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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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닥터 프렌즈'라는 3명의 유튜버에게 빠져버렸다. 특히, 정신과의사 오선생님!

빠져들게 된 계기는 해리성 성격장애 아이를 치료해주는 '후엠아이'라는 게임을 리뷰해주는 영상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있고, 캐릭터가 한 말에 대해 대답을 선택지를 골라 답해주는 것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임이었는데, 나라면 그저 좋은 말, '그랬겠구나', '힘 내' 정도의 말을 해주었을텐데, 주인공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럴 때는 대화를 끌어 나가야할 것 같아요', '지금 말을 계속 잘 하고 있으니까 이야기를 계쏙 들어볼게요.' 라던가... 적절한 경청과 대화를 적절하게 리드하는 능력이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저서를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신 이시형 선생님과 박상미 마음치유전문가이시지만, 편의를 위해 '작가님'으로 통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를 집필한 빅터 프랭클 과의 대화가 이 책의 주제이다. 내가 그 책을 읽었더라면 더 좋은 서평을 남길 수 있었겠지만,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아 이 책,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서술하겠다. 이 또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지 않은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글을 써내려가겠다.


(048p) 한 생명을 건지기 위해

어느 날, 수용소 창고에서 누군가 감자 한 개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독일군은 범인을 고발하지 않으면 모두를 하룻동안 굶기는 벌을 주겠다고 했다.

모두 범인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고발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두가 '굶주림'이라는 고통을 인내한 것이다.

현대 사회는 어떠한가. 먹을 것은 풍족하고 서로 간의 배려와 사랑이 부족하지 않던가. 요즘 '인간 관계'가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힐링 도서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한 편, 나만 당하고 살 수는 없으니 당하지 않기 위해 '지지 않는 법' 따위를 다룬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나도 수용소의 사람들처럼 주린 배를 부여잡고 하루를 굶으며 누군가를 살릴 수 있을까. 수용소의 상황보다 더 나아진 지금 상황에서, 단 하루라도 내 끼니를 굶으며 남을 위해 나의 자원을 사용한 적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076p) 신은 인간이 괴로워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인생에 대한 고뇌가 시작될 때가 있다. '이게 맞는 건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그 때 왜 그랬을까' 같은 고뇌를 할 때, 나는 점차 괴로워진다. 하지만 이 괴로움은 내 나름의 해답을 내기 전까지는 끝낼 수 없다. 고뇌는 괴롭다. 작가는 여기서 이 괴로움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고뇌 끝은 행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고뇌가 가학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자해로 볼 수 있다. '나는 ~~를 했으니 이 정도 고통은 받아도 싸!'라는 심리의 고뇌라면, 그것은 아무 의미 없는 고뇌라 한다. 가학을 목적으로 하는 고뇌에 대해서는 내가 많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기에 작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내가 이 주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말하겠다.


 운명이 레몬을 주거든 레모네이드를 만들 노력을 해라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77p -


운명은 내게 무엇을 주었을까. 요즘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든다. 지금 전공하고있는 것이 과연 내게 잘 맞는 것일까, 또 맞지 않으면 어떤가. 그저 잘 하기만하면 되는 것인데. 지금이라도 다른 것을 전공하게된다면, 지금까지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갖게될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운명이 내게 어떤 레몬을 주었는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보편적으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명은 내게 '시간'이라는 레몬을 주었고, 이것을 시원하고 상콤한 레모네이드로 만들어 인생을 즐길 노력은 내가 해야하는 것이라고. 눈 앞에 놓인 레몬을 허겁지겁 깨물어 먹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리고 조금의 수고를 가미해 시원하고 상큼달콤한 레모네이드로 그 레몬을 즐기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103p)세상에 영원한 것

사람들은 내가 한 일에 대해서 모른다. 사람들은 '나보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당연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수고를 해서, 어떤 희생을 통해 그 일을 해낸지 모르니까. 과제나 팀플을 하다보면 이것저것 일이 많다. 내가 한 일이 제일 많고, 제일 힘들어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한 일밖에 모른다.' 나는 다른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한 지를 모르니까.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고마운 마음이 종종 든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나를 생각해주지 않으면 때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관심을 받고 싶어지기도 한다.

내가 한 일을 남들이 몰라주는 건 정말 서러운 일이다. 글로 서러운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 자세히 쓰지는 못했지만, 내가 열심히 한 것을 남들이 몰라줄 때의 서러운 마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이 일화가 그때의 마음을 조금은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책에서 해당 부분을 발췌하여 인용문을 적어놓을테니, 이 서평을 읽는 분들도 아래 일화를 읽고 서러웠던 마음이 조금 풀어졌으면 좋겠다.

설날 아침 공항에 내려 버스로 귀가하게 되었습니다. 집이 가까워지자 앞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아주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쯧쯧, 설날 아침에....... 내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설날 아침에 떡국이나 먹었나요? 덕분에 우리는 편히 잘 가지만 젊은이는 집에도 못 가고......."

순간 기사가 나를 힐끗 보더니 "어느 놈이 알아나 줍니까."하더니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신호가 바뀌어도 출발할 생각도 않고 아주 서럽게 울어대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큰 희생을 하고 있는지 누구도 못알아준다는 건 대단히 서운한 일입니다. 인간은 인정받고픈 욕구가 강합니다.

-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103p~104p -


(139p)의미치료의 행동강령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 빅터 프랭클 -



(185p)악한 사람은 안 변하죠?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다. 그래서 더 집중해서 읽은 것 같다. 박상미 선생님은 재소자들의 상담을 자주해서 '악한 사람은 정말 안 변하죠?'라는 질문을 많이 받으신다고 한다. 하지만 대답은 '아니요'였다. 188p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선생님의 메시지는, '나를 믿어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한 사람의 힘'은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를 중심으로 이 주제를 다시 읽어보았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쉽게 나쁜 길로 빠져들지 않는다. 나의 선(善)함을 믿어주는 그 한 명에게 내가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할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주인공이 무언가하려 할 때 사회는 믿어주지 않는다. "네가? 그 일을?" 이라는 반응이지만, 주인공의 곁에는 언제나 그를 믿어주는 동료들이 있고,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주인공은 그 일을 해내고야만다.

언제나 나를 믿어주는 것은, 내게는 우리 가족이다. 무언가 하고싶은 일이 생기고, 나조차 망설여질 때 가족에게 털어놓고 나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묻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내 가능성을 믿지 못 할 때, 나의 가능성을 믿고 지지해준다. 그리고 만약 해내지 못했을 때도 좌절하지말라고 가르치신다. 그 덕에 지금의 나는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나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웠다. 나를 언제나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매우 큰 힘이 된다.



책을 읽고 꽤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주제 몇 가지를 선정해서 그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내 생각을 적어보았다. 이 외에도 삶의 의미, 인생, 인간관계 등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들이 참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내용을 읽을 때에는 직접 상담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라기보다, 내게 맞는 질문을 받고 싶었다.

그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내 마음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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