든 것 ㅣ 드디어 시리즈 7
케빈 랭포드 지음, 안은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해부학 수업이라니. 아마 드라마 제목으로 더 익숙할 '그레이스 아나토미'의 몇몇 장들이 떠오른다. 에릭 시걸 '닥터스'의 홍보 문구인 "여자와의 침대 속에서도 300개의 근육과 250개의 혈관, 208개의 뼈를 더듬고 암기하는 하버드의 의대생들" 뭐 이런 거를 떠올렸다면 그 역시 아재다.
이 책은 현대지성 '드디어' 시리즈의 7번째 책이다. 심리학, 대만사, 영국 동화, 지리학, 경제학, 북유럽 동화의 뒤를 잇고 있으며, 시리즈 막내는 현재 시점 7월에 출간된 천문학이다.
시리즈는 특정 분야의 대중적 '교과서'를 표방하는 듯하다. '드디어 만나는 해부학 수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교과서'라고 평한 것을 유념해야 한다. 막 엄청나게 재밌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 흥미진진하진 않다.

해부학 책이라니 나올 거라 기대했던 사진과 같은 그림은 113페이지에 가서나 등장한다. 이 책은 우리 "몸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부터 시작해, 이 세포들의 조직, 피부, 뼈, 근육, 신경계, 심혈관계, 림프계와 면역계, 소화계, 호흡계, 내분비계와 비뇨계, 생식계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인체의 신비를 풀어헤친다. 그러니까 해부학이라고 하면 일단 메스로 죽죽 갈라서 안에 거를 열어젖히고 들여다보는 거만 연상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인체의 구조를 살피는 인체해부학(human anatomy)과 그 구조와 기능을 살피는 생리학(physiology)"을 동시에 정리한 책이다.
저자인 케빈 랭포드는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책의 구성은 저자가 생각하는 최적의 가르치는 방법, 교안의 틀 그대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교과서'를 앞서 표현한 것처럼 다소 부정적 함의를 갖고 보지만, 어떤 의미에서 교과서 같다는 것은 큰 칭찬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책은 '대중도서'이기에 성인이든 미성년자든 비교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교과서' 같은 책의 표본적 특성이 뭐가 있을까. 읽는 이가 부분부터 전체까지 내용 전반을 아우를 수 있도록 잘 짜여진 구성이 우선이다. 이건 아까 목차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잘 드러난다.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재미 없는 것이기에 그림이 많아야 한다. 초등학생보다 중고등생이 학업에 흥미를 잃는 이가 많은 건 다 교과서에 그림이 적어서다. 이 책은 해부학에 대한 책이기에 당연히 수많은 도판들을 싣고 있다. 컬러 인체 해부도를 100장을 수록하고 있다고 한다. 세어 보진 않았지만. 다만 '그레이스 아나토미' 같은 그림을 기대해선 안 된다. 도판의 품질도 그렇고 인쇄한 책의 지질도 그렇고.
구조적인 챕터 구분과 함께 여기서 핵심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두면 좋을 '흥미로운' 내용들은 무엇인지 잘 드러내 줘야 한다. 교과서 본문보다 '더 읽을거리' 같은 사이드 내용에 꼭 흥미를 더 가졌던 이들의 눈을 잡아두기 위한 장치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의사면서 유튜버고 '중증외상센터' 작가인 이낙준 씨가 "책장에 반드시 꽂아둬야 할 책"이라고 소개하는데, 이건 그냥 입에 발린 찬사가 아니라 실제로 효용성이 있어 뵌다. 왜냐하면 우리 몸 구석구석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와 연관된 주요 질환이나 질병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새 같은 시대에 가정의학전서도 아닌 이런 책을 그런 용도로 책장에 꽂아둔다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대중과학서가 갖춰야 할 구조와 문법을 충실이 소화하고 있다. 내용에 약간의 흥미만 느낀다면 부담없이 후루룩~ 한 권을 넘겨보며 맛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충실히 기능을 다하는 책이다.
사실 해부학이란 주로 의사가 되려고 공부하는 이들이 주로 배우는 학문이고, 의사란 알다시피 전문가 중의 전문가이니 이들의 전문지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뭐 의사들도 엄마 뱃속에서부터 의사는 아니었으니까, 본격적으로 수련하고 공부하는 과정 이전에 "의학을 연마하겠어"라고 다짐하는 과정이 언젠가는 있었을게다. 그러한 총명한 아이는 아마도 이 책과 같은 것을 읽고 나서 그런 마음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고로 자녀들을 훌륭히 의사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은 모쪼록 책장에 이 책을 꽂아두시압~
<드디어 만나는 해부학 수업 : 머리털부터 발가락뼈까지 남김없이 정리하는 인체의 모든 것>
저자 : 케빈 랭포드
번역 : 안은미
쪽수 : 416쪽
발행 : 현대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